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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대안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의 친구

등록 2013-04-08 15:06

신순화의 궁금해요 대안교육, 대안학교
일반 학교 학부모들은 교사 만나는 일을 ‘로또’로 표현하곤 한다. 좋은 교사 만나는 일이 그만큼 어렵고, 어떤 교사를 만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안학교는 많이 다르다. 국가의 지원을 받지 않은 대신 제도가 요구하는 각종 의무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교사의 모든 시간은 오로지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되는 대안학교 특성상 교사 한 명이 맡는 학생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훨씬 깊이 있고 인간적인 관계가 이뤄진다. 권위와 통제가 아닌, 신뢰와 소통을 중요시하는 대안학교 문화 속에서 교사는 일방적으로 학습을 이끌어가는 존재가 아니라, 쉼 없이 학생들과 교감하며 함께 배움을 찾아가는 동반자가 된다.

호칭도 자유롭다. ‘선생님’이라는 표현 대신 아이들이 정한 별명, 혹은 애칭을 부르는 학교가 많다. 직급에 따른 위계도 중요하지 않다. 교장이든 평교사든 아이들에겐 모두 편안한 멘토일 뿐이다. 학교에 늘 상주하는 정교사들도 있지만 과목에 따라 다양한 사람들이 교사가 될 수 있다. 재정이 열악한 대안학교에서는 체육이나 예술 등의 과목에 재능을 기부할 수 있는 부모들을 교사로 삼는 일도 흔하고, 지역에 있는 각 분야의 장인들이 교사가 되기도 한다. 대안학교 교사들에겐 국가가 인정하는 교육학과 졸업이나 교사 자격증은 큰 의미가 없다.

자격을 증명하는 서류보다 아이를 대하는 자세, 대안 교육을 이해하는 정도와 아이를 대하는 품성 같은 인격적 면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가르치는 능력보다는 사람됨을 더 중요시하고, 대안학교마다 다양한 특성과 가치, 공동체에 잘 어울리는가를 더 살피기 때문에 때로 담당 교과에 대한 객관적 실력은 부족할 수도 있다. 대안학교 교사들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들도 한다. 대안학교 교사는 지정되어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동료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더 좋은 교사로 키워지는 존재로 이해해야 한다.

좋은 교사로 만드는 책임이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있다는 뜻이다. 대안학교 교사들은 일반 학교 교사들보다 훨씬 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대안학교에서 배움은 수업시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사들이 학교에 머물러 있는 내내 아이들과의 소통이 이루어진다. 가정 방문을 통해 가족 속에서 학생의 모습을 제대로 이해하고, 수시로 이어지는 학부모와의 상담을 담당하는 것도 대안학교 교사들의 중요한 일이다.

열악한 교육 환경 속에서 교재를 개발하고 교구를 직접 만드는 것도 교사들의 몫이다. 틈틈이 대안 교육 연수를 받아가며, 교과에 대한 연구도 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친구이자 선배, 삼촌이나 이모, 혹은 때로 부모의 노릇을 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학교 운영에 필요한 각종 회의와 모임에도 참여한다. 학생에 대한 진실된 애정과 대안 교육에 대한 열정과 헌신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 대안학교 교사다. 이렇게 많은 일들을 맡고 있지만 처우는 매우 열악하다. 대안학교의 재정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 교사에 비해 턱없이 낮은 월급과 미흡한 복지후생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대안학교에서 남자 교사를 만나는 일이 일반 학교보다 한층 어려운 것은 대단히 아쉽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교사의 전문성을 키워주는 다양한 교육 내용과 제도를 개발하고 지원하는 것도 대안 교육이 안고 있는 큰 숙제다.

신순화 <두려움 없이 엄마 되기> 저자· <한겨레> 육아사이트 베이비트리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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