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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스스로 알아서 열심히 하는 아이들의 비결은?

등록 2012-12-31 13:51

2011년 5월 서울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2012 특목고 및 일반고 선택전략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2011년 5월 서울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2012 특목고 및 일반고 선택전략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박재원의 공감학습
자녀의 가능성 믿는 부모의 대응방식이 학습 의욕 살린 덕
칭찬과 보상에만 익숙한 아이들, 동기 사라지면 금방 추락
“조금만 더 공부에 욕심을 가져줬으면…!” “조금만 더 악착같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이제 본격적으로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예비 수험생 학부모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쏟아내는 말들이다. 안타깝지만 냉소적인 답을 하게 된다. “꿈 깨시고 정신 차리시기 바랍니다. 지금부터라도 아이들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곡해하지 말고 잘 헤아려야 합니다. 공부에 열심인 모습을 정말 보고 싶다면 왜 아이들의 마음이 그렇지 못한지 그 속사정을 충분히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혹시라도 부모 욕심에 사로잡혀 부모가 요구하는 대로 아이를 변화시켜 주겠다는 유혹에 넘어가면 정말 희망을 잃게 됩니다.”

예정된 ‘천재’의 몰락

어려서부터 천재 소리를 듣던 아이가 있었다. 공부라는 일이 상대적으로 쉬운, 머리 좋은 아이라고 불리는 경우였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특목고 입시 준비를 위해 전문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던 아이가 순식간에 공부를 외면하는 아이로 돌변했다. 부모는 아이가 왠지 자신감을 잃은 것 같다고 했지만 진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칭찬을 먹고 자란 아이. 특히 동네 학원은 천국이었다. 원장 선생님의 각별한 애정과 관심이 있어 좋았고 시험만 보고 나면 특별한 보상이 주어져 더욱 좋았다. 주변에 널려 있는 ‘공부 찌질이’들을 보면서 우월감을 느끼는 것도 좋았다. 그런데 특목고 전문학원에서 새롭게 경험한 세상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자신에 대한 관심도, 보상도 사라지고, 우월감은커녕 열등감만 자극하는 아이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아이는 도전보다는 도피 쪽으로 기우는 자신의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실망감에 젖어 있는 부모와 절망감에 빠져 있는 아이를 어렵게 납득시켜 진단에는 성공했지만 처방에는 실패했다. 칭찬이 사라진, 보상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아이는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는 솔직한 고백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기 때문이다. 천국의 달콤함에 취해 지옥의 냉정한 현실을 인정하고 다시 도전해보겠다는 마음을 일으키지 못한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강남으로 전학을 하거나 특목고에 진학한 다음 아이가 달라졌다든지, 한번 성적이 떨어지고 난 뒤부터 아이가 갑자기 게임에 빠져 헤어나지를 못한다거나, 이상한 친구를 사귀어 학원에도 빠지고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등의 얘기들이다.

태풍의 눈은 바로 아이의 마음, 동기에 있다. 칭찬이 비난으로 바뀌거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면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될까? 보람이 부담으로 바뀌면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될까? 심리적 패배감이 몰려와 마음이 짓눌리게 된다. 이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진 아이들은 사실상 없다.

우수한 성적에 대한 칭찬 때문에, 명문대 합격에 대한 희망 때문에, 남들보다 앞서 간다는 우월감 때문에 열심히 공부해온 아이들이 바로 문제다. 자신을 지탱해온 이와 같은 동기가 사라지거나 약해지면 한때 공부를 열심히 잘했던 아이들은 속절없이 추락한다. 공부에 소홀했던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명문대 진학을 위해 다시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만 자신의 깊은 속마음은 외면하는 상태가 되고 만다.

추락하는 아이 VS 비상하는 아이

하지만 추락하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비상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비상하는 아이들이 추락하는 아이들과 무엇이 다른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 공부를 통해 칭찬과 보상보다는 재미와 의미를 경험한 아이들이다. 칭찬과 보상이 사라져도 재미와 의미는 그대로 유지돼 공부하고 싶은 마음, 진정한 학습 동기로 나타난다. 성적이 떨어져도 주변에 실망하는 사람보다는 격려하고 지지해준 사람이 많은 아이들이기도 하다. 아무리 성적이 떨어져도 긍정적인 피드백이 있기에 좌절하지 않고 의욕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지적이 인생의 성패를 입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개인 탓으로 돌리는 문화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얼마나 공감을 얻을지 모르겠다.

