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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2200년 전 지구 둘레를 측정한 사나이

등록 2013-03-25 10:40

김수연의 책과 껴울리는 시간
열쇳말-탐구
[난이도 수준: 중2~고1]

<머리털자리>드니 게즈 지음, 이세욱 옮김, 이지북

머리털자리는 사자자리 꼬리 위쪽에 있는 별자리다. 거의 직각을 이루는 세 개의 별 근처에 무리지어 있는 수십 개의 어두운 별을 아우른다. 이 별자리에는 프톨레마이오스 3세의 아내 베레니케 2세 이야기가 얽혀 있다. 재위 당시 프톨레마이오스 3세는 셀레우코스 왕조가 다스리던 시리아와 전쟁을 벌였다. 왕비 베레니케 2세는 왕이 살아 돌아오길 기원하며 자신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제단에 바쳤다. 이 머리카락이 하늘로 올라가 별자리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소설 <머리털자리>는 베레니케 2세의 제의에서 출발한다. 프톨레마이오스 3세 집정기 알렉산드리아가 배경이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기원전 305년부터 기원전 30년까지 이집트를 지배했다. 그리스에 기원을 둔 헬레니즘 계열의 왕가로, 초대 왕인 프톨레마이오스 1세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부하였다. 알렉산드로스 사후 이집트 총독으로 임명되었다가 스스로 왕위에 올랐다. 허허벌판이던 알렉산드리아에 계획도시를 건설하면서 파로스의 등대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건축했다.

프톨레마이오스 3세는 그의 손자로, 에라토스테네스를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관장으로 임명했다. 수학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에라토스테네스의 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소수를 찾는 방법이다. 수학과 천문학에 업적을 남긴 에라토스테네스는 문헌학, 지리학에도 일가견이 있었던 학자였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지구의 둘레를 구하라는 프톨레마이오스 3세의 특명을 받았다. 그는 중심각의 크기와 호의 길이가 정비례한다는 것을 이용하고자 했다. 이 방법을 쓰려면 경선의 일부 길이(호의 길이)와, 그 길이가 얼마만큼의 중심각에 해당하는지를 알아내야 했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우선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꼼꼼하게 읽었다. 앞선 이들의 측정 방법을 검토하고, 오류를 찾아내거나 그로부터 새로운 방법을 고안하기 위해서였다. 과거의 방법은 문제가 있었다. 경선의 일부를 측정하기 위해 별들의 위치를 이용하거나 뱃길을 따라 이동한 항해일수 등으로 거리를 가늠했기 때문이었다. 별들의 위치 측정은 부정확했으며, 항해시간은 배의 종류나 풍향, 해류에 따라 일정치 않았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육지에서 거리를 재기로 했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나일강이 한 경선의 행로와 거의 일치한다는 걸 이용했다. 나일강을 따라가며 알렉산드리아에서 시에네까지의 길이를 쟀다. 보폭이 일정한 사람을 동반하여 걸음 수를 세고, 그로써 길이를 가늠했다.

문제는 중심각이었다. 중심각을 알아내기 위해 지구 중심까지 파내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시에네의 우물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 우물은 일 년에 단 한 번 잠시 우물 밑바닥까지 햇빛이 닿았다. 태양이 수직으로 내리꽂는 하짓날 정오였다. 같은 날 같은 시각 시에네보다 높은 경도에 자리잡은 알렉산드리아에서 햇빛의 그림자 각도를 측정하면 그것이 시에네와 알렉산드리아를 잇는 호에 대응하는 중심각이 될 터였다.

이런 방법으로 계산한 지구 둘레는 25만스타디온이었다. 알렉산드리아에서 시에네까지 거리는 5000스타디온, 중심각은 7.2도이므로 지구 둘레는 5000스타디온의 50배로 계산되기 때문이었다. 이를 환산하면 약 3만9400㎞로 오늘날의 방식으로 측정하여 얻어낸 약 4만㎞와 비슷하다. 스타디온이 얼마만큼의 길이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머리털자리>의 저자 드니 게즈는 1스타디온을 약 157.5m로 봤다.

에라토스테네스가 지구 둘레를 재기 위해 고민하고 준비하는 과정과 결과가 <머리털자리>의 큰 축을 이루고 있다면, 보측에 동행한 테오의 손을 빌려 작성한 탐험기는 이야기 속의 작은 이야기로 그 재미 또한 제법 쏠쏠하다. 테오의 탐험기에는 이집트의 신화와 역사가 실려 있다.

<유클리드의 막대>는 <머리털자리>와 마찬가지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머리털자리>가 에라토스테네스가 관장을 맡았던 시절만을 담았다면, <유클리드의 막대>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파괴되기 직전 시점에서 회고하는 방식으로 도서관의 탄생부터 소멸까지 전 역사를 소재로 삼았다.

두 소설 모두 실화와 실존 인물을 이야기 속에 녹여냈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머리털자리>의 에라토스테네스, 프톨레마이오스 3세, 베레니케 등 등장인물들은 <유클리드의 막대>에서도 만날 수 있다. 비슷하게 그려진 부분도 있으나 전혀 다른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베레니케가 제물을 바친 여신을 <머리털자리>에서는 이집트 여신인 이시스로, <유클리드의 막대>에서는 그리스 여신인 비너스로 적고 있다. 같은 인물 혹은 사건에 대해 각기 다르게 묘사된 부분을 찾아보는 것도 두 권을 나란히 놓고 읽는 재미이다.

※ 껴울리다는 공명(共鳴)하다는 뜻입니다.

한겨레교육 강사, <통합 논술 교과서>·<유형별 논술 교과서>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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