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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당신도 혹시 ‘부모교육 쇼핑족’ 아닌가요?

등록 2013-03-11 10:04

박재원의 공감학습
대한민국 학부모들, 정말 고단하다. 사교육비 부담에 정보 수집까지, 이제는 부모교육도 받아야 한단다. 바야흐로 학부모교육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지고 있지만 신뢰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나 체계적인 시스템이 공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로 사적 영역에서 벌어지는 학부모교육은 매우 심각하다. 교육이라기보다는 사실상 ‘학부모 대상 마케팅 전쟁’이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학부모들이 갈망하는 정보를 주고 신뢰를 얻어 결국 영업을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위기의 학부모’ 구하기

거래조건에 맞게 문제해결을 도와주는 것이 상담이라면 교육은 문제해결능력 자체를 길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학부모교육에 처음 열을 올린 곳은 대치동이다. ‘무면허’에 ‘난폭운전’까지….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대치동 엄마들의 성공 스토리에 홀려 대치동으로 진출한 부모들의 모습은 너무도 위태로웠다. 전학 간 학교에 적응하기도 어려운 아이를 이끌고 대치동 학원가를 전전하는 엄마들의 모습이 기억난다. 엄마는 의기양양, 하지만 마지못해 끌려다니는 아이 모습에서 일촉즉발의 위기를 감지했다.

‘엄마표 교육’이 학교 선생님과 수업 무시하라는 말 아냐
가장 강력한 힘은 공감…아이와 함께 공부법 찾아야 성공

열을 올린 두번째 사연은 ‘엄마표’가 발단이었다. 그래도 학교와 선생님들을 믿어야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고 말하지만 왠지 공허하다. 하지만 학교에서 운영되는 교육과정에 대한 신뢰는 반드시 필요하다. 조기 영어교육이 그렇고, 수학 선행학습도 그렇듯이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무시하는 일들이 다반사로 벌어진다. 심지어 엄마가 정보력을 활용해 아이의 교육과정을 새롭게 짜는 ‘엄마표 교육’이 마치 대세인 양 떠들기도 한다.

‘엄마표 영어’의 긍정적 기여를 충분히 인정하지만 학교 교육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엄마표가 강조되는 만큼 무시되는 학교 선생님과 수업, 그 파괴력은 엄청나다.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라는 공간의 교육적 효과가 떨어지면 그 폐해는 정말 심각하다. 학교 수업에서 끝낼 수 있는 것을 끝내지 못한 학생들은 학원을 찾아가고 결국 공부시간은 늘어나지만 효율은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그래서 엄마표 영어의 허와 실은 물론 학교 수업을 소홀히 했을 때 감수해야 할, 가정과 부모 그리고 아이의 불이익을 정확히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조기교육은 득보다 실이 많음을, 선행학습도 분명 득이 있지만 실이 더 심각하다는 ‘진리’를 알리고 싶었다.

학부모의 욕망과 사교육 논리 그리고 경쟁교육 맹신자들 사이에 형성된 심리적 동맹관계를 깨보자는 새로운 목표를 정했다. 학부모에게 이기적인 욕망이 아니라 건강한 가치관을, 사교육 중심의 논리가 아니라 진정한 자기주도학습을, 맹목적인 경쟁이 아니라 아이 중심의 성장 과정을 강조함으로써 맞짱을 뜨고 있다. 비록 외롭지만 개천에서 다시 용이 난다는 희망의 회복을 위해 세번째 열을 올리고 있다.

지식이 아니라 마음의 변화가 핵심

학부모교육을 통해 얻는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 아이의 미래는 물론 가정의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느낌은 정말 뿌듯하다. 메일을 받으면 진한 감동을 느끼기도 한다. 도움이 될 만한 내용 일부를 소개한다.

“큰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면서, 저와는 너무나 다른 제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부모교육, 심리상담, 대화법, MBTI, 에니어그램 등을 열심히 쫓아다니며 배우고, 연습하고, 꾸역꾸역 머리에 담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진짜 담았어야 할 것을 정작 담지 못했다는 것을 5년 동안 방황하는 아이를 지켜보면서야 깨달았습니다. ‘공감’이란 두 글자. 그냥 같이 울어주고 웃어주고 맞장구쳐주고 느껴주기만 하면 되는 그 두 글자를 저는 너무 우습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와 저희 아이 사이에 흐르던 시내는 결코 건너지 못할 바다가 되어버려 있었습니다.”