아이들의 마음은 주변의 반응으로 인해 조형된다. 공부에 대한 아이들의 마음은 주변의 반응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건전한 동기를 가진 적극적인 학습자를 희망한다면 그렇게 반응해줘야 한다. 결코 모순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단순 반복의 지겨움, 억지로 암기하는 고역 등과 같은 불쾌한 감정을 많이 경험하게 되면 공부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이 점점 강해져 결국 소극적인 학습자로 변질된다.

부모가 아무리 간곡하게 호소해도 부모에 대한 미안함보다 훨씬 강력해진, 공부하기 싫다는 거부감을 이겨내진 못한다. 긍정적 기대와 지지보다는 부정적 질책과 압박을 많이 경험한 만큼 아이 자신도 모르게 공부를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지는 것이다. 부모가 아무리 좋은 사교육을 시키더라도 자신의 자존감을 형편없이 짓밟아버린 공부로부터 도망가려는 마음을 주체하기 어렵다. 자신의 마음 안에서 관심을 일으키고 호기심을 충족시키지 못한 채 시험 범위에 대한 부담과 성적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정도에 따라 공부의욕이 달라진다. 부모의 절박한 바람대로 아이도 명문대에 가고 싶어 하지만 부담과 스트레스가 장악해버린 자신의 감정을 달래기 위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부모 먼저 ‘모순된 요구’에서 벗어나야
박재원의 공감학습
박재원의 공감학습

우리 사회는 지금 아이들에게 모순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공부를 자기주도적으로, 적극적으로 하라는 요구는 분명 모순이다.

자신의 노력을 통해 타고난 잠재력을 발현시켜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려는 존재가 인간이리라. 우리 사회의 피드백이 건강하다면 아이들의 잠재력은 긍정적으로 발현되어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피드백이 오염되어 있다면 잠재력 역시 왜곡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비록 경쟁에서 지더라도 노력하는 모습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에서 노력의 가치와 보람을 아는 적극적인 학습자가 나오는 법이다.

아이 공부시키기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명심해야 한다. 더는 아이 탓을 하지 말고 아이 공부에 대한 자신의 반응을 깊이 성찰해봐야 한다. 지금까지 부모로서 아이의 공부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경쟁에 유리한 소수의 아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이들을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학습자로 변질시키고 싶지 않다면, 자신의 마음부터 살펴야 한다. 승자 독식의 사회에서, 맹목적으로 명문대 진학에 목숨 거는 분위기에서 지금까지 자신은 어느 편에 서 있었는지 냉정하게 따져보기 바란다.

아이의 성적에 예민하게 반응했다면, 여러분은 아이 편이 아니었다. 경쟁에 불안해했다면 역시 아이 편이 아니었다. 아이 마음은 모르고 그저 행동만 통제하려고 했다면 여러분은 단연코 아이 편이 아니었다.

아이를 진심으로 생각한다면,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 시험공부보다는 자신의 관심을 열심히 추구하는 아이의 모습을 좋아해야 한다. 경쟁보다는 성장에, 패배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강해져야 한다. 그래야 경쟁에 유리한 소수를 돋보이게 하는 다수 패배자의 삶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되려는 마음을 키울 수 있게 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아이들의 동기를 외면하고 행동을 통제해 부모가 원하는 결과를 안겨주겠다는 유혹을 단호히 뿌리쳐야 할 것이다. 부모의 건강한 피드백 덕분에 적극적인 학습자가 돼 결국 경쟁에서도 성공한 부모들은 말한다. “스스로 알아서 열심히 해줘서 고마울 따름이네요.” 이 말의 진실은 ‘아이가 달라서’에 있지 않다. 절대 그렇게 해석해선 안 된다. 진실은 이것이다.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반응’이 달랐다.

박재원 비상교육 공부연구소 소장, <박재원의 부모효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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