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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오르지 않는 성적에 좌절하는 아이들

등록 2012-09-24 08:56수정 2012-09-24 15:55

내 아이와 통하다
몰아붙이는 부모의 질책은
자녀의 상처에 고통만 더해

요즘 중·고등학교 아이들을 보면 마치 지도도 없이 괴롭게 산에 오르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정상이 어디인지는 분명하다. 그런데 그 목표는 대부분의 경우 선생님이나 부모에 의해 정해진 것이다. 때문에 아이들은 내가 왜 정상을 가야 하는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생각 없이 그곳을 향해 무턱대고 걷고만 있다.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지도를 그려 확인하면서 행로를 결정하는 재미도 없고 길을 걸으며 새소리, 바람소리를 느껴볼 여유도 없다. 잠시 쉬어 가며 약수에 목을 축이겠다는 생각은 사치나 마찬가지다. 이처럼 무조건 정상만 보고 가는 아이들에게 오르지 않는 성적은 정말로 큰 과절이고 고통일 뿐이다.

사실 아이들에게는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계획대로 움직여야 하는지를 따져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해야 하는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것’을 아이가 직접 선택할 수 있어야만 그것이 무엇이든 점수나 성적에 대한 강박이 없이 즐겁게 공부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선택이 여의치 않은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쁜 성적은 아이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큰 스트레스다. 그러니 부모는 아이의 성적이 오르지 않아 오히려 더 속상해하면서 그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풀 수도 있다.

“도대체 네가 잘하는 것은 뭐가 있니? 너 때문에 엄마가 못살겠다” 하며 아이를 비난하거나 “그러니까 무조건 열심히 해” 하고 몰아붙이기도 한다.

실망한 아이의 상처에 부모의 고통을 더하는 말이다. 한편 아이의 마음을 위로한답시고 “별거 아니야. 뭘 그런 거 가지고 스트레스를 받고 그래?”라고 가볍게 넘기기도 한다. 이것 또한 아이에게 커다란 상처를 준다.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큰 시련인데 내 부모가 이런 내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부모라면 이런 상황에서 아이의 마음을 다독이고 격려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좋지 않아 답답하고 속상하지”라며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줘야 한다.

“성적이 당장 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네가 나아지지 않는 것은 아니야. 지금 당장은 네가 노력한 게 눈에 보이지 않지만, 네가 노력한 건 절대로 없어지지 않아. 어떤 식으로든 남아서 반드시 너에게 이득이 될 거야.”

이렇게 올바른 생각을 전달해 주어야 한다. 이런 생각은 아이가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고 계속 노력하도록 하는 데 꼭 필요한 태도이다.

더불어 아이를 몰아붙이지 말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지원해줄 것을 권한다. 부모가 하지 않아도 학교와 사회가 충분히 아이들을 몰아붙여줄 것이다.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니?”라고 물으며 아이의 소망을 들어주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길로 가고자 하는지 마음의 지도를 그려 보도록 도와줘야 한다.

“좋은 아이디어다. 네가 선택한 방법이 나도 마음에 든다”라며 격려하고 “이번 일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뭐니? 넌 그걸 어떻게 해결했니?”라며 아이의 고충을 함께 고민해주어야 한다.

이런 부모를 가진 아이들은 실패하거나 노력한 것의 결과가 바로 드러나지 않더라고 스스로 무엇이 문제인지를 깨닫고 어떻게 하면 다시 앞으로 갈 수 있는지를 생각해낼 수 있다. 무엇보다 순간의 실패에 힘들어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 하나하나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정윤경/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아이를 키우는 행복한 잔소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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