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평고 2년 원지희양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어에 자신이 없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배우긴 했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 원양이 다니는 연평고는 서해 5도 가운데 하나인 연평도에 있다. 섬에는 주민이 약 1050명밖에 없고, 고교 학생 수는 약 25명이다. 학생 수가 적어 주변에 별다른 공부방도 없다. 인천까지 나오려면 2시간 30분이 걸린다. 영어는 해병대 군인들 가운데 영어 전공자들이 와서 도와주는 정도로 보충을 해왔다. 그런데 이번 중간고사 영어 성적이 눈에 띄게 올랐다. 수많은 시간을 영어에 투자해도 영어로 간단한 대화도 못했다. 간단한 영작도 어려웠다. 하지만 지난 10월15일에는 친구들 앞에서 영어로 쓴 자기소개를 발표했다.
원양한테 영어 공부의 자신감을 심어준 것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특별한 방과후 수업이었다. 교육과학기술부 지정 스마트교육 모델 정책추진학교인 연평초·중·고등학교는 지난 9월3일부터 태블릿피시와 양방향 코덱 장비를 활용한 실시간 양방향 화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교 쪽과 5차원스마트연구소가 함께 진행하는 이 화상교육은 연평고 학생 16명과 인천 정석항공과학고 학생 14명 그리고 5차원스마트연구소 쪽의 원동연 박사 등이 화상으로 만나 영어 수업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11월21일까지 총 16차에 걸쳐 32시간 동안 수업을 하는 일정이다.
5차원스마트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영어수업은 ‘다자간 5차원 전면교육의 자기주도적 영어수업’으로 영어의 뼈대가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읽고 쓰고 듣고 말할 수 있는지 등 영어의 전반적인 구조와 원리를 알려줘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게 하는 방식이다. 한 시간은 이런 식의 영어 공부 방법을 소개하고, 한 시간은 토론을 한다. 실시간 양방향 수업이기 때문에 즉각 질의응답도 가능하다.
이런 방식의 화상 수업은 지리적 여건 때문에 방과후에 다양한 수업을 받기 어려운 학생들한테 장소와 시간의 제약 없이 공부할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김병문 교장은 “케이티(KT), 안양시 스마트밸리 5차원스마트연구소, 와이비테크(Yb-Tech), 욱성미디어, ㈜아이코다, ㈜선두주자 등의 협조로 진행되는 이 수업을 통해서 학생들이 활기찬 학습 분위기가 생기고, 긍정적인 학습 동기가 심어졌다”고 했다.
학교 쪽은 앞으로 다른 과목에 대해서도 쌍방향 화상 수업을 실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연평고 송영희 교사는 “중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하고 있는데 학교에 중국어 교사가 없어서 국어 교사가 가르치고 있다”며 “양방향 화상 시스템이 잘 자리를 잡으면 인천에 있는 학교의 중국어 교사와 화상으로 수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5차원스마트연구소 박광진 본부장은 “우리 교육이 여건에 따라 양극화가 심한데 연평고처럼 공부하기 어려운 여건에 있는 학생들한테 지속적으로 교육 기부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연평초·중·고에서 실시하는 스마트교육 연구부장을 맡은 한상준 교사는 “스마트교육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야기도 많지만 한편 긍정적 측면도 있다”며 “연평도에 있는 학교들처럼 교육 소외지역에는 교육격차를 해소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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