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전통 악기인 발라폰.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58. 경기도 파주 세계민속악기박물관
58. 경기도 파주 세계민속악기박물관
산들산들 봄바람이 불면 가벼운 옷을 입고 나들이하고 싶어진다. 서울을 벗어나 봄바람 만끽하며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을 걸어보자. 아름다운 건물과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봄 나비가 하늘거리고 세계민속악기박물관(031-946-9838)이 눈길을 끈다. 이영진 관장이 세계 각지에서 구입하고 지인들에게 기증받은 110여개국 2000여점의 악기들이 기다리고 있다. 아프리카 초원을 울리는 북소리, 몽골 초원에 울려 퍼지는 마두금 소리, 칠레 사막의 빗소리 등 무수히 많은 소리들이 건드리기만 하면 토해낼 듯 소리를 품고 있다.
악기는 동아시아, 인도, 서남아시아, 중동,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유럽, 대양주 등으로 분류되어 있고 그 옆에 흔히 보던 중국, 일본 인형을 넘어 터키, 브라질 등 접하기 힘든 민속인형들이 악기를 안내하듯 놓여 있어 아이들 입이 함박만해진다. 전시 악기 중 일부는 마음껏 두드리고 불며 소리를 내 볼 수 있다. 사막의 선인장 속에 작은 구슬이나 모래, 곡식을 넣은 레인스틱(rain stick)은 소낙비, 가랑비 등 어떻게 움직여주느냐에 따라 다른 빗소리가 나니 파주 헤이리 귀퉁이에서 칠레 사막 선인장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는 느낌은 황홀하다.
다마르(Damar)는 몽골 불교음악에 사용되는 악기이고, 아프리카 음악의 감초악기는 코라, 흑인노예들이 대화수단으로 사용한 토킹드럼, 우크라이나의 반두라 등 문명이 싹트던 때부터 사람들은 막대기로 때리고, 통을 두드리고, 활을 긁어 소통을 하며 리듬을 즐겼다. 이것이 음악이니 사람 사는 곳마다 음악과 악기가 있어 그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나눈다. 지구별에 살고 있는 다양한 이들의 삶과 이야기를 악기를 통해 들어보자. 우리의 삶 속 모든 소리도 음악이니 도마에 칼질하는 소리,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 엘리베이터 오르내리는 소리 역시 생활의 음악이다. 클래식, 피아노 같은 정형화된 것만 음악이라는 편견을 벗어나 아이들과 함께 흥겹고 색다른 시간을 가져보자.
글·사진 이동미 <여행작가 엄마와 떠나는 공부여행>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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