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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발상을 전환해 다각적으로 써야 한다

등록 2013-06-04 17:11

수시논술 ‘숨은 해법’
■ 정석

고려대와 연세대가 수시모집 일반전형의 우선선발 기준을 완화했다. 2013년에 고려대 경영대, 정경대와 연세대 전 모집단위에서 우선선발 기준으로 언·수 외 모두 1등급(합3)을 요구하였으나 2014년 입시에서 국영수 합4등급으로 완화한 것이다.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요건을 충족하는 수험생의 수는 많아질 것이므로 경쟁이 치열해진 셈이다. 그만큼 대학별고사인 논술의 영향력이 커졌다. 변별력 확보를 위해 논술의 난이도가 소폭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차별화된 답안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이다. 이미 이전 칼럼(4월 8일자 <함께하는 교육>)에서 평균적인 답안으로는 합격하기 어렵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이번에는 차별화 전략 중 ‘발상의 전환-다각적 접근’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발상의 전환이란 뻔한 내용을 한번 뒤틀어보는 태도이다. 제시문의 의미는 정확히 파악하되 그 주제에 대해서는 의심을 품어 보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우리가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명제나 진술들은 기성세대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담고 있다. 이 명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말고 자신의 시각에서 정당성을 따져 보아야 한다. 즉 사회 현상이나 이론을 삐딱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익숙한 생각을 뒤틀어 볼 때 참신함이 생겨난다. ‘왜 그런가? 정말 그런가?’라고 의심하고 질문해 볼 때 절대적이라고 믿어왔던 지식의 체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때 비로소 개성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이를테면 대학입시 논술에서 너무나 자주 출제되어 이제 식상하기까지 한 ‘평등과 차별’이라는 주제가 있다. 이 주제는 경제와 정치, 문화 등 우리 삶의 모든 국면과 결부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가 가능한 주제이다. 그런데 답안을 채점해 보면 70% 가까운 학생들이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전제로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 자명해 보이는 명제(전제)부터 의심해 보아야 ‘평등과 차별’이라는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명제는 허구에 불과하다’라고 공격적으로 첫 문장을 구사하는 편이 개성적일 수 있다. 다소 위험하긴 하지만 이 문장이 중학교 때부터 배워 온 ‘천부인권설’을 언급하는 것보다 훨씬 창의적이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불평등을 외면한 채 이상적인 논의만을 반복할 때 논술은 도덕교과서로 전락하고 만다. 왜 사람들은 불평등한 현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고,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밝혀 나가는 과정에서 창의성이 발휘된다.

발상의 전환은 다각적 시각을 확보하는 길이기도 하다. 어느 하나의 관점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을 고려할 때 창의적인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피라미드(사각뿔)와 원뿔과 삼각뿔은 앞에서 보면 모두 삼각형이지만 위에서 보면 각각 사각형, 원, 삼각형이다. 이들을 삼각형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지만 옆, 뒤, 위에서 보면 더 폭넓은 고찰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 실전 2013수시기출문제(고려대 인문계 B)

평판은 얼마나 실재를 반영할까?

영화의 흥행에도 입소문(평판)은 큰 역할을 한다. 사진은 국내 개봉 영화사상 최다 관객을 동원한 영화로 기록되고 있는 의 포스터. 한겨레 자료사진.
영화의 흥행에도 입소문(평판)은 큰 역할을 한다. 사진은 국내 개봉 영화사상 최다 관객을 동원한 영화로 기록되고 있는 의 포스터. 한겨레 자료사진.

Ⅰ. 평판에 관한 (1)의 관점에서 (2)와 (3)을 비교? 분석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900±50자, 75점)-분량을 고려하여 제시문을 편집함

(1)

