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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수학은 죄가 없다! 잘못된 학습법이 수갑 채웠을 뿐

등록 2013-02-04 09:42

<착한 수학>쓴 최수일 수학교육연구소장
부모가 수학 좋아하면 아이도 거부감 없어
일상에서 수학적 요소 찾아주는 노력 필요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이 나온 이유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학을 어려워하고 싫어하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들이 이 교과를 싫어하지만 울며겨자먹기로 공부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전세계가 인정한 문제풀이의 달인이지만 수학에 대한 흥미도는 낮다. 학생들은 고교를 졸업하면서 수학 문제집부터 버리고 싶다고 말한다. 대체 수학이 이렇게 미운 교과가 된 이유는 뭘까?

최수일(사진) 수학교육연구소장은 수학에 주홍글씨가 새겨진 이유를 두고 “수학은 죄가 없다. 잘못된 수학 학습법이 수학을 꽁꽁 묶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얼마 전 <착한 수학>이라는 책을 통해 학생들이 더 이상 ‘나쁜 수학’을 만나지 않도록 하는 수학 공부법을 제안했다. 최 소장을 만나 책에 관한 이야기부터 수학교육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최 소장은 약 30년 동안 수학교사로 근무하다가 2011년 8월에 명예퇴직을 하고, 수학교육연구소를 설립한 뒤 수학 교육과정과 수학 대중화에 대한 연구 등을 하고 있다. 2012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학부모 수학교실 운영 연구사업단장으로 전국 각 시·도 초등학교를 다니며 수학 학습법에 대한 강연을 했다. 현재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공동대표와 인하대학교 수학교육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기존 수학교육법에 대한 회의가 많다.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나?

“아이들은 수학이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12년간의 수학 교육과정을 보면 탑과 같은 형태로 세워져 있다. 뭐 하나를 빼면 우르르 무너지는 구조다. 이건 일종의 전과자를 양성하는 나쁜 교육이다. 아이가 오늘 공부한 만큼 삶에서 보람을 느껴야 한다. 실수가 있어도 만회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근데 수학 교육과정이 탑처럼 세워져 있어서 아이들은 한 번의 실수로 전과자가 된다.”

-교육과정의 문제를 지적했는데 교육과정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수학으로 더 이상 아이들을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육과정을 탑으로 세우지 말고 눕혀야 한다. 예를 들어, 사춘기 때 가정형편 때문에 방황하다가 잠깐 공부를 놓을 수도 있다. 그러다가 다시 공부 좀 해보자고 시도를 했을 때 공부를 놓았던 과거가 큰 영향을 주어선 안 된다. 근데 지금 방식은 한번 실수를 하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구조다. 실수한 경험이 있어도 다시 잘할 수 있게 해주는 인간적인 교육, 공평한 교육이 필요하다.”

-수학학습에서는 학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이 나오면서 벌써 스토리텔링 수학 관련 학원에 보내는 학부모들도 많다. <착한 수학>은 학부모들에게 필요한 지침들을 많이 담고 있던데 수학에 대한 학부모들의 오해는 뭔가?

“궁극적으로 엄마들의 희망은 아이가 시험 점수를 잘 받아 오는 거다. 근데 학교 시험은 배우지 않은 데서 나오지 않는다. 교사가 ‘이번 중간고사 어디까지 본다’고 하면 이미 지난주에 끝난 진도까지를 의미한다. 지난주 것까지 복습이 돼 있으면 지장 없는 거다. 근데 무조건 선행학습을 하는 학원부터 보내려고 한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학부모가 매일 복습을 한다는 조건으로 아이와 함께 수학을 만났으면 좋겠다. 일주일에 4일 정도 시간 투자한다고 생각해보자. 아이에게 하루에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 정도 그날그날 배운 것을 말로 표현하게 해주는 거다. 그것만으로도 정리가 된다. 아이가 그날 배운 걸 엄마에게 설명할 줄 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여유가 더 있다면 문제집을 같이 풀어보면 좋다. 이때도 복습과 연습 차원에서 풀게 해야 한다. 풀이집은 최대한 멀리하고 공부해야 한다.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 부모한테 말로 설명해달라고 하면 좋다. 말은 논리가 없으면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이도 잘 몰라 설명을 못하면 하루이틀 더 공부해서 설명해달라고 기다려줘라.”

-아이들이 수학을 ‘나쁜 수학’이 아닌 ‘착한 수학’으로 만나려면 궁극적으로 뭐가 필요하다고 보나?

“수학에 대한 정확한 철학을 가진 사람 옆에서 공부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한 반에 30여명이다. 학교 교사가 아이들을 일일이 다 챙기기 어렵다. 가정에서 또래학습, 수학사전과 수학일기 쓰기 등을 시도해보게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아이가 부모한테 수학을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면 좋겠다. 머리를 흔들 필요 없다. 부모보고 직접 가르치라는 게 아니라 함께 해주라는 거다. 학교를 명예퇴직한 뒤에 유럽 수학체험여행단을 인솔하는 일도 하고 있다. 이 일을 하면서 느낀 게 많다. 한번은 체험여행중에 탄젠트 개념이 나온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아이가 ‘저는 어떻게 해요?’ 묻더라. 형들한테 배우면서 하라고 했더니 아이가 ‘선생님. 이거 비례 아닌가요?’ 이렇게 말하더라. 탄젠트가 말이 어려워서 그렇지 개념과 원리를 알면 초등학생들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중학교 수학에서 탄젠트라고 어려운 이름을 붙여놓고 아이들을 무섭게 했다는 걸 알았다. 중학교 수학은 초등 수학의 연장선으로 봐도 무방하다. 초등 수학을 탄탄히 해두면 중학교 가서 아이 스스로 복습할 힘이 생길 것이고 그 어렵고 ‘나쁜 수학’ 앞에서도 힘들어하지 않게 될 거다.”

-올해 ‘매스 페스티벌’의 조직위원장도 맡았다. 올해 행사 강의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뭔가?

“옛날에는 교사가 자신이 아는 수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식의 수업이 많았다. 근데 지금은 많은 강의에서 수학 앞에서 아이들을 주눅이 들게 하지 말고, 알아도 모르는 척 빠져 있으라고 강조하라는 이야기들을 한다. 어떤 강의에서는 처음부터 ‘Teacher! shut the mouth’라고 말하더라. 학생들 스스로 탐구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수업을 디자인하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뭔가?

“수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다. 마치 뭘 먹고 한번 체하면 그걸 먹을 때 반드시 체하는 것과 같다. 수학에 대해서는 알레르기 반응들을 한다. 내 책을 보면 소설가 김정희씨, 평범한 학부모 김민숙씨가 뒤늦게 수학책을 펼쳐든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가 수학을 좋아하게 만들려면 부모가 좋아해야 한다. 다 가르치라는 얘기가 아니다. 부모가 수학이 왜 좋은지 이해하기 위해 교양과 지식을 쌓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생활 속에서 수학을 만나게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초등학교 수준의 수학은 부엌에도 있다. 커피를 탈 때 설탕 조절을 하면서 “몇 대 몇으로 탔니?” 이렇게 물어보면서 비례 이야기를 꺼낼 수도 있다. 생활 속에서 수학적 요소를 찾으면서 아이가 수학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쌓게 했으면 좋겠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i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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