학부모교육에도 당연히 시행착오가 따르는데 미리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우선 부모들마다 목적의식이 분명 다른데, 부모로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겠다는 의도는 성공하지만 아이를 변화시키겠다는 의도는 대부분 실패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교육을 통해 어떤 해법을 찾아 아이에게 제시하면 된다는 생각은 실패하지만 아이와 함께 해법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성공한다.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했지만 가슴까지 깊어지지 않은 교육은 대부분 무용지물이다. 핵심은 지식이나 정보가 아니라 부모 마음에 나타나는 변화다. 머리에만 담고 있으면서 실천이 어렵다고 말하면 안 된다. 실천은 머리보다는 마음에 가깝기 때문이리라. 너무도 당연하지만 조급하게 서두르는 부모는 대부분 부작용이나 역효과에 시달리게 된다.
박재원의 공감학습
박재원의 공감학습

마지막으로 학부모교육, 꼭 가려듣기 바란다. 부모 역할을 너무 단순하게 설정하고 쉽게 성공할 수 있다는 식의 교육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교육적인 내용이 없지는 않지만 부모 역할을 특정 교육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구매자로 귀결시키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라 마케팅 전략임을 간파해야 한다. 또한 어떤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자신의 전문성을 지나치게 일반화하는 경우도 조심해야 한다. 대화법을 예로 들어보자. 대화법은 정말 다양하다. 부모와 아이 사이가 수평적인 문화에서 개발된 외국의 대화법은 우리 현실에 잘 맞지 않는다. 따라서 권위가 있거나 효과적인 방법만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다양한 방법을 살펴보고 우리 가정의 분위기에 맞고 아이들과 함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학부모교육보다 중요한 부모의 역할 바로잡기

사실 학부모교육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부모의 가치관이 분명해 아이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마음에 흔들림이 없으며, 부모의 생각을 앞세우기보다는 아이의 마음을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에게 학부모교육은 필요 없다.

많은 부모들이 안달하는 정보도 아이에게 필요한 정보이기에 아이 스스로 찾는 것이 효율적이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의 관계에서 주도성을 인정받고 자란 아이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결코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정보 사냥에 나서 엄청난 소득이 있었지만 의존적인 아이에게 잘 전달하지 못해, 오히려 아이가 부모의 일방적인 정보 전달을 거부하기 때문에 곤혹을 치르기 십상이다.

대화법을 전혀 몰라도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기에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는 부모들이 많다. 무슨 검사를 통해 아이의 성향을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아이의 인격을 존중하는 태도가 확고하기 때문에 일상에서 거의 갈등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의 정서보다 부모 욕심이 앞서고 아이의 인격보다 명문대 합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모들에게 대화법은, 교묘하게 아이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따름이다.

아이를 믿지 못하고 지배하려는 부모들에게 교육은 분명 약이 아니라 독이다. 학부모교육을 통해 얻은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아이를 마음대로 주무르다가 아이가 반발하면 또다른 교육을 찾아 나선다. 그런 ‘부모교육 쇼핑족’은 보통 마지막에 아이를 데리고 ‘상담’을 받으러 나타난다. 제 힘으로는 도저히 안 되니까 자신의 의도대로 아이를 변화시켜 달라고.

불안감을 조장하거나 욕망을 부추기는 교육을 받고, 그 결과로 아이의 삶을 자신의 의도대로 기획하려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스스로 확신하지 못하면서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다른 길을 가는 부모들을 공격한다는 점이다. 아이를 믿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아이를 믿지 못하는 자신을 합리화하는 식이다.

이웃은 사랑하되 옆집 아줌마는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의 경제력과 정보력을 마음껏 자랑하는 일부 학부모들이 요란을 떨고 있다. 그들처럼 하지 못해 불안해하는 부모들에게 고한다. 그들처럼 하지 않는 것은 불안이 아니라 희망의 증거라고. 하루라도 빨리 건강한 부모들이 병든 부모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덧붙여 국가 수준에서 학부모 교육과정이 개발되고 누구나 쉽게 건강한 학부모교육을 통해 바람직한 부모 역할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적 시스템을 학수고대한다.

박재원 비상교육 공부연구소 소장, <박재원의 부모효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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