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대성 교사의 북 내비게이션
류대성 교사의 북 내비게이션
8. 지나칠 수 없는 몇 개의 분야
②인물(난이도 수준 고2~고3 )
8. 지나칠 수 없는 몇 개의 분야
②인물(난이도 수준 고2~고3 )
<인물 톡톡>
채운, 수경 지음, 북드라망 <시대정신과 지식인>
김호기 지음, 돌베개 <체 게바라 평전>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실천문학사 <주홍 글씨>로 유명한 미국의 소설가 너새니얼 호손은 <큰 바위 얼굴>로 어린 시절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평생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자란 어니스트가 결국 큰 바위 얼굴을 닮게 되었다는 결말은 여전히 감동을 준다. 지금 우리에게도 큰 바위 얼굴이 있는지 혹은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고민하며 살아가는지 생각해 보자. 인도의 초대 총리를 지낸 자와할랄 네루는 “위대한 전기에서 에너지를 섭취하고 인생의 교양을 쌓아야 한다”는 말로 어린아이들에게 위인전을 읽힐 것을 권한다. 고난을 이겨내고 불굴의 의지로 커다란 성취를 이뤄낸 사람들의 삶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성인들도 위대한 인물들이 살아가는 방법과 태도를 배우고 싶어 한다. 연습 없이 흘러가는 단 한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타인의 삶은 때때로 좋은 본보기가 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위인전이나 평전보다 ‘롤모델’ 시리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인류에 기여한 업적이나 숭고한 삶의 태도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성공 비법을 배우려는 세속적 욕망 때문에 살아 있는 사람들을 모델로 삼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위인’이라는 말은 함부로 쓰기 어렵다. 다만 우리는 각 분야에서 혹은 역사의 결정적 장면에서 다른 사람이 하지 못한 생각과 행동을 했던 사람들을 기억할 뿐이다. 그들이 인류의 삶을 조금씩 진보시켜 왔고 역사의 전환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인물 톡톡>은 그러한 사람들에 대한 간략한 평전(評傳)이다. ‘평’(評)이라는 말은 한 인물에 대한 평가라는 말이 아니라 ‘지나간 시간과 지금의 시간 사이를, 그들의 언어와 나의 언어 사이를 오가며 부단히 질문을 길어 내는 글쓰기’이다. 타인의 삶을 함부로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것은 역사적 평가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폭력일 뿐이다. 권력자의 경우는 조금 다르겠으나 학문에 전념했고 예술에 목숨 걸었던, 이 책에 소개된 50여명의 인물에 대해서는 객관적 평가가 아니라 다양한 관점의 질문과 고민이 필요하다.
허준,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황, 스피노자, 이반 일리히, 비트겐슈타인 등 주로 ‘공부’에 목숨 걸었던 사람들과 염상섭, 나쓰메 소세키, 박지원, 루쉰, 사르트르, 파블로 네루다, 소식 등 전복적 예술가들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여러 사람이 함께 쓴 인물 백화점이다. 다양한 인물을 늘어놓고 그들의 공통점 찾기 혹은 성공전략의 비법을 전하는 책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 삶에 어떤 역할을 해 줄 수 있으며 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펴야 하는 책이다. 문단 생활을 갓 시작한 폴 발레리에게 말라르메가 남긴 불친절한 조언 한마디, “유일한 참된 충고자, 고독이 하는 말을 들어라.” 위대한 스승과 좋은 친구는 우리에게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진다. 그것은 스스로 ‘위대한 어둠’을 밝히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수많은 스승과 친구를 떠올리며 이 책을 천천히 읽다 보면 위인들의 삶을 통해 ‘우리’가 아니라 ‘나’가 배워야 할 무언가가 어렴풋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학문과 예술의 관점이 아니라 ‘시대정신’이라는 관점에서, 위인이 아니라 ‘지식인’이라는 관점에서 지나간 시대의 인물들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김호기의 <시대정신과 지식인>은 우리 역사의 결정적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 사람들의 면면을 돌아본다. 원효와 최치원, 김부식과 일연으로 시작해서 박지원과 박제가, 최제우와 경허를 거쳐 함석헌과 장일순, 황순원과 리영희, 박정희와 노무현으로 마무리한다. 두 사람씩 짝을 지어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의 삶과 사상을 조망하는 것은 당대의 시대정신이 갖는 현재적 의미 때문이다. 또한 이것은 우리가 ‘지식인’이라 부르는 사람들의 역할과 한계를 살펴보는 일이며 오늘날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과 지식인을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추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기적 욕심을 버리고 시대정신을 읽어가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참된 지식인은 김호기의 표현대로 ‘지식에 대한 탐구를 통해 진리를 밝히는’ 일에 몰두하며 ‘시대와 불화할 수 있고 권력에 맞설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책은 역사 속의 지식인을 통해 우리 시대의 지식인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씨줄과 날줄처럼 얽힌 역사와 시대정신이라는 기준으로 다양한 인물에 대해 살펴보았다면 이제 사르트르가 20세기의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고 표현한 <체 게바라 평전>을 읽어보자. 1928년에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의학박사 출신으로 쿠바 혁명에 가담하여 피델 카스트로와 함께 게릴라전을 성공시킨 체는 아프리카 콩고를 거쳐 볼리비아 혁명을 실천하던 중 1967년에 사망한다. “진정한 혁명가는 사랑이라는 위대한 감성에 의해 인도된다”고 말하는 체는 혁명 전선에서도 항상 배낭에 책을 가지고 다닌 독서광으로도 유명하다. 책과 사람을 통해 세상에 대한 생각을 변화시키고 그것을 실천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체는 그렇게 했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가슴이 시키는 일을 온몸으로 실천한 그의 삶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우리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는 체의 말이 여전히 유효한 것은 다양한 인물의 삶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누구나 가슴 두근거리는 삶을 꿈꾸지만 아무나 그곳에 도달하지는 못한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온몸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지나간 시간 속에서 숱하게 명멸했던 인물을 탐구하는 일이 필요하다.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실천적 용기이다.
류대성 용인 흥덕고 교사, <국어 원리 교과서> <청소년, 책의 숲에서 길을 찾다> 저자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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