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순화의 궁금해요 대안교육, 대안학교
아들은 일반 학교를 2년 동안 다닌 후에 대안학교로 옮겼다. 처음부터 대안학교에 입학한 것이 아니고 중간에 편입한 만큼 사연이 없을 리 없다.
일반적으로 대안학교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부모들이 처음부터 대안교육에 가치를 두고 1학년부터 입학시키는 경우와, 대안학교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평범하게 아이를 일반 학교에 입학시켰다가 아이가 부적응 반응을 보여 이런저런 방황과 고민 끝에 대안학교로 오는 경우다. 보통은 이 두 가지 경로지만 우리는 좀 복잡했다.
나는 아이의 교육 문제를 꽤 오래 고민해 왔다. 늦게 결혼해서 첫아이를 얻고 나니 아이가 너무 귀하기도 했지만 공교육 안에서 보냈던 내 학창시절이 결코 행복하지 않았기에 학교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강했고, 내 아이를 다시 그 틀 속으로 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때는 내 아이가 입학할 무렵이면 학교도 많이 달라져 있겠지, 우리 교육도 분명 많은 변화가 오겠지… 하는 순진한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매일 신문지면을 달구는 학생들의 왕따와 자살 문제, 일제고사를 비롯한 성적별 줄 세우기, 사방에서 아우성치는 사교육에 대한 부담은 순진했던 내 기대를 무너뜨리기엔 너무나 충분했다.
새도시의 아파트 숲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해 바로 첫아이를 낳고 기르는 동안 같은 아파트 아이들로만 채워지는 단지 내의 초등학교, 똑같은 학원을 다니고 똑같은 집으로만 몰려다니며 노는 아이들과, 네 살만 되면 어린이집 문을 두드리고 학습지를 시작하고, 똑같은 곳에서 쇼핑하고 같은 정보를 나누는 엄마들의 획일적인 문화에 일찌감치 진저리를 느꼈다. 삶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 이 속에서 절대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은 느낌, 나 역시 이 속에 있으면 여느 엄마처럼 학원 정보지를 뒤적이며 내 아이 성적 올리기에 열을 올리게 될 것 같은 두려움이 커졌다.
아이가 네 살 무렵부터 다른 교육을 꿈꾸기 시작했다. 대안교육과 대안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리는 잡지를 구독하며 용기도 희망도 얻곤 했다. 막연하게 홈스쿨링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큰아이가 다섯 살 때 둘째를 낳고, 늦은 나이에 또 셋째를 가지게 되면서 홈스쿨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뒤에는 아이들이 즐겁게 배우고 자라는 작은 학교들을 찾기 시작했다.
경기도 이천으로, 양주로 이름난 작은 학교들을 찾아다녔다. 학교들은 다 좋았다. 그러나 남편의 직장이 늘 걸렸다. 남편은 나만 좋으면 주말부부로 지낼 수도 있다고 했지만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 가족이 분리될 수는 없었다.
아들은 여섯 살 때 잠깐 동안 새도시 외곽에 있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다녔는데 그 동네에 40년 된 작은 학교가 혁신학교로 바뀐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 동네라면 지금 사는 곳에서 전철역으로 한 정거장만 더 가면 되고 남편의 출근도 가능했다. 거리상으로는 멀지 않지만 대부분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그곳은 사방이 논과 밭이었고, 여전히 농사를 짓는 어르신들이 살고 계신 곳이었다. 막 집을 사서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지만 남편을 어렵게 설득해 그 동네로 이사를 했다.
일곱 살 된 아들은 유치원도 다니지 않고 엄마와 여동생과 함께 지내면서 입학을 고대했다.
셋째는 1월에 태어나고, 첫째는 3월에 입학을 앞둔 그때만 해도 모든 일이 잘될 것 같았다.
신순화 <두려움 없이 엄마 되기> 저자·<한겨레> 육아사이트 베이비트리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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