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 변호사의 제대로 공부법
어떻게 하면 흥미진진하게 공부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은 “어떻게 하면 문제를 잘 풀 수 있을까?”라는 것과 같다. 그에 대한 하나의 답은, 먼저 공부한 훌륭한 사람들이 다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살펴보라는 것이다.
진지하게 살펴보기로 결심한 먼저 공부한 사람들을, 공부하는 사람 머릿속에 있는 앎(知)의 올림포스 신전에 사는 지적 영웅들이라 부를 수 있다. 누가 그 전당에 존재할 것이냐는 공부하는 사람 본인이 결정한다. 많은 사람들이 훌륭하다고 인정하는 사람만 그냥 좇아서는 안 된다. 자신에게 무언가 탁월한 앎의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자신이 푸는 문제의 해결 단서를 어딘가에 놓아두었으리라고 신뢰하는 사람을 지적 영웅으로 두어야 한다.
지적 영웅은 스승이다. 직접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상관없다. 탁월함으로 가는 길을 열어준다면 누구나 스승으로 삼으면 된다. <스승은 있다>의 저자 우치다 다쓰루는 훌륭한 스승을 만나는 것은 연애와 비슷하다고 한다. 한마디로 그 스승이 ‘훌륭하다’고 생각한 사람에게만 의미가 있는 결정적인 사건이라고 한다.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이 선생님의 진가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나뿐이야” 하고 믿을 때 가장 폭발적인 배움의 욕구가 생기는 사제 관계가 성립한다고 한다.
따라서 지적 영웅을 어릴 때 읽은 위인전 속의 인물처럼 대해서는 안 된다. 즉, “아, 저런 걸 성취하다니, 참으로 대단하네!” 하고 감탄하고 경외하는 것으로 그치는 건 금물이다. 우선, “저 사람은 어떻게 저걸 풀었을까? 그 과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어떤 요령과 방법을 썼길래 이런 창의적인 해결에 도달했을까?”를 역추적한다. 이로써 나는 그 영웅의 어중이떠중이 팬을 넘어서게 된다. 결론은 누구나 아는 것이다. 그러나 과정을 상상하고 이해하는 것은 진정한 제자만이 할 수 있다.
둘째로, 지적 영웅이 작업한 범위에서만 그 해답의 가치를 음미하려 하지 말고, 그와 연결된 다른 영역에도 그 해답을 적용한다. 스승이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표층의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는 심층의 사고방식, 원리를 밝혀 그것을 확장한다. 선학자가 이야기한 것을 명료한 명제들로 논리적 순서를 만들어 정리해보면 이 작업에 크게 도움이 된다.
셋째, 지적 영웅이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 봉합했던 문제, 얼버무렸던 문제들을 집중 탐구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스승이 이야기한 것은 가능한 한 최선의 형태로 먼저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구축된 앎의 구조를 엉터리로 왜곡해놓고 비판하는 것은 시간낭비다. 그 구조를 제대로 보았을 때도 미해결된 문제야말로 진짜 유망한 문제들이다. 그리고 유망한 문제를 푸는 건 스승의 가르침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일이다.
넷째, 거듭 그 의미를 생각한다. 그러면 지금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열쇠를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얕게 생각했을 때는 전혀 관련 없는 내용들이, 반복해서 곱씹을 때 독특한 향기와 맛으로 배어나오면서, 중요한 패턴과 구조를 띠고 드러나게 된다.
마지막으로, 앎의 전당에 사는 영웅들의 지위는 잠정적이다. 공부를 하다 보면 어차피 새로운 영웅을 영접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물갈이가 된다. 언제까지나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스승도 있지만 그 관계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선학자의 가르침도 고정된 밀교(密敎)의 교리가 아니다. 우리는 단지 같은 전통에 속해 연관된 주제들을 함께 고민해 나갈 뿐이며, 그들은 단지 나의 앞에 섰던 거인들일 뿐이다. 이한 <이것이 공부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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