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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천천히 오래 생각하기

등록 2012-12-03 11:48

이한 변호사의 제대로 공부법
현대인들은 무엇이든지 빨리빨리 하는 데 익숙하다. 심지어 열을 내어서 빨리빨리 하고 있지 않으면 무언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책이나 강의 같은 외부 자료를 읽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간이나, 잘 알려진 방법대로 문제를 처리하고 있는 시간만이 정말로 유익하게 보낸 시간이라고 착각한다. 이 착각에 따르면 하루는 두 종류로 나뉜다. 빨리빨리 일하고 공부하는 시간, 그리고 그냥 노는 시간.

이 오해는 ‘시험’을 중심으로 구축된 교육제도에 원인이 있다. 학교 시험에서는 잘 정의된 문제를 시간 내에 푸는 능력을 측정한다. 잘 정의된 문제란 이미 해결 방법이 잘 알려져 있고 학생들이 그것에 관하여 미리 교육을 받은 문제다. 매뉴얼대로 성실히 훈련을 많이 할수록 빨리 푸는 문제다. 물론 이런 과정은 ‘추론의 장비’를 습득하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런 훈련에서 몸에 배는 속도감을 공부의 기본 속도로 착각하면 안 된다.

<쿵후보이 친미>라는 만화에는 스승이 주인공 친미에게 무거운 물건을 격파하게 한 뒤 젓가락으로 콩을 집어 보라고 한다. 친미는 방금 격파에 요구되는 힘과 속도에 익숙해진 몸 때문에 섬세한 작업인 콩 집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런데 문제 해결 과정으로서의 공부는 커다란 독을 격파하는 무술보다는, 콩을 젓가락으로 집는 섬세한 작업에 가깝다.

‘창의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한 문제는 해결 방법이 매뉴얼로 나와 있지 않다. 이런 문제들은 당장 이렇게 저렇게 순서대로 하면 된다고 급한 마음으로 손가락을 두드린다고 답이 나오지 않는다. 닭이 알을 품어야 병아리가 부화하듯이, 상당한 시간을 들여 문제를 품어야 통찰이 나온다. 달걀 여러 개를 이리저리 만지기만 하면서 병아리가 나오기를 바랄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 품는가? 우선 집중적으로 뜯어볼 문제를 정한다. 문제가 너무 크거나 애매하거나 추상적이면 안 된다. 포위망을 좁혀서 정신능력을 예리하게 투입할 수 있도록 정한다. “지금 이 시기에 내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는 ‘무엇’이다”라고 했을 때 그 ‘무엇’이 구체적인 형태로 하나가 튀어나오게끔 한다. 그다음 그 ‘문제’가 제대로 정의되었는지 막연하지는 않은지 검토한다. 퇴행적이거나 막다른 골목으로 생각을 몰도록 질문이 구성되었다면 발전적이고 여러 전략을 시도해볼 수 있는 형태로 질문을 바꾼다. 즉, 가장 잘 풀릴 수 있는 형태로 계속해서 새로 전환해 본다. 마지막으로 여러 가지 생각의 요령, 즉 유추하기, 차원전환, 규칙 깨어 밀고 나가기 등을 이리저리 시도해본다. 실패한 시도는 실패했음을 기록한다. 이런 방식으로 ‘느리게’ 그리고 ‘꾸준히’ 생각한다. 이렇게 ‘빨리빨리 일하는 시간’도 아니요, ‘영화 보고 수다 떨면서 노는 시간’도 아닌 제3의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완전히 완성된 형태로 떠오르진 않는다. 그래도 “이렇게 풀면 되겠군”이라는 핵심 열쇠가 확보된 셈이다. 그 열쇠가 정말로 맞는 열쇠인지는 그에 따라 체계적으로 논리를 전개하고 검토하면 알 수 있다.

실마리가 떠오르는 때는 다양하다. ‘양치질을 하며 그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다가’, ‘관련된 책을 읽다가’, ‘눕거나 앉아서 그 문제를 생각하다가’ 등. 특히 저녁 산책을 추천한다. 산책을 하기 전 문제를 정한 뒤 돌아올 때까지 그것만 생각하는 것이다. 느린 걸음으로, 한산한 곳을 걷는다. 골똘히 생각하면서 천천히 걷자. 돌아와서 메모할 거리가 분명 생길 것이다.

<이것이 공부다>·<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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