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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직업은 ‘일’이라는 음표로 이뤄진 음악

등록 2013-05-06 11:11수정 2013-05-06 11:14

김상호 박사의 ‘톡 까놓고 진로 톡’
일은 자료·사람·사물로 구성…사람 대상 업무는 위계관계 중요
직무 수행에 요구되는 공통 특성을 이해하면 진로 선택 쉬워져
‘알프스의 아름다운 산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영화’ 하면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이 생각날 것이다. 이 영화는 마리아라는 젊고 상냥한 수녀와 홀아비이자 고집불통인 귀족 대령의 가족 간에 발생한 에피소드를 소재로 한다. 배우의 멋진 열연, 아름다운 알프스의 풍경, 흥겨운 노래, 탄탄한 구성의 스토리와 감동 등이 어울린 거의 완벽한 뮤지컬 영화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는데 재미와 감동뿐만 아니라 실제 이야기가 갖는 힘과 설득력으로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많은 청소년들에게 휴식과 자신감을 준다.

주인공 마리아 수녀는 7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여름방학을 책임지는 가정교사를 맡게 될 때, 처음 하는 일에 대해 두려움을 가진다. 이때 부른 노래가 바로 ‘I Have Confidence In Me’라는 노래다. 즉, 내 속에는 자신감이 있으니 한 번 멋지게 부딪혀 보자는 내용이다. 대령에 대한 사랑의 감정과 수녀라는 신분 사이에서 갈등하며 수녀원으로 돌아온 마리아에게 원장수녀가 불러준 ‘Climb Every Mountain’은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현실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격려가 담겨 있다. ‘신은 한쪽 문을 닫으면 다른 한쪽 문은 연다’는 명대사가 들어 있다.

그러나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노래는 ‘도레미’일 것이다. 엄마를 어린 나이에 하늘로 보내고 엄격한 장교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규율과 복종만을 강요받으면서 노래하는 법을 잊어버린 아이들에게 음악을 쉽게 이해시키려고 가르쳐 준 게 ‘도레미’다. ‘도레미’는 아무리 복잡한 노래라도 음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음표 조합을 이해하면 세상 모든 노래를 만들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이 영화에서 수녀 마리아(줄리 앤드루스)는 ‘도레미’를 부르며 아이들에게 ‘아무리 복잡한 노래라도 음표로 구성되어 있다’는 걸 알려준다.  <한겨레> 자료사진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이 영화에서 수녀 마리아(줄리 앤드루스)는 ‘도레미’를 부르며 아이들에게 ‘아무리 복잡한 노래라도 음표로 구성되어 있다’는 걸 알려준다. <한겨레> 자료사진
사실 이 부분은 직업과 진로를 연구하는 필자에게 매우 공감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직업의 수를 수백 개에서 수만 개라고 주장하며 다양한 직업에 대해 학생들에게 설명해주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좋은 생각이 아니다. 세상에 동일한 일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직업의 종류와 숫자 또한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직업 명칭 또한 국가마다 다르다. 우리가 말하는 회계사라는 직업도 국가마다 하는 일이 조금씩 다르다.

결국 직업이란 영어로 잡(job)이라 불리며, 우리말로 ‘일’로 번역되는 것들이 모여서 만든 직업 명칭일 뿐이다. 따라서 수많은 일(직무)들이 모여서 형성된 다양한 직업을 이해하는 것보다 직업 수행에 요구되는 공통된 일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직업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나에게 적합한지 판단할 수 있다. 마치 영화의 주인공 마리아 수녀가 ‘도레미’의 음표를 아이들에게 가르쳐 노래를 이해시키려는 것과 같이 우리는 복잡한 직업 하나하나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말고 일을 구성하는 큰 덩어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직업은 일이라는 음표들이 모여서 만든 하나의 음악이다.

사실 모든 직업은 자료·사람·사물을 대상으로 일을 수행한다.

첫째, 자료를 다루는 일은 숫자로써 표시되거나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자료는 크게 정량자료(수치자료), 정성자료(비수치자료), 복합자료(수치자료+비수치자료)로 구분된다. 우리는 만질 수 없는 숫자·단어·기호·생각·언어 등을 사용하여 기록·수집·숫자 계산·분석·종합정리 등과 같은 일을 수행한다. 통계분석가·사회조사분석자·수학자·보험계리사의 경우 숫자라는 자료를 다루고 엔지니어의 경우는 기호나 설계도면이라는 자료를 다룬다. 그리고 기자나 소설가의 경우는 국어라는 문자자료를 다루며 번역가의 경우는 외국어라는 자료를 번역하거나 정리·작성하는 일을 한다. 즉, 취급하는 자료의 대상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이다.

