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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수능 뒤, 똑똑한 전공 선택을 위한 몇 가지 조언

등록 2012-12-24 13:01

김상호 박사의 ‘까놓고 진로 톡’
직업·진로 관련 정보는 논문을 찾아보는 게 정확하고 효율적
자기 확신 없다면 진출 분야가 제한적인 이색학과는 피해야
부모의 품을 떠나 성년이 되면 달라지는 점은 자신의 인생에 대한 선택권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선택은 칼날의 양면과도 같아서, 달콤한 자유와 함께 엄중한 책임도 따른다. 우리는 삶 속에서 끝없이 크고 작은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점심 메뉴 선택부터 내게 어울리는 옷 선택, 부동산과 같은 고가 상품 선택에 이르기까지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만족 또는 불만족, 성공 또는 실패 등을 맞이한다. 심지어는 한순간 혹은 사소한 선택에 따라 생과 사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런 생과 사를 가르는 중요한 결정을 많이 해야 되는 대표적인 직업은 의사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여기서는 의술이다). 기회는 스쳐가고, 실험은 불확실하고, 판단은 어렵다”라는 짧은 명언으로 의사가 가지는 선택의 고민을 명쾌하게 표현했다.

성년이 되면 이제 자신의 인생에 대한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젊은이가 하게 되는 3대 선택은 아마 대학수학능력시험 뒤 전공 선택, 졸업 후 직업·직장 선택, 그리고 배우자 선택이 될 것이다. 필자는 수능 뒤 전공 선택과 관련해서 몇 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잘못된 정보와 광고에 현혹되지 마라. 현대사회에서는 일상 속에서 마케팅이나 광고에 끊임없이 노출된다. 티브이를 예로 들면, 우리는 프로그램 사이사이에 흘러나오는 시에프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은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에도 계속해서 간접광고에 노출되고 있다. 드라마의 장면 하나, 대사 하나에도 어떤 의도가 숨어 있다. 이러한 광고 및 마케팅 활동은 인간의 내재된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해낸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인터넷 검색포털의 지식 공유 서비스 속 질문에도 진실한 정보가 아닌 답변이나 글들이 많이 달려 있다. 또한 뉴스나 각종 인터뷰 글조차 홍보의 목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런 정보들 속에서 옥석을 가려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수능 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유망 직업이나 유망 학과 등을 찾는 노력을 할 것이다. 이때 가장 범하기 쉬운 오류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일반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거나, 유사한 질의응답 내용을 검색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얻는 정보에는 상업적 목적으로 쓰였거나 잘못된 정보가 많기 때문에 중요한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로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현란한 광고에 낚이지 않고 양질의 진로정보를 얻는 것은 진로선택에 있어서 나침반을 갖는 것과 같다. 참고로 좋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논문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광고·인터넷 글은 상업적 목적이 많아 신뢰할 수 없고, 신문기사의 경우 검증이 미흡하여 옥석을 잘 가려내야 하지만, 논문이나 보고서의 경우 논리와 근거 등이 함께 제시되므로 객관성이 높은 참조자료가 된다. 따라서 본인이 선택한 직업이나 전공 관련 논문을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2011년 11월 서울 에이티(AT)센터에서 열린 진로직업박람회장에서 참가 청소년들이 카지노 딜러 체험을 해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011년 11월 서울 에이티(AT)센터에서 열린 진로직업박람회장에서 참가 청소년들이 카지노 딜러 체험을 해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둘째, 진로가 확실하지 않거나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이색학과는 피하고 기초학문 분야를 택하라. 즉 기계공학과, 법학과, 경제학과, 전기공학과 등과 같이 학문의 근간이 되는 분야를 택하는 것이 좋다. 흔히 ‘넓게 파야 깊게 팔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진정한 고수가 되려면 넓게 파야 한다. 삽을 들고 구덩이를 지름 10미터로 판 사람은 수십 미터를 팔 수 있어도 처음부터 1미터를 판 사람은 수십 미터를 파 내려가기 힘든 것과 같은 이치다.

