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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경제 양성화’ 강조하는 이유

등록 2013-04-29 14:02

김진철 기자의 경제기사 바로 읽기

복지 정책 추진에 막대한 자금 필요한데
증세 안 하려는 정부가 대안으로 내세워
# 국세청이 ‘지하경제 양성화’에 발벗고 나서기로 하면서, 실제 효과가 어떨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한 주요한 방식으로 얘기한 바 있다.

올해부터 국세청은 탈세 제보에 대한 포상금을 기존보다 10배 올리기로 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금융거래 자료를 좀더 폭넓게 들여다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현동 국세청장은 신년사에서 “현금 거래를 기반으로 한 탈세구조 타파”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모두 지하경제를 햇볕 아래로 끌어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지하경제 규모를 측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 세수 확보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하경제 규모 추정은 기관별로 제각각이다. 엘지(LG)경제연구원은 국내총생산(GDP)의 18.6%(2004년), 한국조세연구원은 17.1%(2008년)를 국내 지하경제 규모로 추산한다. 새누리당은 여러 연구 결과의 평균치인 24%로 잡고 있다. 지하경제 규모가 예상만큼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1990년대 금융실명제가 도입되고, 2000년대 들어 카드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상당 부분이 이미 양성화됐다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신용카드·현금영수증 사용이 일반화돼 있어, 우리나라의 실제 지하경제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하경제 양성화·세수증대 될까/<한겨레> 2013년 1월7일)

‘지하경제’라는 말이 요즘 많이 나옵니다. 땅속에 무슨 경제가 있냐고 생각하기 쉽겠죠. 지하경제는 세상에 잘 드러나 있지 않은 경제, 정부가 알아보지 못하도록 몰래 이뤄지는 경제활동을 뜻합니다. 그러다 보니, 기사에서 보이는 것처럼 지하경제 규모는 ‘추정’될 수 있을 뿐이고, 추정치도 기관별로 제각각일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활동을 왜 숨어서 할까요?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일 텐데, 그 자체로 범죄이기 때문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또는 세금을 적게 내려고 지하경제를 이루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기사에서도 탈세 제보 포상금을 늘려서 지하경제를 햇볕 아래로 끌어내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겁니다.

지하경제는 우리 생각보다 가까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식당이나 병원처럼 우리들이 자주 찾는 곳에서도 지하경제가 이뤄지곤 한답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번 돈만큼 벌었다고 국세청에 신고를 하지 않는 겁니다. 특히 소득세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보통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흔히 ‘유리지갑’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소득이 투명하게 공개됩니다. 회사에서 월급을 줄 때 미리 소득세를 떼고 주기 때문에 탈세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겠죠. 하지만 식당이나 병원 같은 곳은 스스로 얼마를 벌었다고 신고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하경제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쉬울지 모릅니다. 100원 벌어놓고 50원만 벌었다고 하거나, 100원 벌면서 비용으로 50원을 썼으면서 80원을 썼다고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래야 세금이 매겨지는 순수 소득이 줄어들 테니까요.

요즘은 식당이나 병원 같은 곳의 탈세는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하면서 소득을 감추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이보다 규모가 수천만배는 되는 엄청난 규모의 지하경제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 생활 주변에 있다고 하긴 어렵겠지만, 도박이나 밀수, 가짜 휘발유, 불법 사채 시장 등이 대규모의 지하경제이죠. 기사에서 새누리당이 국내총생산의 24% 수준이라고 한 부분이 이런 겁니다. 돈으로는 무려 372조원이라고 하니 대단하죠. 신용카드뿐 아니라 20여년 전 금융실명제를 도입하면서 지하경제가 많이 줄어든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 전만 해도 다른 사람 이름이나 가짜 이름으로도 은행 통장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예금해둘 수 있었으니까요.

요즘 지하경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더 본질적인 이유는 복지 때문입니다. 연금을 늘리고 치료비를 보장하고 학교 의무교육을 시행하는 등 복지를 하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선진국들은 복지예산을 늘리기 위해서 보통 세금을 늘립니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세금을 늘리지 않겠다면서도 복지는 더 늘리겠다고 하고 있으니 무슨 속인지 모르겠습니다. 세금을 안 늘리면서 복지는 늘릴 수 있다면 반기지 않을 사람이 없겠죠. 이런 불가능한 일을 하려고, 정부에선 지하경제를 지상으로 꺼내서 세금이 많이 걷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복지를 제대로 하려면 세금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는 걸 실토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아니면 복지를 확충하겠다는 얘기를 하지 않게 되든지요.

원래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은 ‘줄푸세’로 요약됐었습니다.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바로 세운다는 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지하경제를 양성화한다고 해서 세금을 줄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지하경제 대국이라면 모르겠지만요. 복지를 줄이는 것보다는 건전한 증세를 통해 복지를 적극적으로 확충하는 날이 오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김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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