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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지구촌 감시하는 미국, 세계의 ‘빅브러더’인가요

등록 2013-07-01 20:24

[NIE 홈스쿨] 스노든의 미 정보수집 폭로
소설적 상상력이 현실이 됐습니다. 1948년 조지 오웰이 소설 <1984>에서 경고했던 ‘감시사회’의 모습이 2013년 생생히 드러났습니다. 한 정보기관 직원의 폭로로 드러난 세계 최강국의 행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미국 정부가 전세계를 상대로 광범위하게 정보를 수집해왔다는 사실이 미 국가안보국(NSA)의 계약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스노든은 미국 국가안보국과 연방수사국(FBI) 등 정보기관이 자국 내 정보기술(IT)업체의 서버를 이용해 고객들의 전자우편과 검색기록, 동영상과 사진, 채팅 정보 등을 수집해왔다고 밝혔습니다. ‘프리즘’(PRISM)이란 일급기밀 프로젝트를 통해 구글과 야후,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인터넷 회사들의 서버에 접속해 고객들의 정보를 들여다봤다는 것입니다. 지난 3월 한달간 국가안보국이 수집한 전세계 정보만 해도 970억건에 이를 정도였습니다. 스노든은 미국 정보기관의 사찰을 피해 홍콩으로 건너가, 미 언론이 아닌 영국의 진보일간지 <가디언>에 이런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9·11 테러 이후 정보기관의 안보 활동에 큰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미국 내 분위기를 고려한 것입니다.

스노든의 폭로 이후 미국 서점가에선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판매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인터넷서점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1984> 발간 60주년 기념판의 판매순위는 6월27일 현재 72위로, 14일째 베스트셀러 100위 안에 들었습니다.

소설 <1984>에는 미래 감시사회에 대한 섬뜩한 경고와 풍자가 담겨 있습니다. 소설 속 풍경을 살펴볼까요. 거리에는 ‘빅브러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고, 모든 공공장소와 사무실, 식당 그리고 집 안에까지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시민들은 국가의 감시와 통제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모든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부처님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할 수 있는 것은 ‘텔레스크린’이라는 감시카메라 덕분입니다.

“텔레스크린은 송신과 수신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윈스턴이 내는 소리는 아무리 낮은 소리라 해도 다 기계에 걸려든다. 그뿐만 아니라 그가 이 금속판의 시계 안에 들어있는 한,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다 들리고 보인다. 그러나 언제 감시를 받는지는 알 수 없다.”

늘 감시받고 있는 소설 속 시민들은 스스로 알아서 자신의 행동을 검열합니다. <1984>의 판매량 증가는, 미 정보기관의 광범위한 정보 수집 활동에서 조지 오웰이 예견한 감시사회, 즉 국가가 모든 국민을 통제하는 ‘오웰리언 사회’를 떠올린 미국 시민들이 많았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조지 오웰이 문학을 통해 감시사회의 미래를 보여줬다면,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저서 <감시와 처벌>에서 근대적 감시의 기원을 ‘파놉티콘’이라 불리는 원형감옥에서 찾습니다. 영국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1791년 설계한 원형감옥은 건물 내부에 높이 솟은 중앙탑을 중심으로 죄수들을 수감한 독방들이 빙 둘러 배치되어 있습니다. 중앙탑은 어둡고, 죄수들의 방은 밝게 유지됩니다. 이 덕분에 간수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중앙탑을 돌며 독방에 수감된 죄수들의 행동을 훤히 내다볼 수 있습니다. 원형감옥의 이름이 ‘다 본다’는 뜻의 그리스어인 ‘파놉티콘’인 까닭입니다. 반면 죄수들은 깜깜한 중앙탑에 간수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죄수들은 늘 감시받고 있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며 스스로의 행동을 규율하게 됩니다. 간수들이 일일이 통제하지 않아도 죄수들이 ‘알아서’ 규칙을 지키게 되는 셈입니다. 피감시자는 누군가가 늘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작 감시자의 시선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이런 ‘시선의 비대칭성’은 피감시자와 감시자 사이에 ‘권력의 불균형’을 낳습니다. 푸코는 ‘파놉티콘’의 기본 개념이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과 학생을 교육하는 학교, 노동자를 감독하는 공장 등 근대사회 곳곳에 적용되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교실들은 긴 복도를 따라 나란히 배치되어 있고, 복도를 향해 커다란 창문이 나 있습니다. 따라서 복도를 지나가기만 해도 교실 안의 상황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18세기 벤담은 죄수들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원형감옥을 설계했습니다
오늘날엔 정보기술 활용해
가두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누구라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폭로자 스노든은 반역자일까요
감시사회 폭로한 영웅일까요

