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l ‘아빠학교’ 권오진 교장
남자만 가입 가능한 카페 운영하는 이유는
자녀 관심 없는 아빠들 특수훈련 시키고파
남자만 가입 가능한 카페 운영하는 이유는
자녀 관심 없는 아빠들 특수훈련 시키고파
“제 아들이 고1인데요. 얼마 전에 ‘아빠. 콘서트 좀 가고 싶어요.’ 그러더군요. 그래서 ‘뭔데?’ 물었더니 ‘낼 보러 가고 싶어요.’ 그러는 겁니다. ‘뭐? 내일 간다고?’ 알고 보니까 ‘넬’이라는 그룹을 보고 싶다는 말이었어요. 저희는 아이가 문화생활 등을 하면 50%를 보조해주는 원칙이 있거든요. 아이가 ‘아빠. 공연비가 8만5000원 정도 되는데 제가 전액 지원받을 방법은 없을까요?’ 그러더군요. 4만5000원이 한 달 용돈이니까 부담스러웠겠죠. 그래서 제가 ‘좋다! 그러면 친구들하고 넬을 보러 갔던 상황들을 다 사진으로 찍어서 아빠놀이학교(cafe.naver.com/swdad) 카페에 올리라고 했습니다. 애가 300장 이상을 찍어 왔더군요.”
자녀양육 전문가인 권오진(사진)씨는 ‘아빠와 추억 만들기’ 모임의 단장이면서 회원수 2800명이 되는 아빠학교의 교장으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빠와 놀이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다녔다. 두 아이의 아빠이면서 자녀양육 전문가로서 다양한 곳에서 아버지 교육을 하는 권씨한테 왜 ‘아버지 교육’이 필요한 건지 물었다.
-아빠 놀이와 관련한 책도 많이 썼고, 아빠 관련 전문 강사로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이런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아이 친구네 가족들이랑 모여서 놀고, 여행을 다니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가족들의 요구들이 많은데 체계화를 해보고 싶어서 모임을 열었다. 2002년도부터 무인도 체험 등을 해보면서 콩가루가족들이 찰떡가족이 되는 걸 보곤 사명감이 생겼다. 그게 족쇄였다.(웃음) 지금도 강의 첫날, 아빠들을 보면 인사도 잘 안 하시고, 찡그리는 경우가 많다. 근데 강의 다 들은 뒤에는 얼굴이 달라져 있다. 고맙다고 해주시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아빠학교 카페는 어떻게 운영이 되나?
“특별한 원칙은 없다. ‘따라쟁이’ 시스템이다. 놀이 정보 등을 공유하면서 따라서 해본 것들을 사진이나 글로 올리면서 정보를 나눠야 한다. 중요 부위는 하트로 가리고 아이랑 목욕하는 사진도 많이들 올려주신다. 이 아빠는(옆에 있던 카페 스태프 김인수씨를 가리키며) 목욕 잘하는 아빠로 유명하다. 오프라인 모임은 두세 달에 한 번 한다. 평균 30여 가족이 온다. 중요한 건 엄마들이 같이 온다는 거다. 놀이에 대한 팁, 부모코칭 등을 강의해 드린다. 비용은 따로 안 받는다. 장소비 정도 나눠서 내는 수준이다. 내년 봄에는 정식으로 커리큘럼을 짜서 아빠학교 1기를 모집해볼 예정이다. 참고로 우리 카페 우수회원들의 공통점은 아이한테 윽박지르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거다. 사실 이런 아빠들은 사회 아웃사이더들이다. 한마디로 ‘또라이’란 얘기다.(웃음)”
-아빠들이 주로 질문하는 건 뭔가?
“한 시간 반 강의를 하면 30분은 즉문즉답을 한다. 어린 자녀를 둔 아빠들은 ‘애를 사랑하는데 놀아주는 법을 잘 모르겠다’고 고민한다. 사랑하지 않아서 못 놀아준다기보다는 놀이의 접근법을 몰라서 못하는 거다. 큰 자녀를 둔 아빠들은 애랑 함께하고 싶은데 애가 안 하려고 한다는 고민을 얘기한다. 단박에 가까워지고 싶은데 쌓아둔 게 없으니 그게 어려운 거다.”
-어떤 즉답을 해주나?
