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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복잡한 과업은 쪼개서 단순화해야

등록 2012-10-29 11:51

이한 변호사의 제대로 공부법
해야 할 것이 거대한 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단지 양이 많아서가 아니라 막막하거나 어렵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고 감정상 무척 하기 싫을 때도 있다. 집중하려면 의욕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런 상태에 빠지면 당연히 산만해져서 진척이 없게 된다. 진척이 없으면 의욕은 더 줄어들어 악순환이 발생한다. 이런 일은 누구나 겪는다. 다만, 좀 덜 겪도록 도와주는 요령은 생각해볼 수 있다.

요령의 힌트는 의지력의 특성에 있다. 우선, 의지력은 무형의 원천에서 솟아나 마음만 먹으면 무한정 쓸 수 있는 마법 에너지가 아니다. 최근 인지심리학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의지력은 오히려 근육과 같아서, 바로 직전에 인내심을 많이 발휘했다면 그다음 일에서는 꾹 참고 집중하기 매우 어렵다고 한다. 그다음 특성도 근육과 비슷하다. 헬스클럽에 가서 체계적으로 운동을 하면 근육이 발달한다. 그러나 단백질 섭취도 하지 않고 매일 무리해서 운동하면 오히려 근육이 쪼그라든다. 마찬가지로 의지력도 적절한 요령을 통해 발휘하는 습관을 들여야 발달할 수 있다. 반면에 요령 없이 쥐어짜다가 결국 한계에 부딪혀 정신줄 놓고 방탕하게 지내는 일을 반복하면 발전이 없다.

그 요령이란, 공부를 할 때 며칠, 몇 시간 범위 내의 계획을 수첩에 잘 적는 것이다. 막연하고 큰 계획을 더 세부적으로 쪼개고 순서를 생각해본다. 그다음 수첩에 적은 목록 중 하나를 골라서 하면서, 그 과업을 하는 짧은 시간 동안은 다른 생각을 절대 하지 않는다. 계획 자체가 잘 생각나지 않을 때에는 수첩을 가지고 나가 산책을 하면서 적어본다. 무척이나 간단해서, 차이가 있겠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그냥 할 일을 대충 머릿속에서 가늠하고 차례차례 하면 되지 않는가? 그것이 함정이다. 그러면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잘해내지만 컨디션이 나쁜 날에는 의욕상실의 악순환에 빠진다. 그래서는 의지력을 꾸준히 키울 수 없다.

과업이 복잡할수록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일의 크기나 순서가 자꾸 압박이 된다. 이 압박이 사소한 것처럼 보여도 집중 못하게 하는 힘이 크다. 그래서 복잡한 과업은 쪼개고 쪼개어 최대한 부담이 가지 않는 비교적 단순한 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쪼갠 일을 종류를 바꿔가며 적절히 배치한다. 계획은 한 번에 다 적을 필요 없다. 해나가면서 조금씩 수정하거나 추가하거나 더 잘게 쪼개어도 된다.

만약 같은 종류의 큰 과업을 앞으로 여러 번 할 것이라면 그런 종류의 일에 공통되는 계획만 뽑은 체크리스트를 만들자. 그러곤 그걸 지워나가면서 일을 진행한다. 그러면 계획을 세우는 일이 많이 줄어들고 중요한 단계를 빼먹지도 않게 된다.

문제해결식 글쓰기를 예로 들어보자. “다음 월요일까지 글을 써야지”라고 속으로 생각만 한다면 결과는 위태롭다. 그 어마어마하게 큰 덩어리의 과제를 여러 개의 세부 과제로 나누자. 먼저 준비 작업. 주제를 정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읽고, 매듭을 지어서 논리를 정리하고, 하고자 하는 주장으로 목차를 정하고, 각 목차에 들어갈 논거들을 끼워넣고, 목차의 순서를 조정한다. 그다음 쓰기. 주장과 논거들의 뼈대를 먼저 쓰고 자료로 살을 붙여나가고, 퇴고한다.

이렇게 잘게 쪼갠 일을 집중해서 하고, 리듬감 있는 배치로 지루함을 줄이고, 결국 이 작은 일을 조립해서 복잡한 일을 완성해 놓고 나면 신기하다는 기분이 든다. 공부에서 이렇게 쪼개고 조립하고 완성하는 경험을 반복하면 의욕상실의 악순환도 덜 맞닥뜨리고 또 의지력도 조금씩 기를 수 있다.

<이것이 공부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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