흥미와 선택에 대한 확신이 없는 가운데 이색 학과 등을 택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이색 학과의 가장 큰 특징은 배우는 내용이 좁다는 점인데, 해당 직업과의 연계성이 높아서 졸업 뒤 바로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진출할 수 있는 직업 분야의 제한이 크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경영학 전공자의 경우 졸업 뒤 회계, 마케팅, 인사 및 노무관리, 경영정보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색 학과의 경우 입학과 동시에 진출 분야가 제한된다. 따라서 본인의 흥미나 적성에 맞지 않을 경우 진로 변경이 어렵다. 전공 선택에 대한 평소 소신이 없다면 넓은 길을 걸을 수 있는 학과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사실 유망 직업이나 유망 학과들은 묵은 장맛처럼 수십년간 그 이름을 지켜온 기초학문 분야와 관련한 것들이 많다. 따라서 외래어로 겉을 잘 포장한 학과 명칭에 현혹되지 말고, 학문의 근간이 되는 기초학문 분야와 관련한 전공을 택한다면, 미래 큰 직업인으로 뻗어 나갈 수 있다. 만약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고 있다면, 기초학문 관련 전공 선택은 유리한 측면이 더욱 많다.

셋째, 고가의 컨설팅이나 상담을 받기보다는 주위의 가족, 친지, 지인 등에게 먼저 상담을 받아라. 사실 직업이나 진로 관련 상담을 받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기는 하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기는 힘들다. 직업이나 학과 관련 상담은 상담자가 숙지해야 할 지식, 기술, 태도가 너무 폭넓기 때문에 한 사람이 이를 모두 감당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분화된 직업 전망이나 학과 전망에 대한 상담사의 조언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필자는 가급적 가족이나 친척, 지인 중에 실제 그 일을 하고 있거나, 그 학과를 졸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대개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 직업이나 학과에 대하여 대략적인 전망이나 지식, 정보 등을 가지고 있기에 잘 활용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가까이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알고,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물리학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에게 멀리 있는 스티븐 호킹 박사보다는 모교의 물리선생님이 더 좋은 직업 상담자가 됨을 알아야 한다.

넷째, 특별히 하고 싶은 전공이 없다면 가족들이 많이 하는 전공을 택하라. 사실 가족들의 직업 가운데 적합한 직업이 있을 가능성이 많다. 가족은 유전적·환경적으로 나와 가장 닮은 사람이므로, 이들 가운데 성공적 직업모델을 발견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또한 자신의 가족들과 유사한 전공이나 직업을 선택할 경우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예를 들면 해당 직업이나 전공과 관련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축적된 지식, 기술 등의 노하우나 인적 네트워크 등을 공유하게 되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울러 가족 간의 공통 관심사를 구축할 수 있으므로 가족 간 유대관계가 강화될 수 있다. 따라서 직업과 학과 선택에 명료한 확신이 없다면, 가족과 친척들의 직업가계도를 그려보자. 직업 선택 및 전공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끝으로, 자신의 적성에 너무 집착하지 마라. 수많은 책과 글들은 전공 선택에 적성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필자가 아는 지식의 범주에서 적성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비록 적성에는 맞지 않더라도 노력만으로 성공한 직업인이 되는 것은 모든 학과와 직업에서 충분히 가능하다.

20년 동안 찾지 못한 내게 꼭 맞는 직업적성이라는 네잎클로버(꽃말: 행운)를 찾으려 하지 말고, 세잎클로버(꽃말: 행복)와 같이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면, 특별한 재능을 가진 직업인은 아닐지라도 평범한 직업인으로서 살아가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직업적성이란 성공한 1%의 직업인이 되기 위한 욕심일지 모른다. 대부분의 직업인은 각기 다른 다양한 성격을 가졌지만,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살게 된다. 직업적성이 있는지 없는지 너무 고민하지 말고, 얼마만큼 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노력할 준비가 되었는지를 더욱 고민해야 할 것이다. 어려운 수학문제도 처음에는 이해하고 풀지 못할지라도, 반복하여 외우다 보면 이해가 된다. 대부분의 경우 처음엔 없었던 직업적성도 노력하다 보면 적성도 생기고 흥미도 생긴다. 그러니 잘 보이지 않는 적성보다 내 주위 여건이나 환경에 적합한 선택을 하는 것이 오히려 명확한 결과를 만들 확률이 높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자격연구실 연구원

<톡 까놓고 직업 톡>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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