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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노동의 딸들에게 참삶의 길 일깨우고파”

등록 2013-05-14 20:14수정 2013-05-14 22:41

‘길을 찾아서’ 연재 시작하는 이총각 전 동일방직 노조위원장

정권의 노조탄압에 맞서다 해고
노동·인권 위해 현장활동 헌신
‘똥물사건’ 뒤 35년간 복직투쟁중
1978년 2월21일 새벽, 그날 인천시 만석동의 동일방직 ‘여공’(여성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온몸에 ‘똥물’을 뒤집어쓴 채 쫓겨났다. 영구집권을 추구하던 유신독재정권의 종말이 시작된 서막이었으나 그때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 바로 다음날인 2월22일 박정희 대통령의 큰딸 박근혜는 세종문화회관 별관에서 ‘새마음갖기 결의 실천 전국대회’를 열어 동원된 학생들에게 ‘구국의 횃불이 되라’고 치사를 했다. 74년 9월부터 79년 ‘10·26’ 때까지 그는 비명에 간 어머니 육영수를 대신해 ‘영부인’ 노릇을 했다.

그로부터 35년이 지난 오늘, ‘유신의 공주’는 대통령이 되었고 ‘해고 여공’ 124명은 여전히 복직 투쟁을 하고 있다.

“솔직히 상상도 못했고,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다. 그의 서늘한 눈빛을 볼 때마다 그 독재자 아버지의 환영과 ‘똥물의 고통’이 떠올라 소름이 돋는다. 진보 정권만 이루면 민주화가 되는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던 것이다.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스스로 힘을 모아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

<한겨레> 창간 25돌을 맞아 당시 동일방직 노조위원장으로 ‘여성 노동운동의 대모’로 불리는 이총각(65·사진)씨가 ‘길을 찾아서’ 14번째 이야기 ‘우리들의 대장, 총각 언니’를 시작하는 이유다. 구술 정리 작업은 2004년 여성노동운동가 8명의 이야기를 담은 <가시철망 위의 넝쿨장미>를 펴낸 노동운동가 출신 작가 박민나씨가 맡는다.

“66년 19살 때 동일방직에 들어갔는데 그때는 정말 지지리도 가난해서 그저 돈을 벌어 잘살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하루 한끼만 먹고 3교대로 밤샘노동을 하면서도 남들보다 열심히 해서 인정받고 싶었다. 노동조합을 알기 전까지는 그게 인간답게 사는 길인 줄 알았으니까.”

그는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우리의 현실이 부모 잘못 만난 탓도, 내가 게으른 탓도 아니고, 사회 구조적 모순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깨달음이 40년 넘도록 운동의 현장을 지킬 수 있는 동력이 됐다”고 말한다.

해고와 동시에 중앙정보부의 악명 높은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그와 123명은 ‘빨갱이’로 낙인찍혀 다른 일자리마저 원천봉쇄당했다. 그해 4월 복직 투쟁을 하다 투옥되기도 했던 그는 천주교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상근 활동가와 노동자복지협의회 위원장 등으로 체포와 구류와 도피를 되풀이하며 80년대 격렬했던 운동의 현장을 온몸으로 겪었다. 그러면서도 수차례 ‘위장취업’으로 공장 노동자들과 함께했던 그는 91년부터 인천 구월동에 자활후견기관인 ‘청솔의 집’을 열며 지역운동에 나섰다.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많은 나이이지만 이 시점에서 회고담을 털어놓는 것은 여전히 정당한 권리를 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의 딸’들에게 스스로 당당하게 ‘참삶’을 사는 길을 일깨워주고 싶어서다.”

지금껏 독신으로 가난한 노동자 이웃들과 함께하고 있는 그는 “노동운동을 통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인간살이의 소중함을 배우고 아름다운 사람들을 얻은 덕분에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글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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