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 유머감각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중요한 능력 가운데 하나다.
<한겨레> 자료사진
강창진 아나운서의 스피치
유머의 기본은 반전, 고정관념 깨야 웃음 나와
생동감 있는 표정과 어투로 직접 화법 써야
유머의 기본은 반전, 고정관념 깨야 웃음 나와
생동감 있는 표정과 어투로 직접 화법 써야
어느 날 함께 길을 걷다가 제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오빠를 왜 남편으로 결정했어?”, “응, 오빠가 내 주변 사람들 중에 제일 웃겨.” 제게 유머는 평생의 배우자를 만나게 해 준 소중한 자산입니다. 아내는 저와 있을 때 박장대소를 하는 일이 많다 보니 ‘이 사람과 평생 이렇게 웃으며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답니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는 신랑감 1위가 개그맨으로 나왔는데요. 이처럼 유머감각은 상대방을 평가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웃음을 주고 유쾌하게 만드는 것은 꽤 어려운 대화기술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유머를 구사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유머는 사전적인 의미로 ‘남을 웃기는 말이나 행동’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유머를 잘 구사하려면 먼저 우리가 언제 자연스럽게 웃는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리는 보통 상대방이 예상 밖의 행동을 할 때 웃음을 터뜨립니다. KBS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중 ‘생활의 발견’이라는 코너에서는 남자가 여자를 콩국수집으로 불러내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이제 헤어져.” 그러고 나서 진지한 이별이야기를 하면서도 콩국수를 주문하고, 화를 내면서도 국물이 시원하다고 말합니다. 이런 상황이 우리에게 깨알 같은 웃음을 주는 이유는 이별은 조용한 커피숍에서 진지하게 말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웃음은 고정관념을 깨뜨릴 때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유머를 통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다면 이렇게 반전, 의외성, 예상과 다른 말과 행동을 웃음 포인트로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누구나 이왕이면 세련되고 감각 있는 유머를 구사하고 싶어 합니다. 이럴 때는 참신한 표현의 언어유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언어유희란 말 그대로 ‘말장난’을 뜻합니다. 유머의 특징인 의외성을 단어조합으로 표현하는 거죠. 초등학교 국어시간에 배웠던 어법을 무시하거나 기발한 발상으로 참신한 표현을 할 때 우리는 유쾌한 말장난으로 미소 짓게 됩니다. 개그맨 지상렬씨는 방송을 하면서 이런 참신한 표현의 언어유희를 잘 구사합니다. “네가 왜 남의 인생에 깜빡이를 켜고 들어와.” “(말대꾸할 때) 너 언제부터 내 말에 리플을 달았어?” “형님, 오늘 유머 와이파이가 잘 뜨네요.” “(이래라저래라 할 때) 네가 왜 내 인생에 리모컨을 쥐어.” “(영어 잘했다는 표현) 제가 어릴 적에 혀에 기름칠 좀 했어요.” “(말을 잘할 때) 너 오늘 훈민정음 드리블 좀 하는데.” 이런 것들이 바로 기막히게 딱 들어맞는 언어유희죠.
아무리 재밌는 이야기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재미없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표현하는 방법의 문제입니다. 유머를 구사할 때는 직접화법을 쓰면 상대방을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몰입시키고 반전을 극대화해 웃음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직접화법은 그 사람의 말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화법으로, 쉽게 말하면 마치 큰따옴표와 같은 표현입니다. 다음의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평소에 전화를 잘 안 하던 제가 어제 아내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서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자기야, 뭐 해?” “웬일이야. 전화를 다 하고.” “그냥 보고 싶어서 전화했지.” 이렇게 웃으면서 말하니까 아내가 한마디 하더라고요. “네가 죽을 때가 됐구나.”
큰따옴표 안에 있는 대화에서는 실제로 아내와 이야기를 하는 듯 생동감 있는 표정과 어투로 표현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상대방은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죠. 마지막 아내의 한마디는 퉁명스럽게 표현하면서 반전을 주면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오게 됩니다.
이 내용을 간접화법으로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아내가 ‘네가 죽을 때가 됐구나’라고 말하더라고요. 만약 모든 내용을 지루한 다큐멘터리로 표현하고자 한다면 간접화법으로 말해보시기 바랍니다.
유머감각을 보통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어린 시절부터 남들 앞에서 웃음을 잘 유발하는 끼 있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머를 잘 구사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는 재밌는 이야기를 들으면 외우려고 노력합니다. 메모를 하거나 계속 반복해서 생각하며 이야기를 외웁니다. 둘째는 새롭게 만나는 사람마다 외운 유머를 구사합니다. 즉, 남을 웃기고 싶어 하는 개그욕심이 있는 거죠. 재밌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남에게 전달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한 분들이 유머를 잘 전달합니다. 자신은 좋아서 한 행동이었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양의 유머감각을 늘리는 훈련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번 한 주도 주변 사람들에게 유머를 구사하며 웃으면서 생활해 보시기 바랍니다. 유머의 기본은 반전이라고 했죠. 유머를 적극적으로 잘 구사하신 분들께는 제가 추첨을 통해 푸짐한~ 칭찬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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