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학력 및 사교육비 지출별 수능 평균점수
김경근 교수 연구 조사
수험생 부모의 소득 및 학력에 따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점수가 비례한다는 사실이 실증적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
수능점수와 수험생의 계층적 배경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힌 김경근 고려대 교수의 연구 결과는 수능점수와 사교육비 지출의 정비례 관계를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부모의 학력·소득수준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가 확인된 적은 있으나, 이에 따른 수능 성적의 계층별 격차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적은 없었다. 또 계층별 수능점수 차이는 지역별 수능점수 차이로 그대로 이어진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부유층과 고학력 거주자가 많은 서울 강남지역 학생들과 지방 읍면지역 학생들 사이에 평균 43.85점의 격차가 나타났다. 서울지역 안에서도 강남·서초구 학생들(평균 314.70점)과 ㄱ·ㅇ구 학생들(평균 279.41점) 사이에는 35점가량의 큰 격차가 있었다. 사교육비 역시 차이가 컸다. 서울 강남지역 학생은 평균 79만3500원을 써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거듭 확인됐다. 읍면지역 학생은 평균 16만1300원을, ㅇ·ㄱ구 학생들은 평균 41만600원을 썼다.
지역별로 수능점수는 큰 차이가 나지만, 학급당 학생 수나 교사 1인당 학생 수 등 학교 교육여건에서는 지역별 격차가 크지 않은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오히려 학급당 학생 수(서울 34.22명, 읍면지역 29.10명)나 교사 1인당 학생 수(서울 16.74명, 읍면지역 12.70명) 등 객관적인 교육여건에서 읍면지역이 오히려 앞섰다. 이는 수능점수에 대한 공교육의 영향력이 크지 않음을 보여준다.
부모의 소득과 학력 이외에 직업도 수능점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지가 고위 전문직 및 행정관리직인 경우 수능점수 평균이 324.13점인 데 비해 생산직 및 기능직에 종사하는 아버지를 둔 학생은 평균 287.72점을 기록했다. 일반 기술직 및 사무직 종사자 자녀들은 303.97점, 판매직 및 서비스직 종사자 자녀들은 299.57점을 얻었다.
이번 연구에서 부모의 소득이나 학력에 따라 분류한 학생집단의 수능 평균점수는 해당 지표와 한치의 어긋남 없이 정비례했다. 특히 부모의 경제력 및 학력, 사교육비 지출 규모, 수능 점수 등 3가지 요소가 모두 비례한다는 사실은 ’학력 대물림’ 현상이 사교육을 매개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력 차이→사교육 기회의 차이→수능점수 격차’라는 교육 불평등의 악순환 고리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김 교수는 “전통적으로 계층간 간극을 메우고 사회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식돼왔던 교육이 이제는 계층 고착화·양극화의 핵심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선진국에서는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한 대책 수립에 힘을 쏟고 있으나 우리는 그동안 교육복지 투자에 인색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학업성취가 상대적으로 뛰어난 소외계층 자녀들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포부를 미리 접거나 하향 조정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용현 기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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