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 때는 물이 빠져 걸어갈 수 있는 간월암. 밀물 때는 섬이 된다.
<45> 충남 서산 간월암
하루에 두 번 육지가 되는 섬
하루에 두 번 육지가 되는 섬
달력이 한장 남았다. 팔랑거리는 달력을 보노라니 뭔가 차분하게 정리하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들과 서해의 숨은 명소 간월도로 향해보자.
울창한 소나무 숲을 지나 넘실거리는 겨울바다가 어깨를 겯고 두런거린다. 서산·홍성·보령은 물론 태안반도까지 해안선만 200여㎞에 이르는 천수만, 그 끝자락에 신비한 장소 하나가 존재한다. 물이 빠지면 육지가 되고 차면 섬이 되는, 하늘이 허락할 때만 다가갈 수 있는 곳, 간월도(看月島)다. 소탈한 계단을 올라 좁디좁은 해탈문을 통과하면 간월암(看月庵)이 나타나고 두어 걸음 너머는 비단 같은 서해바다다. 대웅전, 지장전, 요사채(승려들이 거처하는 집)가 손바닥만한 마당에 옹기종기 모여 있으며, 이 작은 섬 가운데 바위산에는 산신령을 모시는 산신각이 있고 반대쪽 바다로는 용왕님을 모시는 용왕단이 마주 보며 삼선각 또한 곁을 나누니 이 작은 간월도 안에 우주가 담겨 있다. 계단참까지 물이 차면 일주문에 이르는 계단이 물속으로 이어지니 계단을 지나 물 위를 걷는 도인이 사는 신비한 세계에 갇히게 되고 우주 속에 고립된 듯 신묘한 분위기가 된다.
이곳 간월암에서 조선의 건국을 도운 무학대사(1327~1405)가 득도했다. 수련을 하던 어느 날 잔잔한 바다에 찬란히 달빛이 비치고, 그것이 오색찬란한 빛을 발하더니 수정보석 같은 기둥이 하늘로 이어지는 순간,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다. 하여 간월도(看月島)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후 스승인 나옹선사는 ‘더 배울 게 없다’ 하여 무학(無學)이라는 법호를 내렸고 본인은 ‘배운 것이 없어서 무학(無學)’이라 했다. 핏덩이 아기일 때 큰 학이 춤을 추듯 펄럭이며 감싸주었기에 무학(舞鶴)이라고도 하니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무학대사의 이름이다. 침묵으로 제자들을 가르쳤던 무학대사와 우주를 담은 간월암, 스스로 세상과의 단절을 행하는 간월도가 그렇게 자리한다. 돌아오는 길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無學? 無學? 舞鶴? 어느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 그리고 간월암은 섬인지 육지인지. 생각할 것 많은 간월도 여행이다.
글·사진 이동미/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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