평판은 개인, 집단 또는 조직에 대한 공중의 의견이나 사회적 평가를 의미한다. 평판은 학문, 예술,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비즈니스나 온라인 공동체의 영역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며, 개인의 사회적 지위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좋은 평판을 얻으려는 노력이 전개된다. 그러한 노력은 개인과 사회에 걸쳐 광범위하게 관찰된다. 상품이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뿐 아니라 학문과 예술 분야에서도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한 노력이 나타난다. 좋은 평판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평판을 획득하기 위한 노력이 전개되는 과정을 통해 평판은 사회적으로 구성된 실재가 된다. 그로써 서로 구별되는 다양한 세력들이 경쟁하는 평판의 장(場)이 형성된다. 그 장에서 평판이 거래된다. 예컨대 소비자는 시장에서 재화와 용역을 구매하지만 평판의 장에서 그것들에 대한 평판도 함께 구매한다. 그래서 소비자는 선택의 근거를 평판의 장에서 찾으려 하고, 생산자는 자신의 평판이 소비자에 의해 선택되도록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그러나 평판이 그 대상의 실질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평판은 그 신뢰도의 면에서 편차가 있을 수 있다. 어떤 평판은 사실에 근거한 반면, 어떤 평판은 의도적으로 부풀려지거나 악의적인 비방을 목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온라인 쇼핑몰의 구매자 후기(後記)가 발휘하는 효력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평판이 개인의 의사결정에 폭넓고 깊숙하게 개입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이다. 그러한 추세 속에서 평판의 신뢰도가 보다 중요하게 대두된다.

(2)

우리는 평판을 얻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기도 한다. 예컨대 당신은 상사와의 급한 약속에 늦는 사태를 감수하면서 낯선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줌으로써 당신의 소중한 시간을 사용한다. 그러나 그러한 작은 선행과 관대한 태도가 당신의 평판을 보장해 주고, 결과적으로는 최초의 비용보다 큰 이익을 당신에게 가져다 줄 수 있다.

우리는 평판의 효과를 알기 때문에 즉각적인 답례를 기대하지 않고 남을 돕기도 한다. 만약 거듭되는 입소문을 통해 당신이 선하고 자비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세상이 알게 된다면, 당신이 미래의 어느 날 다른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기회는 그만큼 증대할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한다. 만약 내가 다른 사람을 도운 일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나는 누군가로부터 호의를 받지 못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선행이 복잡한 관계의 망 속에서 연쇄적인 효과를 일으켜 선행의 당사자에게 그 효과가 되돌아오는 우연을 기대할 수 있다. ‘간접 상호주의’는 그러한 관련을 표현하는 개념어이다. 간접상호주의는 협력의 방식을 변화시킬 뿐 아니라 협력에 대한 인간의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협력은 응분의 대가나 이득을 목적으로 한 비용의 지불이다. 평판에 대한 기대도 협력과 관련하여 파악될 수 있다. 우리는 간접 상호주의의 맥락에서 협력이 가져올 효과를 고려하여 평판을 구매한다.

우리는 종종 우리의 행동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여길까 신경을 쓴다. 다른 누군가가 우리를 지켜보거나 우리가 한 일을 알아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우리의 행위를 좌우한다. 개인적 수준의 자선 행위가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우리가 미래의 그림자 속에 산다는 것을 알 때 우리의 행위는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3)

똥깐의 본명은 동관이며 성은 조이다. 그럴싸한 자호(字號)가 있을 리 없고 이름난 조상도, 남긴 후손도 없다. 동관이라는 이름이 똥깐으로 변한 데는 수다한 사연이 있어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똥깐이와 한 시대를 산 사람들이 똥깐이를 낳고 똥깐이를 만들고 똥깐이를 죽이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일부로 평범한 사람 조동관을, 자신들과는 다른 비범한 인간 똥깐이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똥깐이 살다 간 은척읍에서 세 살 먹은 아이부터 여든 먹은 노인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불문하고 동관을 칭할 때 똥깐이라고 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똥깐이 보고 듣는 데서는 아무도 그를 동관으로도, 똥깐으로도 부를 수 없었다.

똥깐은 이란성 쌍둥이의 동생으로 태어났는데 죽을 때까지 형 은관과 대략 일천 회 이상의 드잡이질을 벌였다. 그 드잡이질은 똥깐의 타고난 체격에 담력과 기술, 자잘한 흉터를 안겨 주었고 그가 은척 역사상 불세출의 깡패로 우뚝 서는 바탕이 되었다. 사람들은 혹시 신출귀몰하는 그들 형제가 주변에 없나 살피고 나서 ‘똥깐이가 조십단(은관의 별명)하고 술 먹다가 전당포 주인을 깔고 앉은 사연’ 등을 즐겼다.

