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 변호사의 제대로 공부법
니컬러스 카의 책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우리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둘러싸여 주의집중을 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지적한다. 저자인 카 자신이 그 책을 쓰는 것조차 힘들어 인터넷으로부터 단절된 환경을 일부러 몇 달간 만들었다고 하니 오죽할까. 카가 책을 쓰고 난 후 스마트폰 열풍이 몰아쳤으니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은 단지 우리의 시간을 뺏고 정신을 팔리게 하는 새로운 오락거리가 추가된 것이 아니다. 카에 따르면, 인터넷을 자주 하다 보면 우리의 인식 습관, 지각 방식을 바꾼다고 한다. 새로운 정보를 간략하게 계속 검색하려는 성질을 갖도록 뇌에 물리적인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영어단어 검색하려고 인터넷 창 열었는데, 영어단어는 검색하지 않고 포털 사이트 정면에 뜬 뉴스를 검색하다가 결국 몇 시간 뒤 누군가의 블로그 글을 모조리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건 드물지 않은 일이다. 문제는 변화된 뇌가, 다른 활동을 할 때에도 계속 그런 식으로 지각을 사용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인터넷 서핑을 하는 일을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쉬고 있는 게 아니고 두뇌를 혹사시키는 일이다. 왜냐하면 인터넷에서는 끊임없이 이 정보를 볼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을 내릴 것을 두뇌에게 강요하기 때문이다. 10분 동안 도마 위에서 무를 계속 다지는 건 그리 지치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짧은 시간이라도 규칙성 없이 도마 위에 무를 올려놓았다가 양파를 썰었다가 마늘을 다지는 식으로 계속하면 우리는 철저히 지치게 된다. 그래서 인터넷을 하고 나면 개운하게 쉬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오히려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적게 하라’는 소극적인 지침은 실제로 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원래 단순한 금지 명령 형태로 진술된 지침은 실천하기 어렵거니와, 이미 뇌가 그 지침을 실천하기 어렵게 변했기 때문이다. 능동적인 요령으로 대처하는 것이 낫다.
그중 하나는 ‘제대로 쉬자’는 것이다. 쉰다고 하면서 늑대를 피하기 위해 호랑이 굴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따라서 공부하거나 일하던 내용으로부터 뇌를 도피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나 자세에서 몸을 도피시켜야 한다. 지루하거나 답답해지면 번잡한 정보를 새로 받아들이지 말고 몸을 돌리거나, 스트레칭하거나, 근육운동을 하거나, 걷는다. 단순하게 눈을 감고 손으로 얼굴을 감싸는 것도 효과가 좋다. 집에 들어가서 컴퓨터를 켠다? 한마디로 ‘쉬지 않겠다’는 뜻이다. 차라리 그 시간에 느릿느릿 산책을 하면 훨씬 상쾌한 느낌이 든다.
다른 하나는 ‘제한된 감각이나 정보를 온전히 음미하고 갖고 노는 것’의 즐거움을 느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흥미로운 토론을 하거나 조금 있다 할 일을 생각하다 보면 맛을 온전히 느끼지 못한다. 맛있는 걸 먹을 땐 음식의 색깔과 맛, 촉감에 정신을 쏟아야 한다. 이런 습관은 일이나 공부를 하지 않을 때에도 익힐 수 있다. 걸어갈 때 눈과 귀로 들어오는 풍경이나 소리의 세부 사항을 세밀하게 훑어 느끼고 때로는 언어로 표현하려고 해보자. 생각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계속 보려고 하지 말고, 일단 이미 갖고 있는 것들만을 가지고 이리저리 돌려 보며 노는 재미를 느껴야 한다. 주의집중은 흔히 생각하듯 미래의 성취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억제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감각과 몽상으로 온전히 현재를 음미하는 일이다.
이한 <이것이 공부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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