사실 특정한 직업을 제외하고 자료를 다루는 직업의 대부분은 정량자료와 정성자료를 함께 다룬다. 특히 연구관련 직업, 공학관련 직업, 과학자 등이 그러하다. 실험의 결과 및 조사결과를 객관화하기 위해 비수치자료라고 할지라도 수치자료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자료를 다루는 직업의 경우 머리를 주로 사용하게 되며, 내근하는 직업이 많아서 비교적 고학력을 요구하는 직업이 주로 속하게 된다.

둘째,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일은 위계적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복잡한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다른 사람에게 자문·감독·교육·설득·상담·오락이나 서비스 제공 등의 다양한 일을 수행한다. 하지만 사람 사이의 일은 우월관계에 있는지 수평관계에 있는지, 상대보다 힘이 약한 열세관계에 있는지와 같은 서열적 특성이 나타난다. 예컨대, 자문·감독·교육 등을 담당하는 사람은 자문받는 사람, 교육받는 사람, 감독당하는 사람에게 우월적 지위를 행사하게 된다. 감사·경기감독·교수 등의 직업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반면, 설득하는 사람은 설득을 당하는 사람에 비해 열세적 위치에 놓인다. 예를 들어 상품판매원·보험영업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사람을 상대로 서비스나 상담 등을 제공하는 일은 수평적 관계에 놓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진로상담원의 진로 상담, 각종 부동산·자산 등에 대한 투자 상담, 간호사의 치료서비스, 세무사의 세무서비스, 공인노무사의 노무서비스 등은 의뢰인과 서비스 수행자 사이에 수평관계가 형성된다. 무대 위의 공연자·연기자·음악연주자도 유사하다. 왜냐하면 소비자는 서비스 수행자를 선택할 수 있으며, 서비스 수행자는 전문지식 및 기술을 가지고 있어 소비자를 견제할 수 있다. 사실,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일은 명확한 답이 없기 때문에 위계질서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인간관계의 질서에서 발생하는 높고 낮음을 흔히 갑과 을의 관계라고 표현한다.

셋째, 무생물과 같은 사물을 대상으로 하는 일은 복잡성과 위험의 정도가 중요한 척도가 된다. 이들 사물대상은 크게 복잡사물·단순사물·일반사물 등으로 구분된다.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다루는 대상이 되는 사물에 대해 설치·정밀작업·제어조작·조작운전·수동조작·유지보수·단순작업 등의 업무를 수행할 것이다. 기계장치설치원이 복잡한 기계를 설치할 때는 가공물의 위치조정, 제어장치 설정,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하여 설치한다. 대형항공기를 운전할 때에도 위험한 일인 만큼 또 많은 숙련의 과정이 요구된다. 항공기 운전은 기후 여건, 운항정보 등을 바탕으로 항공기라는 사물과 조종사의 생각이 결합되어 복잡한 사물을 다루는 일이다. 반면, 간단한 설치장비·버스·자동차·정수기 등의 기능을 관찰하고, 계기판을 조작하고, 이를 유지 및 보수하는 일은 비교적 단순한 사물을 다루는 일이다. 용접공이 선박을 용접하거나, 석공이 돌을 다듬거나, 판금원이 철판을 다루거나, 도배원이 도배하는 등의 일이 여기에 해당된다. 보통사물의 경우 열차·건설기계장비(크레인·굴착기) 등을 운전하거나, 승강기 설치 및 정비하는 일, 금속가공기계를 조작하거나, 전기공이 외선 또는 내선 공사를 수행하는 일이 여기에 해당된다.

일은 수행자의 약간의 판단력과 전문지식이 사물과 결합되어 수행되는 일이다. 직업세계에서 행해지는 복잡한 일도 사실 그 대상을 살펴보면 자료·사람·사물이라는 세 가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각 대상은 대상물을 구분하는 특성에 따라 다시 각 세 가지로 구분하여 9가지 일(직무)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마치 복잡한 노래가 음표로 구성된 것처럼, 수많은 직업 또한 자료·사람·사물이란 음표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변호사는 정성자료를 다루며, 사람에게 우위관계에서 자문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가구판매원은 가구라는 단순사물을 판매하기 위하여 열세관계에서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일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아는 수많은 직업도 일을 이해하면 해당 직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최근 진로교육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취업이 어려운 가운데 많은 언론기관은 이색 직업과 각종 유망 직업 등의 명칭을 소개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매우 다양한 직업 명칭을 찾기보다는 어울리는 일의 대상이 뭔지를 고민해보거나, 내가 하려는 직업은 어떤 일로 구성되어 있는지 분석해 보라. 그러면 복잡하고 다양한 직업들이 쉽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김상호 박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자격연구실 연구원, <톡 까놓고 직업 톡>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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