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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장애·비장애 학생이 한 반에서 공부해요

등록 2012-10-29 11:39

서울 고척중학교에서 시행중인 통합수업 모습. 공익근무요원(맨 왼쪽)이 함께 수업을 들으며 장애 학생을 도와준다.
서울 고척중학교에서 시행중인 통합수업 모습. 공익근무요원(맨 왼쪽)이 함께 수업을 들으며 장애 학생을 도와준다.
‘통합교육’으로 함께 어울리며 서로 이해해
보조인력을 충원해 사전 준비 철저히 해야
선곡초등학교에서 다운증후군에 걸린 6학년 학생이 협력수업 강사, 친구와 함께 체육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선곡초등학교에서 다운증후군에 걸린 6학년 학생이 협력수업 강사, 친구와 함께 체육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반을 난초향이 뒤덮는 반으로 만들겠습니다.”

정승원(13·서울 고척중)군이 올 9월 이번 학기 반장선거 유세 때 했던 말이다. 도덕 교과서에 나오는 공자의 말을 빗대 얘기한 것이다. 선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난초향이 있는 방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 자신도 그 사람처럼 동화된다는 것이다. 그 말이 인상적이었던 친구들은 정군을 회장으로 뽑았다. 친구들은 정군이 “착하고 공부도 잘해서 본받을 점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그에게는 이외에도 특별한 점이 있었다.

선천성 시신경 위축으로 1급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정군의 곁에는 항상 공익근무요원이 앉아 있다. 그는 교과서를 읽어주고 필요할 때는 말로 설명해주며 학교생활에 도움을 준다. 이는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법’과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라 장애 학생에게 관련 서비스를 지원하도록 한 것이다. 여학생은 여자 보조원을 둘 수 있고,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4월 ‘통합교육 종합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통합교육이란, 장애아동을 특수학교에 격리수용하여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학교에서 비장애아동과 함께 가르치는 교육방법이다. 이를 위해 보조인원과 서비스를 마련해 실시하며, 현재 서빙고초 병설유치원, 선곡초, 고척중, 방원중, 휘봉고, 광성해맑음학교가 시범 운영을 하고 있다.

지난 22일 찾아간 구로구 고척중학교에는 정군을 포함해 현재 시각장애 학생 3명, 정신지체 학생 2명, 학습장애 학생 1명이 공부하고 있다. 약시 정도인 5, 6급 시각장애 학생은 일반 교과서를 크게 제작한 확대교과서로 공부가 가능하다. 하지만 국정교과서만 확대교과서가 있고 검인정교과서는 지원이 안 된다. 이 학교는 검정교과서의 경우 자체적으로 제본업체에 맡겨 교과서를 만들고 있다. 약시인 배재원(13)군은 “확대교과서로 공부하는데, 국정교과서에 비해 검정교과서는 튼튼하지 못하고 잘 찢어져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승원군과 재원군의 담임을 맡고 있는 손병일 교사는 학기 초 아이들에게 부모님을 칭찬하는 일기를 쓰게 한 뒤 학부모들을 모두 초청해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손 교사는 “그때 승원이가 발표하는 것을 보고 다른 부모들도 장애 학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평소에도 장애 학생들이 모범적이고 성실해 다른 아이들에게 귀감이 되고,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도 항상 칭찬의 말을 듣는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학교는 ‘굿프렌드’라는 또래도우미 제도를 운영한다. 승원군의 굿프렌드인 김남민(13)군은 승원군과 등하교를 같이 하고 공익근무요원이 휴가를 가면 대신 교과서를 읽어주고 동아리나 체험활동도 도와준다. 초등학교 때부터 ‘절친’이라 학교 밖에서도 자주 어울린다. 김군은 “승원이가 야구를 좋아해 야구장도 같이 간다. 승원이가 워낙 착실한 애라 도와주면서 오히려 내가 더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다른 친구들도 승원이에게 질문을 던지자 대신 대답을 할 정도로 승원이가 했던 말이나 행동에 관심을 보이고 잘 알고 있었다.

우진실 특수학급 전담교사는 “통합교육을 할 때 무엇보다 교사 간의 협력과 학교 차원에서의 지원이 중요하다. 처음 통합교육 환경을 구성할 때 담임을 누가 맡을지, 학급 운영을 어떻게 할 건지 다 같이 이야기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각장애는 그나마 교구 수정만 하면 되는데, 정신지체는 아무래도 신경 쓸 부분이 더 많기 때문에 힘들다. 그래서 학급 인원을 줄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30명을 넘는 학생을 교사 한명이 돌보기도 힘든데 통합교육을 하는 교실의 경우 일반 학급에 비해 10명 정도 줄이는 게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중증 시각장애 학생은 공익요원이 교실에 상주해 있지만 정신지체 학생의 경우 주의가 산만하고 문제행동을 일으켜 막막해하거나 꺼리는 교사도 가끔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노원구 선곡초등학교 장효범 교장은 ‘특별한 배려’를 하고 있다. 그는 자발적으로 장애 학생을 맡는 교사들에게 성과급을 주고, 가능한 한 전입생을 배정하지 않는 등 학급 인원수를 최소로 해준다. 또한 전체 학부모를 대상으로 장애인식 교육을 실시하고, 교직원들도 모두 통합교육 연수를 받도록 했다.

현재 이 학교는 특수교육을 전공한 과학, 체육 과목의 협력수업 강사 2명과 특수교사 2명이 있다. 체육 수업의 경우, 협력수업 강사의 도움을 받아 비장애 학생이 번갈아가면서 장애 학생과 모둠활동을 하거나 단체로 체육 활동을 한다. 협력수업의 경우 일반 교과보다 함께 몸을 부대끼고 활발한 예체능 수업이 더 수월하고 잘 이루어진다.

장 교장은 “통합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학교 관리자와 교사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이전에는 장애 학생을 일반 학급에 넣더라도 비장애 학생과 분리해 개별 교육을 시켰지만, 진정한 통합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일반 교육과정 속에 흡수시켜서 똑같은 수업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보조교사를 많이 충원해서 담임교사와 함께 사전교육을 철저히 하고, 교육 목표부터 내용, 자료, 평가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교육과정 수정도 이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현혜 특수교사는 “통합교육 우수사례로 뽑힌 학급 중에 교과서 준비, 이동도우미, 화장실 같이 가주는 등 ‘역할도우미’를 만들어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장애 학생과 자연스레 어울리도록 하는 반도 있다”며 “하지만 반마다 차이가 크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특수교사의 수를 늘려야 한다. 협력수업 강사도 특수교사가 하는 게 맞지만 지금은 장애 학생의 통합수업시수도 많고, 저와 진행하는 개별 학습도 많기 때문에 힘든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장애 학생이 일반 학급에 속해서 통합수업을 듣고 필요한 경우에는 개별학습실에서 특수교사와 수업을 따로 진행한다. 이 학교는 학기 초 담임교사와 특수교사, 학부모가 회의를 통해 참여할 수업 과목을 결정한다.

글·사진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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