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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티내지 않았던 활동가…그는 늘 ‘현장’에 있었다

등록 2013-01-06 19:40수정 2013-01-06 21:04

고 오재식 선생이 지난해 11월21일 추자도 사진을 들어 보이며 이영란 작가에게 고향 이야기를 구술하던 모습이다. 사진 이영란 작가 제공
고 오재식 선생이 지난해 11월21일 추자도 사진을 들어 보이며 이영란 작가에게 고향 이야기를 구술하던 모습이다. 사진 이영란 작가 제공
‘길을 찾아서’ 연재 앞두고 별세한 오재식 선생
민주화 지원·기독교 사회참여 주도
옛 중정 문건엔 ‘조직의 귀재’ 기록
구술작업 바탕으로 연재…7일 발인
<한겨레>가 6년째 연재중인 원로들의 회고록 ‘길을 찾아서’ 13번째 이야기 ‘현장을 사랑한 조직가’가 오늘부터 독자를 찾아간다. 그 주인공은 ‘한국 교회일치운동의 대부’이자 ‘민주화·통일운동의 숨은 유공자’인 오재식(사진) 선생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 3일 오랜 암투병 끝에 고인이 됐다. 향년 81. 4년 전 진단받은 피부암과 췌장암을 이겨냈으나, 지난해 봄부터 ‘길을 찾아서’ 연재를 위한 구술 작업을 해오던 중 대장암 수술을 받았고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7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장으로 발인한다.

‘현장을 사랑한 조직가’는 그동안 구술 정리 작업을 해온 이영란 작가가 선생이 남긴 말씀과 민주화운동 관련 활동 기록, 그리고 주변 지인들의 증언을 재구성해 집필한다.

특히 고인은 1970~80년대 일본과 독일 등에서 활동할 당시 국내에서 몰래 전해온 민주화운동 관련 기록과 사진 수만점을 모아뒀다가 2003년 국사편찬위원회에 기독자민주동지회 이름으로 기증했다. 연재에서는 양이 너무 방대해 최근에야 분류작업이 끝난 기증 사료 가운데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사진들을 국사편찬위의 협조를 받아 함께 소개한다.

오 선생은 1932년 12월 제주도(당시 전남) 추자도에서 태어났으나 1945년 학업을 위해 떠난 평양에서 해방을 맞고 47년 월남했다. 그 시절 인연을 맺은 함석헌 선생과 주기철·김재준·강원용 목사 등에게 신앙적·사상적 영향을 받은 그는 ‘38 따라지’ 실향민의 정서를 안고 살아왔다.

서울대 종교학과를 거쳐 미국 예일대 신학대학원에 유학한 그는 ‘사회운동 조직의 대가’로 꼽히는 알린스키로부터 실습훈련을 받은 것을 계기로 평생토록 사회조직 활동가로서 현장을 지켜왔다. 67년 귀국한 그는 한국학생기독교운동협의회(KSCC) 초대 간사와 한국와이엠시에이(YMCA) 간사,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총무 등을 맡아 기독학생운동에 앞장섰다.

특히 70년대 아시아기독교교회협의회 간사로서 일본에 거주하면서 유신독재에 항거하는 국내 민주화 투쟁을 지원했다. 지명관 선생이 ‘TK생’이라는 필명으로 월간지 <세카이>(세계)에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을 연재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후원하는 등 국외 민주화운동의 숨은 조직가로 활약했다. 이 때문에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 이후에야 귀국할 수 있었던 그는 80년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선교훈련원장과 통일연구원장을 맡아 기독교 사회참여와 에큐메니컬(교회일치) 운동을 주도했다. 88년부터 세계교회협의회(WCC) 개발국장과 제3국장에 올라 제3세계 개발원조 사업을 생명문화운동 차원으로 확장시키는 데 기여했고, 94년 다시 귀국해 참여연대 창립대표 등을 거쳐 월드비전 회장, 월드비전 국제본부 북한국장으로서 북한 구호사업을 통해 평화통일운동의 ‘물꼬’를 텄다.

그는 옛 중앙정보부 비밀사찰 문건에 ‘조직의 귀재’라고 적혀 있었을 정도로 늘 ‘인권과 인도주의 정신’을 실천하는 운동 현장에 있었으나 “현장이 시켜서 한 일일 뿐 내가 한 게 아니다”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그의 팔순 기념으로 헌정된 회고록 <나에게 꽃으로 다가오는 현장>(대한기독교서회)이 나왔을 때 서광선 교수, 박형규 목사, 안재웅 대한와이엠시에이연맹 이사장 등 평생 지인들조차도 “이렇게 많은 일을 해냈으면서도 한번도 티를 내지 않았다”며 놀라워할 정도였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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