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꾸준히 해야 재밌다. 그런데 꾸준히 하는 것이야말로 힘든 일이라는 얘기가 많다. 그러면서 보통은 기질과 의지력을 탓하기 쉽다. 사실 먼저 점검해야 할 사항은, ‘흥미 있는 문제를 설정하고, 수준에 맞춰서 충분히 반복훈련하고 있는가’다. 일단 그 요건이 만족되었다면, 자기만의 공부 ‘리듬’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공부가 언제나 신나고 자연히 정신이 집중되는 그런 활동은 아니다.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보는 일과 비교해보면 이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공부는 그런 활동보다는 훨씬 더 긴 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래서 마치 끈끈이를 붙이듯이, 우리 자신을 공부에 달라붙게 하는 소소한 요령이 있으면 좋다.
그 요령의 기본은 우리가 어떤 능동적인 활동을 할 때 느끼는 쾌락이 어디에 있는가 살펴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담 없이 친구와 탁구를 칠 때 어느 순간 가장 즐거운가? 강한 드라이브 랠리가 이어지면서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였는데 공이 라켓에 착착 감기며 상대편 테이블 위로 꽂힐 때다. 그때 우리의 마음과 몸은 모두 리듬을 탄다. 단순 노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같은 종류의 단순한 일을 반복하다 보면 최대한 일을 정확하고 빠르게 할 수 있는 동작 방식을 익히게 되고, 그 방식으로 몸을 착착 움직일 때 일이 척척 되어나가는 것을 보면 즐거움이 느껴진다. 글을 쓸 때도 이미 목차와 필요한 자료가 갖춰져 있어 따로 고민할 것 없이, 일단 비문에는 개의치 않으면서 키보드를 경쾌하게 두드리며 머릿속의 생각이 화면 위로 나타나는 것을 볼 때 환희가 느껴진다.
드라마를 보는 일은 신나기는 하지만, 수동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리듬을 탈 필요는 없다. 그런데 공부를 할 때 드라마 보듯이 수동적으로 몸을 움직이면 마음도 축 처진다. 많은 이들이 공부할 때 드라마 볼 때와 비슷하게 몸을 내버려둔다. 그러니 지친다. 좀더 몸을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리듬을 촉발시키는 기수는 손이다. 손을 제대로 쓰려면 긴장을 뺀 상태에서 자세를 바르게 해야 한다. 몸의 무게중심을 책상 위에 두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손이 무게에 눌려서 어기적어기적 움직일 뿐, 경쾌한 선두 주자가 되지 못한다. 책을 볼 땐, 손이나 펜 뒷부분으로 속도에 맞춰서 책을 훑어주고, 책에 표시도 하며 읽어야 한다. 생각을 할 땐 머릿속으로만 하지 말고 좋은 펜으로 문장과 화살표, 구조도를 그리면서 사고의 전개과정을 종이 위에 빠르게 풀어내 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사각사각’이라는 감각이 중요하다. 자신이 풀 수 있다고 직감하는 수학문제를, 차례대로 증명과정을 써가며 풀이할 때 느끼는 쾌감이 하나의 전형적인 모델이 될 것이다. 펜이 잘나간다면 그만큼 신도 나게 되어 있다.
이 감각을 극대화하려면 좋은 펜, 좋은 노트, 좋은 필체가 필요하다. 좋은 펜은 부드럽게 나가면서도 사각거리는 감촉이 전달되는 펜이다. 여러 펜을 써보고 자신에게 딱 맞는 펜을 골라야 한다. 노트는 그 펜과 어울리는 종이 질감을 갖고 있는 노트다. 그리고 스프링 노트를 쓸 때는 좌우면의 위아래를 바꿔서 쓰면 스프링이 손에 거슬리지 않는다. 좋은 필체는 생각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흘려 쓰면서도 일관된 모양을 갖고 있는 필체다. 이런 필체는 공부하면서 종이 위에 정리하고 연습하면서 개발해야 한다. 알아볼 수 있다면 최대한 획수를 줄인 글자체를 만드는 것이 요령이다. 이 세 가지 무기를 장착하면 공부는 리듬을 타고 꾸준해진다. 이한 변호사 <이것이 공부다>·<너의 의무를 묻는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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