그런 이야기가 은척읍 사람들에게 재밋거리가 된 것은 그때 은척에 살던 사람들 대부분이 텔레비전이나 신문, 라디오를 보거나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볼 돈도 없었고 볼 생각도 없었으며 볼 수도 없었다. 따라서 은관 형제의 이야기는 그들의 뉴스였고 연재소설이자 연속극이며 스포츠였고, 무엇보다도 신화였다.

똥깐은 성장함에 따라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개망나니짓으로 명성을 쌓아가기 시작했는데 열다섯 살 때부터 외상 안 주는 집 깨부수는 일은 다반사요,외상으로 밥 먹고 외상으로 반찬 먹고 외상으로 차 마시고 게트림하고 외상으로 만화 보고 외상으로 다른 아이들을 두들겨 팬 뒤 외상으로 약을 사주었다. (중략) 소문뿐,누가 사실을 확인해 보랴.


■ 정석의 적용

제목 : ‘현상과 본질’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어

나뭇잎은 초록색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뭇잎 자체가 초록색인 것은 아니고 단지 빛 가운데 초록색 파장을 띤 광선만 반사시키기 때문이다. 이처럼 본질과 현상은 일치할 때도 있고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다. 김봉규 기자
나뭇잎은 초록색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뭇잎 자체가 초록색인 것은 아니고 단지 빛 가운데 초록색 파장을 띤 광선만 반사시키기 때문이다. 이처럼 본질과 현상은 일치할 때도 있고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다. 김봉규 기자

비교·분석의 방법은 5월 6일자 ‘함께하는 교육’ 연재를 참고하고 여기서는 ‘평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는 내용만 다루기로 한다. (1)은 평판의 의미, 효과와 한계를 언급한다. (1)에 따르면 평판은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실재이지만 대상의 실질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평판이 의의를 갖기 위해서는 신뢰도가 전제되어야 한다. (2)는 ‘간접 상호주의’라는 맥락에서 평판의 선순환 구조를 설명한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이 평판의 효과를 인지하고 좋은 평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며 타인과 협력한다는 것이다. 반면 (3)은 일방적으로 형성되는 평판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신뢰성을 결여한 평판은 대상의 본질과 괴리되어 자극적인 이야깃거리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평판이 대상의 본질을 반영하는가?’ 또는 ‘평판이 지배하는 사회는 정의로운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 ‘평판’을 사회적 현상으로, 평판 대상의 ‘인품, 인격’을 본질로 본다면, 이 문제는 철학사의 중요한 주제인 ‘현상과 본질’의 관계를 묻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평판은 실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평판은 대상에 대해 사회적으로 구성된 이미지에 불과할 수 있다. 즉 평판과 대상의 본질은 괴리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가 보완되지 않은 채 사회가 평판에 의해 지배되면 이는 정의롭지 않다. 제시문 (3)은 평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으므로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이 논의를 중심으로 견해를 전개하는 것이 편해 보인다. 좋은 평판을 얻기 위한 노력이 손익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2)의 지적도 평판의 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물론 평판의 한계를 지적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그 해결방안까지 도출해야 답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자신의 인격과 평판의 일치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즉 간접상호주의를 염두에 두지 않고도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평판의 의의를 부정하기도 어렵다. 즉 평판의 함의와 한계를 지적하되 평판의 사회적 의의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고찰해야 한다. 그래야 차별화된 답안 작성의 가능성이 열린다.

인간은 계산적인 존재이므로 비용과 편익을 고려해서 행동한다. 평판의 효과가 미미한 사회에서 인간은 이기적으로 행동할 것이다. 이를 제어하기 위해서도 평판의 순기능을 확보하는 일은 중요하다.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평판이 개인에게 가하는 사회적 압력이 사회를 유지하는 요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평판의 신뢰도를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평판은 대상에 대한 일방적인 평가이므로 폭력성과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평판이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평판 형성 과정에 객관성과 책임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즉 타인을 평가할 때는 개인의 표면적 행위에만 주목하지 않고 행위의 일관성과 지속성, 의도를 고려하여 평가하는 비판적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또한 대상의 본질과 무관한 부정적 평판을 흥미 위주의 가십으로 생산, 소비하는 무책임한 풍조도 경계해야 한다.

