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 변호사의 제대로 공부법
이한 변호사의 제대로 공부법
한 분야를 깊이 있게 아는 스페셜리스트의 시대는 가고 모든 분야를 두루 아는 제너럴리스트의 시대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 환경에서, 좁은 분야의 낡은 지식을 얼마나 꿰고 있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넓게 살펴 적시, 적소에 필요한 정보들을 활용하는 제너럴리스트의 능력이 중요한 때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진단은 공부를 잘못된 방향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누군가 “공부는 좁고 깊게 해야 합니까, 아니면 넓고 얇게 해야 합니까?”라고 한쪽을 굳이 선택해야 하는 질문을 던진다면, “일단 좁고 깊게”라고 답하겠다. 현대의 정보환경은 사람들에게 넓고 얇게 아는 것을 부추긴다. 따라서 깊이 파는 공부를 강조해야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여러 분야의 지식들이 문제 해결에 같이 동원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 그림을 오해해서, 단 한 명의 인물이 자기 머릿속에 있거나 검색해서 찾을 수 있는 각 분야의 지식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안 된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통섭’이란 오히려 각 분야의 ‘사람들’이 협동해서 문제를 푼다는 말이다. 협동에 기여하려면 자신이 숙달한 주된 장비들과 모델이 있어야 한다. 그 위에 다른 지식들에 대한 이해가 덧붙여지는 것이다. 깊이 있게 공부한 것이 없으면서 널리 섭렵만 한 사람은, 한마디로 “평론 낭인”이 된다. 이것저것 인상비평은 할 수 있지만 정작 달려들어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발판이 없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도 평론 낭인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고, 자신들의 협동적 과업을 지휘하라고 맡기지 않을 것이다.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지고 하나도 제대로 보기가 쉽지 않다. 그런 때일수록, 반복훈련을 진득하게 하면서 자신의 중심 발판을 세워야 한다. 그 발판이 있어야 여러 분야의 지식들도 훨씬 더 정연한 방식으로 취사선택해서 섭렵할 수가 있다. 자기중심이란 바로 추론의 장비를 능숙하게 다루는 능력이다. 추론의 장비에는 우선 각 분야의 어느 정도 ‘정형화된 기술’이 포함된다. 그다음은 자신이 문제를 푸는 주된 장(field)이 되는 ‘모델’이 포함된다.
흥미가 가는 지식이 너무 많거나, 흥미가 가는 분야가 너무 없는 젊은이는 스스로에게 두 단계로 질문을 던져보자. 제1단계. “과연 나는 어떤 문제들을 풀고 싶은가?” 제2단계. “그 문제들을 풀기 위해 가장 쓸모 있거나 유망한 ‘기술’과 ‘모델’은 무엇인가?”
그 답이 정해지면, 바로 그것들을 익히기 위한 공부 스케줄을 짠다. 지금 시기의 주된 활동이 아니라도 좋다. 일부라도 시간을 내어 할애한다. 스펙을 쌓기 위해 얼마 안 가 쓰지도 않고 곧 잊어버릴 것들을 훈련하는 것과는 다르다. 수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구조를 매만지고, 개선하기 때문이다. 문제를 풀고자 하는 목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인생을 살아가며 항상 새로운 ‘기술’과 ‘모델’을 익히는 습관이 든 사람은, 좁은 분야에 갇힐 리는 없다. 왜냐하면 이런 사람은, 자기중심을 가지고 훨씬 흥미롭게 다른 지식들을 훑어볼 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는 ‘더 유망하다’고 보이는 기술과 모델이 있으면 당연히 또 그것을 익힐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에 필요한 만큼 깊이 있게 파다 보니 이 분야 저 분야의 지식을 공부하고 그 연결 관계를 알게 되는 것이다. 세상이 정신없이 돌아가도, 진득하게 중심을 다지는 삶만이 그 세상을 파악할 수 있다.
이한 <이것이 공부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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