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환 시인이 학생들과 함께 문집 편집회의를 하는 모습. 배창환 시인 제공
우리 반 학급 문집을 만들자!
① 학급 문집, 왜 만들어야 하지?
학생 생활공동체인 교실의 붕괴 그냥 내버려만 둘 건가?
토론·글쓰기로 아이들 스스로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어
① 학급 문집, 왜 만들어야 하지?
학생 생활공동체인 교실의 붕괴 그냥 내버려만 둘 건가?
토론·글쓰기로 아이들 스스로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어
지금으로부터 꼭 26년 전, 그러니까 1987년 4월에 나온 <내 무거운 책가방>이란 교육시집에 수록된 학생 글 중에 특히 주목할 만한 것으로 중학생 ‘○양의 유서’와, 초등학교 5학년 김대영 학생의 글 ‘내 무거운 책가방’이 있다. 이 두 편의 글에는 오늘의 우리가 만나는 아이들의 고통스런 삶의 핵심 내용이 다 들어 있고, 그중 어느 하나도 해결되지 못한 채 오히려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난 인간인데,/ 난 친구를 좋아할 수도 있고,/ 헤어짐에 울 수도 있는 사람인데, /…/ 너무나 모순이다, 모순/ 세상은 경쟁! 경쟁! 공부! 공부!/ 아니 대학! 대학!”이라고 외친 ○양은 죽음으로써 학생도 인간임을 세상에 항변했고, ○양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 이들의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무수한 ○양이 뒤를 이었다. 그럼에도 지금 해결의 징후조차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아이들의 가방은 여전히 무겁고, 그 속에는 여전히 “따지기만 하는 산수책/ 외우기만 하는 자연책/ 부를 게 없는 음악책/ 꿈이 없는 국어책…”으로 가득하다. 이 시를 쓴 초등학생은 중고등학교에 올라가서 부를 게 없는 음악책이라도 매주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나마 아예 음악시간이 없는 학기도 있고, 국어책은 몇 차례 바뀌었지만 다수의 아이들은 꿈이 없는 불안한 내일 앞에서 시도 때도 없이 꿈 없는 잠을 학교 책상에 엎드려서 청하고 있다. 아이들은 더 팍팍한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난세였고, 그것을 헤쳐 나온 사람들의 역사였음을 생각하면, 교실에서 아이들을 마주하는 교사는 어떤 꿈이든 학생들과 더불어 꿈꾸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것마저 없다면 학교는 교사와 아이들에게 더 이상 무엇일 수 있을까.
교사는 아이들과 더불어 꿈꾸는 사람
교실 붕괴라는 말이 해일처럼 교실을 휩쓸고 지나간 지 오래이면서, 매일 마주치는 현실이 되어 있는 지금도 학급에서는 아이들과 교사, 아이들과 아이들의 만남은 계속되고 있다. 걱정만 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은 결국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법이며, 교사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내일 세상이 무너진다 하더라도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고 “씨를 뿌리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그것이 곧 교사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교실은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세계’이며 생활 공동체라는 사실은, 그곳이 아이들 스스로 가치 있는 삶을 꿈꾸고, 세울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는 공간임을 의미하기에 더욱 그러하다. 학급 문집 엮기는 교사와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끼리의 만남과 관계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에서 출발하는 중요한 학급 활동의 하나이다. 그것은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바탕 위에서 손을 벋어서 서로를 확인하고 꿈과 현실을 함께 나누는 창의적인 활동이기도 하다.
학급문집은 꿈과 현실을 함께 나누는 활동의 결과물
사람은 누구나 혼자 태어나서 혼자 가는 존재이므로 본질적으로 외롭고 불안하다. 김소월이 ‘산유화’에서 노래했듯이, 사람도 “저만치 혼자서 피어”서 함께 어우러져 살다가 혼자 지는 꽃과 같은 존재이다. 따라서 ‘홀로 서기’와 ‘함께 살기’를 학습하지 않으면 안 되며, 학급문집을 엮는 일은 그 학습의 기회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공동체 속에서 자기를 발견하는 데에서 출발하여, ‘나 자신에게로 나아가는 삶’을 찾고, 자기를 표현하는 공간과 기회를 충분히 확보하고 넓혀가는 활동이어야 한다. 학급이라는 추상적인 집단을 위해서가 아니라, 학급 공동체에 속한 아이들 개개인의 삶을 바로 세우고 내일을 가꾸기 위해 학급 문집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학급 문집은 학생 개개인의 단순한 글 모음집과는 달라야 하며, 그 이상이어야 한다. 말하자면 아이들의 의미 있는 만남 가운데 끊임없이 생겨나는 변화, 곧 성장해 가는 모습이 그 속에 고스란히 담겨야 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개개인의 문화적 충돌이라 할 만한 활동과 토론 속에서 정신이 커지고 깊어지는 것을 경험하고, 그것이 아이들 각자 나름의 글쓰기라는 의식적인 활동 속에서 재발견되어야 하는 것이다.
정신이 깊어지고 커 가는 과정이 담겨야
이를 위해서 학급에서는 의미 있는 활동들을 기획하고 민주적인 토의를 통해 추진하며 결과를 정리하는 다양한 주체가 팀으로 꾸려지는 일이 중요하다. 이때 그들의 활동을 조직하고 구성원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열어주는 일, 의견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일이 교사의 역할이 되어야 할 것이다. 각종 토론이나 탐방, 체험학습, 봉사활동뿐 아니라 학급 잔치나 예술 활동, 기행, 학급 텃밭 가꾸기 등 학급 행사의 내용을 풍부하고 가치 있게 만들어 가는 일에 교사의 철학과 미래 사회에 대한 비전이 들어갈 수 있고, 그것도 개입의 형태가 아니라 아이들과 진지하게, 열린 자세로 토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활동을 철저히 민주적으로 진행하고 아이들을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행위와 사고의 주체로 인정하는 아이들 중심의 교육철학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세상을 넓고 깊게 보는 안목과, 토론과 글쓰기를 통해 자기를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변화시켜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변화를 인내심 깊게 지켜볼 줄 아는 느긋함, 고독한 인간 존재인 아이들에 대한 깊은 애정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학급 문집은 오래도록 아이와 교사의 삶을 따뜻하게 지켜주는 가치 있는 ‘보배’로서 제 몫을 다할 것이다.
배창환/경주여고 교사·시인
※ 한겨레신문사와 창비가 함께 ‘우리 반 학급 문집 만들기’ 캠페인을 벌입니다. 좀더 자세한 내용은 학급 문집 누리집(www.munjip.com)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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