요컨대 평판의 한계와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실질, 본질을 중시해야 한다는 견해와, 평판의 사회적 의의를 긍정하면서 그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동시에 고려해야 차별화된 답안을 작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 설득력 있는 대안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 함께 하는 예시답안

제시문 (1)은 평판의 의미와 한계에 대해서 말한다. (1)에 따르면 평판은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실재이지만 대상의 실질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평판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신뢰도가 전제되어야 한다.

제시문 (2)(3)은 공통적으로 평판이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평판 구성 과정에서 당사자가 수행하는 역할과 평판의 효과에 대해서는 차이점을 보인다. (2)에서 개인은 자신의 평판 형성 과정에 의식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평판의 기능이 순환적, 연쇄적이므로 그 결과 또한 긍정적이다. 반면 (3)에서는 타인에 의해 일방적으로 평판이 형성된다. 이 평판은 당사자에게 제시하거나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무책임하고 폭력적이다. 그 결과 당사자에게 낙인을 찍어 그를 부정적 이미지 속에 가두어 둔다.

(3)에서 제기하는 평판과 실질의 괴리 가능성은 평판의 진실성을 의심하게 한다. 평판은 대상에 대한 일방적인 평가이므로 폭력성과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타인에 대한 사회적 평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 안 된다. 하지만 평판이 사회 구성원을 협력으로 이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인간은 계산적인 존재이므로 평판의 효과가 미미한 사회에서는 이기적으로 행동할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평판이 제어할 수 있다.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평판이 개인에게 가하는 사회적 압력이 사회를 유지하는 요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평판의 순기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평판의 신뢰도를 높이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즉 평판 형성 과정에 객관성과 책임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요컨대 타인을 평가할 때는 개인의 표면적 행위에만 주목하지 않고 행위의 일관성과 지속성, 의도를 비판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대상의 본질과 무관한 부정적 평판을 흥미 위주의 가십으로 생산, 소비하는 무책임한 풍조도 경계해야 한다.(939자)


■ 한 가지 더 : 주제의 심층이해

다음 제시문을 읽고 평판에 대한 개인의 관심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는지 분석해 보자.

우리는 대중문화에 대한 태도에서 자신의 ‘문화 자본’을 과시하기 위한 ‘티내기’ 현상을 얼마든지 목격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폴 맥도널드는 “가령 영화의 경우, 어떤 사회적 집단은 영화를 장르와 배우에 따라서 분류하겠지만, 중산계급의 관객은 감독을 기준으로 해서 영화를 고르는 경향이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러한 차이는 중요한 의미를 나타낸다. 그 차이는 종종 사회를 구별하기 위해 사용되는데 연기자의 경우도 그러하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들이 유렵의 예술영화에 나오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 예컨대 장피에르 레오를 좋아한다고 말한다면, 그들은 암암리에 자신들을 대중적인 배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내 취향은 당신의 취향에 비해 고급스러운 것이다’라고 넌지시 말하는 것이다. 사실상 스타와 배우를 종종 구별하는 것도 바로 이 부문이다. 배우를 알아보는 것은 스타를 알아보는 것에 비해 ‘드문 취향’을 요구한다고 암묵적으로 말해진다. 이는 스타와 배우가 잘 구분되지 않는 할리우드 영화의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실베스터 스탤론이나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좋아하는 것보다 로버트 드 니로를 좋아하는 것이 훨씬 더 제대로 된 입장이고 문화적으로 더 높은 지위를 가진 것처럼 보여질 것이다.”

영화에서 나타나는 이런 ‘티내기’ 또는 ‘차별화’는 우리의 소비 생활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사람들이 이른바 ‘명품’에 집착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강준만, 『대중문화의 겉과 속2』

송남권 논술칼럼니스트
최규윤 강남비상에듀학원 인문논술강사
안덕훈 이원장 학습전략학원 논술강사
어수창 청솔교육연구정보원 인문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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