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3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회원들이 인권친화적 학교 만들기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학생의 날 맞아 다양한 교육주체들 한자리에
각자 위치 달라도 모두 ‘변화’를 원하고 있어
입시 경쟁교육 없애고 인권, 다양성 인정해야
각자 위치 달라도 모두 ‘변화’를 원하고 있어
입시 경쟁교육 없애고 인권, 다양성 인정해야
11월3일은 ‘학생의 날’이다. 1929년 이날, 광주학생독립운동이 일어났던 것을 기념해 학생의 민족의식과 애국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만들었다.
지난 3일, 서울시청 광장에 학생들과 학교 선생님, 학부모 등 교육 당사자들이 부스를 마련하고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학생의 날을 맞아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함이었다. 이들이 바라는 ‘우리의 교육’은 어떤 모습이며 이들은 어떤 ‘교육대통령’을 꿈꿀까.
이날은 특히 혁신학교, 대안학교, 특성화고 등 다양한 학교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서울의 특성화고등학교에 다니는 ㄱ군(18)은 ‘21세기 청소년 공동체 희망’에서 2년째 활동중이다. 이 단체는 청소년의 권익 신장을 위해 20년 넘게 꾸준히 청소년 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그는 “학교에 불만이 많고 교육정책에 문제점이 많다고 느껴서 활동하게 됐다”며 “특히 입시교육체제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나 같은 특성화고 학생들은 대학입시 때 특별전형이 축소됐는데, 다시 늘어나서 기회를 많이 가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옆에 있던 ㄴ군(17)도 “사실 대선 후보자들이 청소년한테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현재 우리 교육이 많이 황폐화됐는데, 우리가 직접 교육감이나 대통령을 뽑고 교육정책을 바꾸기 위해 여기 나왔다”고 말했다. 둘은 청소년에게도 선거권을 달라는 캠페인을 벌이며 자신들에게는 사실 대통령보다 교육감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안학교인 희망의 우리학교에 다니는 최훈민(18)군은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와 함께 인권친화적 학교를 만들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단체는 전국의 교육·인권·사회·청소년 단체들이 모여 결성했다. 교사의 교육권 보장 및 학생 인권 보장을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과 학교를 넘어 가정, 사회에서 아동·청소년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아동·청소년인권법 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최군은 시민들을 상대로 서명도 받고 인권친화적 학교를 만들기 위한 내용이 담긴 엽서도 나눠주고 있었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인권친화적 학교란, ‘어린이와 청소년은 오늘을 사는 시민입니다’, ‘학생인권과 학생자치가 폭력을 이기는 열쇠입니다’, ‘민주주의는 교실과 식탁에서 시작됩니다’, ‘두려움 없이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있을 때 자존감도 싹틉니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학교에서 민주시민을 양성한다고 하는데, 현실은 인권은커녕 민주적 절차도 무시되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민주시민이 나오기는 힘들다. 학교폭력 또한 서로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아서 생기는 일”이라며 “인권친화적 운동본부에서 준비한 인권친화적 학교법, 아동·청소년 인권법 입법을 위해 공청회를 열고 대선 후보들에게도 서한을 보냈다. 대부분 아직 검토중이라고만 하고 그나마 이정희 후보가 구체적으로 답변을 했다”고 얘기했다.
혁신학교인 서울 흥덕고의 이범희 교장은 “아직까지 대선 후보들의 구체적인 공약은 잘 모르겠지만, 교육의 본질을 회복할 수 있는 정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지금 학교를 지배하는 건 입시 위주의 실적주의 교육이다. 또한 지금은 교육 구성원이 교육개혁의 ‘주체’가 아닌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에게 바라는 점을 묻는 질문에 그는 “무엇보다 아이들이 즐겁고 재밌게 학교를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배우면서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주체적으로 삶을 들여다보고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학교 안에 자치활동과 동아리를 활성화시켜 아이들의 잠재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구리에 사는 지연숙(46)씨는 중학교 2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다. 그는 구리, 의정부지역이 비평준화지역이라 벌써부터 학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평소 아이와 관련된 고입, 대입 관련 교육정책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는 이번 대선 후보 공약에 대해 “문재인씨의 외국어고와 자사고 우선선발권 폐지에는 적극 동의한다. 또 안철수씨가 발표한 소수자 우대정책, 즉 정원의 20%를 배정해 교육 기회균등을 보장하겠다는 안도 현실성은 잘 모르겠지만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입장에서 그의 최대 걱정거리는 역시 ‘사교육’이다. “사교육 폐지를 가장 원한다. 아이들이 공부를 해야 하는 것도 권리지만, 안 할 수 있는 권리도 있었으면 좋겠다. 펜을 잡은 사람이나 스패너를 잡은 사람이나 똑같이 대우받을 수 있는 사회, 그래서 아이들이 붓을 잡지 않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
‘교육의 변화’를 꿈꾸는 이들 모두 우리의 교육이 강압적이고 일방적이기보다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선택하고 다양한 기회를 보장해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글·사진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이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달라는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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