현대사회에서는 컴퓨터와 인터넷 등 정보기술을 활용한 ‘전자 파놉티콘’이 등장합니다. 전자우편과 소셜 네트워크 계정, 교통카드와 신용카드 사용 내역, 휴대전화 통화와 은행 거래 등의 개인정보는 인터넷과 컴퓨터에 파일로 ‘저장’되어 언제라도 ‘수집’될 수 있습니다. 거의 모든 공공기관과 건물, 거리에는 폐회로텔레비전(CCTV)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벤담의 파놉티콘이 피감시자들을 한 공간에 가둬두어야 했다면 전자 파놉티콘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마저 뛰어넘습니다. 굳이 원형감옥을 세우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감시의 손길을 뻗을 수 있게 된 만큼 사찰과 통제의 가능성도 훨씬 높아졌습니다. 미국 정부가 전세계 구석구석을 엿볼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전자 파놉티콘의 특성 때문입니다.

지구촌을 감시하는 ‘빅브러더’ 미국에 세계 각국은 한목소리로 비난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미국 내 설문조사 결과는 그렇지 않습니다. ‘국가안보국이 테러를 막기 위해 전화기록을 추적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설문조사에 ‘그렇다’고 답한 미국민이 56%였습니다. 스노든의 폭로를 두고서도 민주주의를 위한 영웅적 행동이라는 의견과 국가 반역이라는 의견이 맞섭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국가 안보를 우선시하게 된 미국민들의 정서가 드러납니다. 그러나 안전을 위해서라면 개인 자유도 포기할 수 있다는 생각은 결국 감시를 일상화하고 자유를 구속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합니다.

정보기술의 발달이 국가 기관의 전방위적인 사찰과 감시 가능성만을 높이는 것은 아닙니다. 노르웨이의 범죄학자 토마스 마티센은 권력자와 대중이 동시에 서로를 감시하는 ‘시놉티콘’(Synopticon)이란 개념을 제시합니다. 파놉티콘(Panopticon)에 쓰인 ‘모두’라는 뜻의 접두사 ‘pan’을 ‘동시에’라는 뜻의 접두사 ‘syn’으로 바꾼 말입니다. 언론과 방송의 권력 감시, ‘다 대 다’ 소통이 가능한 인터넷을 통한 대중들의 ‘역감시’가 그 예입니다. 실제로 2011년 군부 독재로 자유언론이 존재하지 않았던 이집트와 튀지니에서는 젊은이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이용해 여론을 형성하며 혁명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교과서 펼쳐보기 | 참여민주주의와 시민윤리

“전자 민주주의 또한 현대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전자 민주주의는 전자 매체를 통해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민주주의를 가리킨다. 어느 학자가 “나는 인터넷에서 직접 참여하는 민주주의의 부활을 보았다”라고 말했듯이,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시민의 참여가 인터넷을 이용함으로써 가능해졌다. 하지만, 전자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아고라의 부활’로 불리는 낙관적 전망과 함께, 정보 통신 기술을 이용하여 사회 구성원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 능력을 강화시킴으로써, ‘판옵티콘’을 재현시킬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또한, 정보 조작을 통한 여론의 조작이나 이미지 정치의 가능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고등학교 <윤리와사상>, 천재교육, 240쪽)

책으로 확장하기 | 감시로부터 자유로운 삶

“저는 감시는 원래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누구를 감시하죠? 시민이 정부를 감시해야죠.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거꾸로 되어 있어요. 권력이 국민을 감시합니다. 우리나라 법 어디를 들여다봐도 권력이 국민을 감시하란 내용이 없습니다. 감사원이나 국회도 국민으로부터 감사 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하는 것이죠. 그런데 현실에서는 거꾸로 그런 기관들이 우리를 감시합니다.”

<감시사회>(사진)는 국가권력의 남용과 자본의 상업적 이익추구로 갈수록 고도화되는 감시사회에 대한 이슈와 쟁점들을 쉽게 풀어냅니다. 독재정권 시절의 미행과 사찰 등 ‘원시적인’ 방식부터 최근의 온라인을 통한 디지털 감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감시와 통제의 역사를 살핍니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손쉽게 포기하는 프라이버시의 위기, 주민등록제도와 전자주민카드 도입의 문제 등도 짚어냅니다.

논제로 정리하기 | 원형감옥과 프라이버시

2007년 서강대 모의논술고사에서는 소설가 황석영의 책 <오래된 정원>에서 구치소에 갇힌 주인공이 제러미 벤담의 원형감옥을 떠올 리는 장면과 홍성욱의 책 <파놉티콘>에서 공공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프라이버시 침해에도 무관심한 상황을 다룬 글을 제시문으로 주고,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라는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 방지를 명분으로 사실상 무제한 감청의 길을 연 미국 정부와 ‘테러 조사를 위한 전화기록 추적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견이 56%를 넘은 최근 미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연결 지어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김영우 기자 kyw@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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