“일상적으로 놀이할 거리를 찾으라고 한다. 놀이라고 하면 어렵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렇지 않다. 하루에 1분만 놀아도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는 걸 지난 10년 동안 알리고 다녔다. 예를 들어, 내가 아빠고, 김 기자가 딸이라고 치자. 간단한 놀이로 1분 안에 웃게 할 수 있다. ‘영희야. 아빠랑 가위바위보 해볼까? 이긴 사람이 만세를 외치고, 지면 박수 세 번 치는 거다!’ 큰 소리로 아빠랑 딸이 눈 마주치며 ‘가위, 바위, 보’ 외쳐봐라. 웃음이 빵 터진다. 이게 기본형이다. 이긴 사람이 간지럼 태우는 것도 있다.”
-카페에 남자만 가입할 수 있다. 일부러 제한을 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맞벌이 가정일 때 엄마의 가사분담이 80%라고 한다. 그래서 엄마한테는 면죄부를 준 거다. 엄마는 쉬라는 의미다. 대신 아빠는 특수훈련을 시켜서 좋은 아빠 만들어주겠다는 의미로 카페에 남자 회원들만 받고 있다.”
-과거와 비교하면 아빠의 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어떻게 달라진 건가?
“한마디로 친구와 같은 아빠가 좋은 아빠다. 옛날에는 그냥 목에 힘주고 폼 잡는 권위 있는 아빠가 좋은 아빠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아빠 양육 부재 시대다. 공부만 시키잖나. 그 과정에서 아이들 인성이 망가진다. 범죄자가 늘고, 사회병리현상이 많아진 건 그런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아빠들이 시대가 변한 걸 깨닫지 못하고 본인들이 배운 대로만 하기 때문이다. 좋은 아빠가 되는 건 사실 엄청난 돈을 버는 것이다. 요샌 노인이 되어 대접을 못 받는 부모들이 참 많다. 초고령 사회를 맞이해서 부모 보기를 뭐처럼 하는 풍토가 생기는데 사실 자업자득인 측면도 있다.”
-아빠가 양육, 교육에 적극적일 때 얻을 수 있는 건 뭔가?
“포털에 검색을 해보면 ‘아빠가 잘 놀아주면 자녀의 창의성이 키워진다’는 문구가 나온다. 남자들은 근본적으로 공간지각능력이 탁월하다. 아빠는 직장 다녀와서 아이한테 ‘잘 있었냐?’는 말보다는 애를 껴안고, 들고, 팔을 돌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온갖 몸장난을 한다. 공간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남자들만의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에서 중요한 요소가 공간을 좌지우지하는 공간지각력이다. 엄마들한테는 인지능력이 있다. 아이를 열 달 동안 품고 있었기 때문에 ‘사랑의 화신’이다. 아이가 울 때 아빠가 아무리 달래도 안 멈추던 아이가 엄마가 한 번 안으면 그치는 걸 봐도 알 수 있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성장할 때 공동양육이 필요하다는 거다. 그래야 균형 있는 아이로 성장한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한겨레 인기기사>
■ 삼우 폭풍성장 뒤에는 ‘사돈’ 현대차가 있다
■ 성폭행 당한 딸 아빠에게 선처 호소를?
■ 문재인·안철수 ‘분권형 4년 중임제’ 개헌 검토
■ 말바꾼 대통령 아들 6억 배달시점도 ‘수상’
■ “제주올레 성공 이유는 역설적으로 한국이 ‘피로 사회’이기 때문”
■ 진중권 vs 누리꾼 맞장토론…싱겁게 끝났네
■ [화보] 이번 경기는 ‘우리 힘 한데 모아’ 입니다
30대 아빠가 자녀와 몸놀이를 하며 노는 모습.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 |
■ 삼우 폭풍성장 뒤에는 ‘사돈’ 현대차가 있다
■ 성폭행 당한 딸 아빠에게 선처 호소를?
■ 문재인·안철수 ‘분권형 4년 중임제’ 개헌 검토
■ 말바꾼 대통령 아들 6억 배달시점도 ‘수상’
■ “제주올레 성공 이유는 역설적으로 한국이 ‘피로 사회’이기 때문”
■ 진중권 vs 누리꾼 맞장토론…싱겁게 끝났네
■ [화보] 이번 경기는 ‘우리 힘 한데 모아’ 입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