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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박쥐가 5000만년 동안 번성한 원동력은?

등록 2013-02-25 10:27수정 2013-02-25 10:28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최형선 지음, 부키
<동물 상식을 뒤집는 책>존 로이드·존 미친슨 지음, 전대호 옮김, 해나무
생태 관련 책을 읽다 보면 동물의 생태를 인간의 행위와 비교하는 대목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 또한 그러하다. 저자는 초원의 포식자 치타에게서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긍정의 힘을 찾아내고, 높은 고도로 날아가는 줄기러기로부터는 비용-편익 분석에 따른 최적의 선택을 이끌어낸다. 땡볕 내리쬐는 사막을 일정 속도로 걸어가는 낙타에게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평한 마음을 읽어내고, 무리지어 사는 일본원숭이의 위계에서 쌍방향 의사소통을 발견한다. 반면 캥거루와 같은 유대류의 새끼 돌보기에서는 과잉 양육의 문제를 제기하며, 사람 사는 집을 가로질러 먹이를 구하지 못하고 굶어 죽는 자이어트판다의 비극을 공주병의 폐해와 연결한다.

이런 태도를 인간 중심적인, 자의적 해석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비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책을 천천히 끝까지 읽고 나면 왜 저자가 그토록 동물로부터 뭔가 배울 것을 찾아내는지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박쥐의 생존 전략을 예로 들어보자. 박쥐는 현생 포유류 중 가장 오래된 종이다. 박쥐가 5000만년 동안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강한 경쟁자와의 충돌을 피하고 주변의 다양한 먹거리를 취하면서 환경 변화에 지속적으로 적응해온 데 있다. 저자는 이러한 박쥐의 생태를 더불어 살기 위한 전략으로 설명하며, 인간 사회의 경쟁과 공존으로 연결한다.

인간 사회에서 경쟁은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함으로 회자되는 경우가 많다. 경쟁 우위에 서기 위해 남을 모함하고 공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저자는 이런 경쟁이 기력의 낭비이며 좋은 결과를 낳지 못한다고 본다. 그리고 상대를 공격하고 눌러 이기는 방식의 경쟁이 아닌 자신의 특기에 집중하고 여지를 찾아내어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박쥐가 멸종하지 않고 긴 세월을 생존해 오며 전 지구적으로 퍼져 살 수 있었던 것은 서식지 환경에 맞는 각기 다른 외양과 습성으로 분화한 데 있다. 지구상의 모든 박쥐는 같은 조상에서 유래했지만 현재 박쥐의 종류는 1000종에 이른다. 여지를 발견하고 알맞게 적응한 결과다. 이를 통해 저자는 인간 또한 각자의 개성을 살리는 가운데 다양한 목적과 가치가 공존함으로써 평화롭게 공존할 것을 제안한다.

이처럼 저자의 분석은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다른 존재를 나와 연결된 생명으로 이해하고, 그들로부터 생존의 지혜와 생의 경이로움을 발견하는 작업이다. 다소 주관적이긴 하지만 나름의 의의와 가치는 충분히 있다. 자연으로부터 배우고, 배운 것을 전달하는 저자의 따뜻한 마음의 결을 느끼며 읽는다면 지식과 더불어 지혜까지 얻을 수 있을 듯하다.

여러 동물의 생태를 설명한 또 하나의 책 <동물 상식을 뒤집는 책>에서는 인간을 동물에 속하는 하나의 종으로 소개한다. 한국어 번역본에는 복잡한 의사소통 수단을 지닌 동물 집합에 포함시켜 앵무새와 침팬지 사이에 끼어들어가 있고, 알파벳 순서로 정리된 원서에는 말(horse)과 벌새(hummingbird) 사이에 있다. 순서상 맨 앞이나 맨 뒤에 놓지 않았고, 특별히 많은 분량을 할애하지 않았으며, 다른 동물을 소개할 때와 똑같은 어투로 인간의 두드러진 특징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저자가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읽을 수 있는 구성이다.

이 책에는 동물마다 짧은 부제가 붙어 있는데, 인간에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유인원’이라는 작은 제목이 달려 있다. ‘이야기를 지어낸다’는 말에는 여러 의미가 포함된다. 이야기를 지어내기 위해서는 인과관계를 구성하는 논리적 사고, 듣거나 읽는 이의 감정 변화나 반응을 고려하는 공감능력, 현실과 비슷하지만 현실은 아닌 허구의 공간과 인물을 만들어내는 상상력, 무엇보다 그런 생각을 적절히 전달하는 언어 구사력 등 여러 능력이 필요하다. 이들은 모두 인간의 특성에 해당된다.

인간은 동물을 경배하고, 동물로부터 배우며, 동물에 의지하고, 동물을 이용하며, 동물을 잡아먹는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이처럼 각자의 생존을 위한 더불어 살기에서 한참 더 나아간 지점에 있다. <동물 상식을 뒤집는 책>에서도 인간-동물 관계의 여러 측면을 읽을 수 있다.

벌, 고양이, 지렁이, 당나귀, 말 등은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다. 벌은 경험을 통해 학습하고 인간의 얼굴까지 구분할 수 있는데, 그리스, 이집트, 바빌로니아인들은 이런 벌을 신성시했다. 고양이를 기르는 이들 중에 스스로를 고양이의 집사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은데, 고양이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람을 길들여왔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고양이를 신으로 받들고 고양이가 죽으면 자신의 눈썹을 면도하며 애도했다. 고양이에게 눈썹이 없기 때문이다. 이집트인들은 지렁이, 당나귀 등도 귀히 여겼는데, 지렁이를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해졌고, 당나귀는 태양신 ‘라’와 동격으로 대우받았다. 말 또한 고대 이집트를 비롯해 아시아와 유럽 대륙 전역에 걸쳐 숭배되었다.

한편 인간의 필요에 의해 이용되는 동물도 많다. 거머리는 멍과 혈종의 제거, 피부 접합 부위의 처치 등에, 이스라엘 노란전갈의 독은 뇌종양 치료에 이용되고 있으며, 개구리는 진통제 등 의약품 원료를 찾아내기 위해 연구되고 있다고 한다. 생쥐는 질병 및 유전학 연구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동물이다. ‘이야기를 지어내는 인간’이 지어낸 이야기에서도 동물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 껴울리다는 공명(共鳴)하다는 뜻입니다.

한겨레교육 강사, <통합 논술 교과서>·<유형별 논술 교과서>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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