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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하루 25㎞ 걸으며 키도 크고 마음도 자랐죠!”

등록 2012-11-19 10:23

최하람군과 윤상원군의 성공적인 국토종단 완주를 축하하러 용인 대덕초 학생들이 펼침막을 들고 운동장에 모였다.
최하람군과 윤상원군의 성공적인 국토종단 완주를 축하하러 용인 대덕초 학생들이 펼침막을 들고 운동장에 모였다.
아들과 아빠의 특별한 국토종단
10월8일~11월1일 한달간 걷기에 도전한 세 남자
‘어디쯤 왔을까?’ 교사는 학급 친구들과 소통 도와
“하람이가 저희 반 유일한 개그맨이거든요. 한 달 동안 교실이 텅 빈 것 같았어요.”

지난 11월1일 용인 대덕초등학교 4학년 1반 교실. 이하진양이 최하람군의 빈자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수업이 끝난 1시30분께 4학년 1반, 5반 학생들은 ‘축하’라는 단어가 적힌 펼침막을 들고 운동장에 모였다. 지난 10월8일 국토종단을 떠났다가 돌아온 최군과 친구인 4학년 5반 윤상원군 그리고 최군의 아빠 최명준씨를 환영하기 위해서였다.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정읍, 김제, 익산, 논산, 공주, 천안을 거쳐 서울로 왔다. 하루 평균 걸은 거리 약 25㎞. 날이 어두워지면 파출소에 들러 안전한 숙소를 추천받아 잠을 잤다. 지도를 보며 차가 많지 않은 좁은 길을 찾아 걸었다. 잘 모를 때는 도보여행을 나온 다른 사람들의 도움도 받았다. 오늘은 어느 곳을 얼마나 걸었는지 종단 과정을 블로그(blog.naver.com/jongdan2012)를 통해 알렸다. 그사이 최군과 윤군은 키가 컸다. 머리카락도 많이 자랐다.

세 남자의 국토종단은 소박한 계기에서 시작됐다. 최씨는 “올해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시간을 내서 아이랑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고, 그걸 실천해봤다” 했다. 학원 강사인 최씨가 하던 일을 잠시 접어두고 한 달간 시간을 낸 이유다.

“뚜렷한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아이들 옆에 두고 이런 말 하긴 미안하지만 종단을 했다고 하람이나 상원이의 태도나 삶이 크게 달라질 거라고 생각은 안 합니다. 다만 30살 정도 되면 함께 걸었던 길, 함께했던 경험들이 떠오르고 그게 사는 데 보이지 않게 힘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한 달 동안 국토종단을 떠났던 최하람군, 최하람군의 아빠 최명준씨, 윤상원군.
한 달 동안 국토종단을 떠났던 최하람군, 최하람군의 아빠 최명준씨, 윤상원군.

아빠와 아들 둘만의 여행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최군은 동갑 친구 윤군도 함께 데리고 가자고 적극 제안했다. 둘은 여섯살 때부터 알아온 ‘절친’이다. 최씨는 “함께 다니다가 힘든 상황도 겪을 거고, 그 과정에서 다투기도 할 텐데 그런 경험을 하면서 평생 함께할 죽마고우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찬성했다”고 했다.

최군은 종단을 통해 거창한 깨달음보다는 힘들었던 기억이 많은 눈치였다.

“힘들어서 아빠한테 얼마나 더 남았냐고 물어보면 다 왔다고 하시는 거예요. 근데 이정표 보면 6㎞씩 남아 있었어요. 독립기념관에서 봤던 마네킹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일본 사람 캐릭터를 마네킹으로 만들어놨는데 진짜 같아서 무척 잔인해 보였죠. 또 숙소에서 생활했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재미있었어요.”

윤군은 “하람이랑 재미있게 떠들고 이러면서 갔던 기억이 좋게 남아 있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 국토를 걸어본 건 아니지만 세 사람과 간접적으로 종단에 참여한 친구들도 있었다. 최군의 학급인 4학년 1반 학생들과 교사 하유경씨다. 최군과 윤군이 일 년 동안 체험학습으로 학교 밖 활동을 할 수 있는 기간은 7일. 한 달을 결석했기 때문에 7일을 제외하고 나머지 날은 모두 결석 처리가 됐다. 교사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었을 법도 하지만 하 교사는 국토종단을 떠난 부자한테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자칫 다른 친구들한테 “이렇게 학교를 안 나오고도 큰 문제가 없는 거구나”라는 오해를 심어줄까봐 최군이 어떤 이유로 종단을 하는지를 다른 친구들한테도 충분히 설명했다. 최씨가 하 교사한테 문자로 보내는 소식을 실시간 생중계하는 식으로 학급 친구들한테 알려주기도 했다.

“하람이가 의욕은 강하지만 끈기나 집중력이 약한 편이거든요. 교실 안에서의 공부도 중요하지만 아버님과 함께 자연 속에서 몸으로 배우면서 인내력 등 값진 것들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찬성했습니다. 다른 친구들한테는 하람이가 우리를 대표해서 이 공부를 하는 거라고 안내했습니다. 아버님이 문자로 ‘오늘은 20㎞를 걸었습니다. 정읍쯤 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내주시면 이걸 아이들한테도 알려줬습니다. 그럼 아이들이 블로그도 가보고, 지도도 찾아보더군요. 하람이를 통해 간접적인 체험을 해본 셈입니다. 천안에서는 호두과자를 보내주셨는데 한 친구가 ‘천안에 들른 게 분명한 것 같다’고 해서 웃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아버님이 종단 중에 엽서를 보내주셨던 것도 생각나네요.”

최씨는 “학교 밖에서 한 달 동안 지냈기 때문에 학급 친구들과 소통이 어려울 수도 있었을 텐데 선생님께서 소통의 끈을 마련해주셔서 아이가 다시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내 인생에도 중요한 깨달음을 준 여행이었다”고 했다.

“아이들과의 종단을 통해 저도 배운 게 많습니다. 무엇보다 기다리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배웠어요. 어른들은 자꾸 어디까지 가야 한다는 목적을 생각하게 되잖아요. 해가 지기 전까지 얼마나 가야 한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졌죠. 근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더라구요. 애들이 노래 부르면서 정말 여유롭게 따라오는 걸 보면서 제가 지금 목적만 달성하려고 종단을 하는 건가 싶었습니다. 오히려 아이들 걸음에 맞추다 보니까 눈에 안 보이던 작은 길, 다양한 풍경이 보이더군요. 신기한 건 그렇게 가도 시간 안에 도착한다는 겁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처럼 천천히 가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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