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성북구청 부모특강’ 하태욱 교수
“전국 수험생 80만명 중 일류(SKY)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은 1만명(1.25%)입니다. 그중 서울대 입학생은 3500명(0.42%)인데요. 0.42%의 확률이 어느 정도의 힘든 것이냐 하면, 프로야구 5경기 결과를 연속적으로 맞힐 확률이라고 합니다. 이런 확률을 우리는 뭐라고 부르나요? 도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도 서울대에 보내려는 것에 대해서는 도박이라고 말하지 않지요. 그러면서 우리는 도박에 우리 아이들 삶을 겁니다.”
하태욱 복음신학대학 평생교육복지학과 교수(대안교육연구소 소장)가 부모들의 헛된 욕망에 대해 꼬집었다. 18일 오전 10시 서울시 성북구청 다목적홀에서 ‘한겨레-성북구청 부모특강’ 네번째 강연이 열렸다. 강연 주제는 ‘불안을 넘어 함께하는 교육으로’였고, 350여명의 청중이 진지한 모습으로 강연을 들었다.
하 교수는 우리 사회 부모들이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효과 없는 사교육에 아이들을 내몰고 있다고 진단했다. 죄수의 딜레마는 경제 이론의 하나로, 각자가 최선이라고 생각해 선택했으나 사회 전체로 봤을 때는 최악의 결과를 선택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실험에서는 두 범죄자가 경찰에 잡힌다. 자백만이 유일한 증거다. 경찰은 죄수를 각각의 방에서 개인심문하면서 다음과 같은 조건을 내걸며 심문한다. 두 범죄자 둘 다 혐의를 부인하면 각각 1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그런데 한 사람만 혐의를 부인하고 한 사람이 자백하면, 검사에게 협력한 사람은 즉각 석방하고 배신한 사람은 9년형을 선고받는다. 만약 두 사람이 자백하면 각각 5년형을 선고받는다. 이럴 때 범죄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범죄자들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둘 다 자백하고 만다. 왜냐하면 내가 혐의를 부인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혐의를 부인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하 교수는 “부모들도 사교육이 큰 효과 없다는 것 다 안다. 그런데도 사교육에 목숨을 거는 이유는 나만 아이를 학원에 안 보내면 혹시 우리 애만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누구도 사교육을 없애지 못하고, 갈수록 사교육은 고액화, 양극화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꼴찌를 하고 있다. 또 초등학생 10명 중 3명이 가출을 하고 싶어하고, 1명은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사회학자, 교육학자, 미래학자 등 다양한 학자들이 모인 미국의 ‘21세기위원회’에서는 21세기를 살아갈 인재들에게 꼭 필요한 자질은 협동심, 소통력, 자발성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서울대 취업지원실에서 각 기업 인사담당자에게 ‘우리 학교 출신 학생들에게 부족한 자질 세 가지를 꼽아달라’는 설문을 했는데, 협동심과 소통력, 자발성이 나왔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 불편한 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0.42%의 도박을 멈추고, 우리 아이들이 자신들의 흥미와 본능을 믿고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 교수는 자신의 흥미와 본능을 믿고 자신의 길을 멋지게 만든 스티븐 잡스와 싸이의 예시를 들며, 부모들이 좀더 다양한 상상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 좀더 자세한 내용은 <한겨레> 육아 사이트 ‘베이비트리’(babytree.hani.co.kr) 참조.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