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은 일방적 주입이 아니라 학생들의 마음을 일단 열어야 한다. 지난 4월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열린 ‘청춘콘서트’에서 법륜 스님(오른쪽)과 개그맨 김제동씨가 방청객들과 대화를 나누며 함께 웃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강창진 아나운서의 스피치
유머와 칭찬으로 학생들의 마음 열어줘야
학생들이 졸고 있을 땐 중간 휴식을 사용
유머와 칭찬으로 학생들의 마음 열어줘야
학생들이 졸고 있을 땐 중간 휴식을 사용
지난 시간에 이어 강의를 잘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지식을 전달하는 능력과 학생의 상태를 파악하는 능력, 이 두 가지를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오늘은 두번째인 학생의 상태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깔깔거리며 웃다가 눈물을 흘리고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바로 영화를 보면서 재미를 느끼는 겁니다. 그러면 수업을 들으면서도 재미를 느끼고 있나요? 왜 영화는 재밌고 수업은 재미가 없을까요?
영화는 관객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이야기 전개와 다양한 장면을 통해 웃음과 눈물을 이끌어냅니다.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오려면 관객의 허를 찌르는 반전이 있어야 하고, 눈물이 나오려면 차근차근 올라오는 감동의 감정선을 잘 표현해야 합니다. 이렇게 영화는 철저하게 관객의 심리상태에 집중합니다.
그러면 수업에서 선생님은 학생의 심리상태에 집중하고 있나요? 가장 재미없는 수업은 시작하자마자 “자, 67페이지 펴 봐. 거기 두번째 줄에 밑줄 쫙~”이라고 말하며 가르치는 겁니다. 학생들은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집중하지도 못했는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면 아무리 중요한 내용을 다루거나, 쉬운 내용을 다뤄도 소화를 하지 못합니다. 선생님들은 먼저 학생들의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생들의 마음을 여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재미로 시작하는 겁니다. 재미는 꼭 박장대소하는 유머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벼운 일상적인 이야기나 앎의 즐거움을 느끼게 만드는 이야기, 게임이나 간단한 놀이도 이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면, 생물시간에는 화제의 의학드라마 <골든타임>의 수술 장면을 이야기하며 시작한다든지, 사회시간에 시사퀴즈를 내고 상품을 주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 등입니다. 저는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컬투쇼>의 레전드 사연을 강의 전에 자주 들려드립니다. 한번 시원하게 웃고 나면 어느새 청중의 마음이 많이 열려 있습니다.
학생들의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것으로 시작했다면 강의가 끝날 때는 감동을 주면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서 감동과 비전은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감동은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고 비전은 미래를 그리는 겁니다. “수능을 한 달 앞두고 우리 조금만 더 고생하자.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곧 멋진 대학생으로서 캠퍼스를 누빌 거야”라는 말 한마디가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이때는 멋진 명언이나 감동적인 사연, 음악 등을 활용하는 것도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강의를 하다 보면 졸고 있는 학생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실 듣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더 힘들고 어렵습니다. 졸고 있는 학생들을 발견해도 그냥 무시하고 수업을 하게 되면 졸음은 전염병처럼 번져서 어느새 꾸벅꾸벅 선생님께 인사하는 학생들이 많아집니다.
이럴 때는 간단한 스트레칭을 함께 하며 중간 휴식을 취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 다 펜 내려놓고, 어깨 펴고 옆 사람 어깨 좀 주물러 주세요.” 단 1분만이라도 이렇게 휴식을 취하고 나면 학생들은 다시 힘을 내서 수업에 몰입하게 됩니다. 휴식은 강의를 잘 듣기 위한 에너지 충전의 시간입니다. 정시에 10분 쉬는 것뿐만 아니라 강의 중 언제라도 학생들이 휴식이 필요할 때 이렇게 스트레칭을 해 주세요.
학창 시절 저는 좋아하는 선생님의 과목은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 선생님이 좋았던 이유는 바로 제게 칭찬을 많이 해주고 관심을 가져줬기 때문이죠. 선생님이 학생에게 관심을 보여주면 학생은 그 과목을 공부하고 싶어집니다. 칭찬의 기술은 제가 전에 칼럼(8월20일치 <함께하는 교육>)에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거나, 헤어나 의상 등 눈에 보이는 것을 가볍게 한마디로 칭찬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수업 중 발표나 문제풀이 이후에는 성과에 대한 격려와 박수를 받도록 하는 것도 학생에게는 큰 긍정의 자극이 됩니다.
유머는 지식전달이 목표인 수업에서 건조한 땅에 촉촉한 단비 같은 것입니다. 유머가 강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지만 사실 자연스럽게 구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강의에 활용 가능한 유머는 외워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주로 티브이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유행어나 대학로 코믹연극 시작 전 안내하는 분의 위트 있는 멘트를 외워놨다가 활용합니다. 여러분도 아래의 멘트를 수업 중에 적절하게 넣어보세요. 딱딱했던 분위기가 많이 부드러워질 겁니다. “오늘 제일 잘한 분에게는 푸짐한~ 칭찬을 드릴게요”, “오늘 저와 첫 시간인데, 네~ 분위기가 굉장히 어색하고 좋네요”, “(애정남 어투로) 숙제를 안 해왔다고 경찰에 신고하거나 구속되지 않아요”, “(화장을 안 한 분들에게) 오늘 여러분 자연미인이네요. 몇몇 분은 자연인이고요”, “(못생겼다는 표현 대신에) 얼굴이 자유롭네요”, “얼굴은 민주주의고 몸은 복지사회네요.”
강창진 김앤강 아나운서스피치 대표
강창진 김앤강 아나운서스피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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