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미소 2-신국의 땅, 신라>에서 선덕여왕이 등장하는 장면.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47. 뮤지컬 ‘미소 2-신국의 땅, 신라’
47. 뮤지컬 ‘미소 2-신국의 땅, 신라’
신라시대 유적이 곳곳에 자리해 교과서 속을 걷는 듯한 경주는 훌륭한 역사체험 장소다. 기원전 57년 박혁거세로부터 삼국 통일의 위업까지 천년왕국의 유적들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다. 하지만 수학여행지라는 식상함에 상상이 되지 않는다면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문화센터 공연장에서 매일 저녁 일곱 시 반(월요일 제외)에 펼쳐지는 뮤지컬 ‘미소 2-신국의 땅, 신라’(www.shillamiso.com)를 보러 가자.
한번쯤 보고 싶어 했던 선덕여왕의 우아한 자태와 용맹한 화랑들, 스펙터클한 전투장면, 그리고 그들이 입고 나오는 300여벌의 신라 의상은 천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환상적이고 경이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침묵을 지키고 있던 신라가 어둠을 틈타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태초의 하늘이 열리고 박혁거세가 태어나며 거친 파도와 안개가 휘몰아치며 객석 뒤에서 화랑들이 튀어나오고 석굴암 본존불 이마의 보석에서 찬란한 광채가 뿜어져 나오는 공연은 예술과 과학의 만남으로 관객의 오감을 쥐락펴락한다.
아이들과 공연 속 숨은 재미 찾기도 즐겨보자. 신비로움을 표현하는 선덕여왕의 가면은 ‘신라의 미소’라 불리는 얼굴무늬수막새이고 풍월주 용춘이 화랑무를 출 때의 마차는 도기 기마인물형 뿔잔(국보 제275호)을 형상화한 것이며 하늘을 누비는 구름 속 흰 말은 천마총의 천마도(국보 제207호)이다. 복원중인 월정교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석굴암, 대한민국 사적 제1호인 포석정 등 문화유산이 공연 곳곳에 등장하니 미소 2 공연을 보고 나서 공연 속 장소를 찾아보면 더욱 흥미롭게 경주를 둘러볼 수 있다.
이제 경주의 저녁시간이 즐거워진다. 낮 시간은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의 것이지만 해가 지면 천년 전 신라인의 것이니 그들에게 돌려주자. 그들이 춤추고 노래하고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엿보는 것으로 하자. 선덕여왕의 머리 위 신라금관의 화려한 금빛과 곡옥(曲玉)의 영롱함이 경주의 밤을 은밀히 그러나 장엄하게 채운다.
글·사진 이동미/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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