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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직업 가계도를 그려라. 진로가 보인다

등록 2013-04-15 10:52

김상호 박사의 ‘톡 까놓고 진로 톡’
가족은 유전자·환경 비슷…아빠가 잘한 일 나도 성공 확률 높아
자신만의 적성 멀리서 찾지 말고 가족·친척 속에서 조사해 봐야

1865년 그레고어 멘델(1822~1884)이 완두콩을 사용해 유전자의 개념을 제창한 이후,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디엔에이(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혀냈다. 2003년에는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되는 등 유전공학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작은 완두콩에서 시작한 유전학은 생로병사의 비밀부터 사람의 성격·감정·신체 등에 이르기까지 유전자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으로 밝혀내고 있다.

인간이 유전과 환경에 영향을 받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유전과 환경에 어떻게 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다.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쌍둥이에 대한 연구가 많이 행해졌다. 쌍둥이는 유전적 일치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적 일치도가 거의 동일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쌍둥이는 유전론자와 환경론자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과연 유전과 환경은 인간에게 얼마나 영향을 줄까?

결론부터 말하면 성격과 지능의 절반가량은 부모로부터 물려받는다. 그러나 나머지는 친구·교사·질병 등 서로 공유하지 않는 환경에서 대략 30~35%의 영향을 받고 가정이나 모친과의 관계 등과 같이 공유되는 환경에서 대략 5~10%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를 증명하는 사례를 잠깐 살펴보자.

먼저 양자역학을 정립한 닐스 보어(1885~1962)는 유명한 과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크리스티안 보어는 저명한 생리학 교수였으며 동생 하랄 보어는 유명한 수학자, 보어의 아들인 오게 보어도 원자핵에 관한 연구로 197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또한 리키 가족에 의해서는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루이스 리키(1903~1972), 메리 리키(1913~1996), 그 사이에서 태어난 리처드 리키(1944~) 모두가 고고학과 인류학의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 이후 최고의 물리학 천재라고 불리는 리처드 파인먼(1918~1988) 역시 과학을 좋아하는 아버지 멜빌 파인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의 집안, 음악가 정명훈씨 가족, 궁중음식 전문가인 한복려·한복선·한복진 세 자매가 그러하다.

가족이 같은 직업이나 유사한 일을 하면서 성공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왜 그럴까? 가족은 유전적 유사성도 매우 높지만 환경적 유사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전적 유사성은 신체 특성·성격·지능·감성 등의 각종 직업능력·학습능력은 물론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가족이 미리 형성한 인적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며, 부모의 성공 노하우가 자식에게 쉽게 전달된다. 이런 긍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진로 문제에 있어 ‘자신만의 파랑새’를 너무 먼 곳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

벨기에의 작가 모리스 마테를링크가 쓴 동화 <파랑새>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인생의 진리를 쉽게 잘 표현하고 있어 각종 글이나 연설 등에 자주 인용되는 작품이다. 파랑새(행복의 상징)를 찾아 멀리 여행의 길을 떠난 남매는 결국 아무 데서도 파랑새를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집 문에 매달린 새장 안에 파랑새가 있었다. 이 스토리는 예외 없이 진로 찾기에도 적용된다. 적성을 찾아 멀리 세계일주 여행을 떠난 A군은 결국 적성을 찾지 못하고 집에 돌아온다. 돌아온 A군은 우선 아버지가 하는 일을 배워보기로 했다가 거기에서 자기 적성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초라하고 작은 부모님의 직업과 가업을 이어받아 수많은 백년의 기업, 백년의 가게들이 생겨난 것이다.

이런 내용을 소재로 만든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한국방송(KBS) 1텔레비전에서 방영된 <백년의 기업>(바뀐 이름 <백년의 가게>)이다. 작게는 국수(일본의 오와리야), 가위(중국의 장샤오취안), 우산(오스트리아의 키르히타크), 여관(일본의 호시료칸)부터 목각인형(독일의 뮐러), 타이어(프랑스의 미슐랭), 카메라(독일의 라이카)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유서 깊은 기업들이 소개되었다. 이들 백년 기업에서 발견되는 성공 요인은 크게 가업 승계, 장인 정신, 신뢰 구축 등이다.

사실 가족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집단이며 유전적 요인이 유사하므로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이 승계될 경우 강한 장인 정신으로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가업 승계가 많아질 경우 단순히 직업진로 찾기란 개인적 문제 외에 국가 차원에서 중소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든지 핵가족화로 약해진 가족 간의 유대 강화 등의 부수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즉, 가족 간의 강한 신뢰와 공통의 직업적 관심사는 매우 강력한 기업적·직업적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유전적으로, 환경적으로 일치도가 높은 내 가족들의 직업 가계도를 그려보고 내 진로를 탐색해보는 것은 어떨까? 직업 가계도를 통한 직업탐색의 요령은 다음과 같다. 이 글에 제시한 그림을 통해 자신의 직업 가계도를 작성하고 기입된 내용을 살펴보면 된다.

1. 대표적 직업 명칭과 전공계열을 기입한다(오래 종사한 직업 또는 성공 직업, 최종학력 관련 전공).

2. 촌수가 삼촌(예: 백부·고모·이모·사촌 등)을 넘는 경우 직업적으로 성공한 사례의 직업 명칭과 전공계열(인문어문계열·사회계열·교육계열·예체능계열·자연계열·공학계열·의약계열)을 기입한다. 고등학교인 경우 인문계열·정보계열·농과계열·공업계열을 기입한다.

3. 대표 직업이 없는 경우 전공계열만을 기입한다.

4. 직업 가계도에서 문과계열과 이과계열의 비중을 살펴본다.

5. 희망하는 직업적 성공 모델을 찾아본다.

물론 유전적으로 거의 유사한 일란성 쌍둥이임에도 다른 직업을 가질 확률 또한 높으므로 직업 가계도에 전적으로 의존할 필요는 없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성격과 지능의 절반가량은 부모로부터 같은 유전인자를 물려받아 일치할 수 있고 환경적으로도 유사할 수 있으나 공유되지 않는 환경의 영향도 30~35%나 되므로 각자 다른 유전자가 더 발달하여 적성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 본 직업 가계도는 확률적·유전적·환경적으로 일치도가 높은 가족들의 직업 가계도를 통해 내 진로를 탐색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한 하나의 진로탐색 방법으로 생각했으면 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자격연구실 연구원

<톡 까놓고 직업 톡>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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