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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체육시간에 ‘얼음땡’, 음악시간에 뮤지컬…이런 수업 어때요?

등록 2013-02-04 09:57수정 2013-02-04 10:26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수업 위해서는 계획을 잘 세워야
예술의 교육적 의의는 자유체험 통해 창의성 끌어내는 것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탕탕)” 지난 1월28일, 서울 신방학중의 여학생 농구반 오전 방과후 수업 시간. 추운 날씨에도 체육관은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농구 버전은 이전과 동일하되 하체는 움직이지 않으면서 농구공을 계속 드리블하는 규칙이 추가됐다. 술래의 손을 끊고 도망갈 때도 드리블을 멈춰서는 안 된다. 이들은 드리블, 골밑슛, 레이업슛 등의 동작연습을 한 뒤 다양한 놀이에 농구를 접목시킨 ‘기발한’ 게임을 했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외에도 팀을 나눠 같은 팀끼리 연달아 패스를 10번 성공시키면 이기는 패스게임, ‘얼음땡’ 등이 이어졌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쉬는 시간도 마다하고 계속 수업을 진행하자고 졸라댔다.

학생들은 하나같이 “다양한 게임을 친구들과 같이 하는 게 정말 재밌다”며 “정규 수업시간에는 한쪽에 앉아서 참여를 안 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이 수업은 다들 적극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서 하기에 수업시간 내내 학생들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농구를 배우고 즐겼다.

이 수업을 맡은 김동철 교사는 “자유시간이 필요 없는 수업시간, 수업 자체가 재미있는 체육시간”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는 “체육수업이 가장 쉬울 수도 있지만 어렵다면 또 가장 어렵다. 학생들의 성향을 다 반영해서 수업을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체육수업을 만들기 위해선 수업계획을 잘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령, 조를 짤 때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를 고루 섞어서 짠다. 못하는 아이 때문에 승부에서 지게 되면 아이들은 처음엔 화를 내고 욕도 하지만, 나중에는 자신이 속한 팀이 이기기 위해 그 아이를 가르치면서 상호협력의 자세를 배울 수 있도록 이끈다”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즐거운 수업만큼이나 ‘의미 있는 수업’을 교육목표로 삼고 그 의미를 ‘인성’에서 찾는다. “교과부에서 제시하는 창의적 인성에서 ‘인성’ 부분을 체육이 담당할 수 있다. 협력, 도전정신과 같은 다양한 인성요소가 체육수업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최근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체육수업 시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시수를 늘린다고 그것이 학교폭력 예방으로 직결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수업을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교육당국은 기존의 시스템에 창의요소만 끼워 넣지만 이런 단편적 조처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구로공단 근처에 위치한 구로중은 다문화가정 학생과 저소득층 학생의 증가로 교육기회를 균등히 하고자 하는 교육복지지원을 받고 있다. 이 예산으로 매해 12월에 ‘뮤지컬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뮤지컬 동아리뿐만 아니라 3학년 학생들이 학급별로 1편씩의 뮤지컬을 직접 기획하고 연출해 구민회관에서 공연한다.

“뮤지컬의 필요 요소가 모든 과목에 다 들어 있어요. 시나리오를 쓰는 건 국어, 댄스 연습은 체육, 공연 소품을 만드는 건 기술, 의상 제작은 가정, 무대장식은 미술, 이런 식으로요.” 이 행사를 총괄하는 홍진표 음악교사는 과목의 틀을 넘어선 통합적인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문화적 감수성을 익힐 수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페스티벌은 12월에 열리지만 준비기간은 거의 1년이다. 4월에 연출자를 모집하고 여름방학 때 연출, 음향 및 조명 담당 학생들은 사전교육을 받았다. 학생들은 긴 시간 작품을 위해 열정을 쏟은 만큼 배운 점도 많았다. 천이지양은 지난해 페스티벌에서 금상을 수상한 작품 <엄마>의 극본을 썼다.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아 곧 대학로 무대에서 공연될 예정이라고 한다. 천양은 “처음엔 각본을 맡을 생각도 없다가 우연히 담임선생님 권유로 하게 된 거라 상을 탔을 때 얼떨떨했다”며 이번 기회로 재능을 찾은 것 같다고 했다. 축제 영상을 담당했던 이대현군도 “원래부터 카메라를 좀 다루긴 했는데, 이 행사에 참여하면서 영상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어졌다. 고등학교에 가서도 영상 쪽으로 외부활동을 많이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수창군은 “학급 전체가 한 명도 소외되지 않고 행사 준비를 하다 보니 말 한마디 안 했던 친구와 준비 과정에서 친해지기도 했다”며 몇몇 친구들은 뮤지컬 준비 기간에 서로 다투기도 많이 다투고, 공연을 마친 뒤엔 서로를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다고 한다. 옆에 있던 이은별양도 “뮤지컬 공연을 준비하면서 친구들과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화하고 소통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학생들이 이렇게 뮤지컬을 통해 문화적 감수성과 인성, 문제해결력 등을 배울 수 있다면 예체능교육의 소외는 사라지지 않을까. 그러나 홍교사는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학부모들과 사회 풍토를 지적하며, 입시 위주의 교육시스템 자체가 변하지 않는 한 교사들의 수업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술교육의 의미에 대해 “자유체험으로부터 창의성이 나오고 이것이 바로 예술의 교육적 의의인데 요즘 학교는 너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식이다. 그럼 자유로운 사고 의지가 자연스레 박탈되고, 예술의 교육적 의의마저 상실하고 만다”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 역곡중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박만용 교사는 “신나는 미술시간을 넘어, 삶이 담긴 미술시간을 만들고자” 항상 노력한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그리는 것이 미술을 잘하는 것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다. 그 오해의 틀에 맞춘 ‘잘 그리기’를 하고 싶으면 사진을 찍거나 복사기로 똑같이 찍어내면 된다. 이런 관념을 깨면 구체적인 방법에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미술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얘기했다.

그는 창의성을 강조하며 “창의적이라고 말하려면 3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남과 달라야 하고,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으며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라며 “이런 걸 수업에 적용시키면 아이들이 참 재미있어한다”고 했다. 박 교사는 아이들로 하여금 삶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통해 참여를 이끌어낸다. 그의 수업에선 발바닥에 물감을 잔뜩 묻히고 종이 위를 뛰어다니기만 해도 바로 작품이 되고, 운동장 모래판에서 흙장난을 해도 작품이 완성된다. 또한 학생들이 직접 영상을 만들거나 축제 기간에 각종 설치미술을 이용해 교내 이곳저곳을 재미나게 바꾸기도 한다. 이렇게 독특한 수업은 활동을 통해 학습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그의 신념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감성과 창의성이 인생을 살아갈 때 가장 중요하다”는 박 교사의 말은 입시라는 제도의 틀에 갇힌 학생들이 그토록 듣고 싶어 하는 말이 아닐까. 또한 홍 교사는 3학년 학생들에게 “올해가 제대로 된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깐 한 해 잘 보내자. 고등학교에 가면 예술체험이고 뭐고 입시에 얽매일 테니”라고 종종 말한다고 한다. 더 이상 이런 슬픈 이야기를 듣지도, 말하지도 않는 날이 와야 하지 않을까. 아하! 한겨레 8기 학생수습기자

김예진(저동고) 황운중(영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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