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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여행 스케줄 직접 짜다보니 어느새 공부가 돼요”

등록 2013-07-01 20:30

(왼쪽부터) 문병관군, 이다영양, 배민준군, 사공영익 팀장, 김주형군(위), 염철웅군, 김빛나 교사, 강지훈군, 이록비양이 제주도 지도를 살펴보며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병관군, 이다영양, 배민준군, 사공영익 팀장, 김주형군(위), 염철웅군, 김빛나 교사, 강지훈군, 이록비양이 제주도 지도를 살펴보며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함께하는 교육] 교육정보
키움센터 학생들의 여행기획 워크숍
어디로 며칠 동안 갈지부터
숙박·교통수단 선택·계산까지
모든 걸 스스로 결정해야 해요
인터넷, 책 뒤적이면서
제주도 공부 제대로 했죠

“요즘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만 있는 게 아냐. 흔히 ‘저가항공’이라고 부르는 항공사들이 생겼지. 값이 싸니까 ‘저가’라고 하는데 사실 ‘저비용 고효율’ 항공이야. 이 항공사들은 기내 서비스가 많지 않아. 예를 들어, 서울에서 제주까지 갈 때 기내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잖아. 이런 식으로 오로지 가는 데 들이는 비용 외에 들어가는 품목 등을 줄였기 때문에 항공료가 싸지. 근데 여기서 제주에 가려면 어떤 공항이 제일 가깝지?”

“청주!”

“김포!”

공정여행사 트래블러스맵 사공영익 국내여행팀장의 설명을 듣던 학생들 중 두 학생이 크게 대답했다. 6월22일 토요일 오전 충남 아산시 고불로 초원아파트2차 관리사무소 3층. 키움지역아동센터(이하 ‘키움센터’)의 20평 남짓한 공간에서는 아홉 명의 학생들과 센터의 김빛나 교사가 사공 팀장과 공정여행(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지인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여행을 하자는 운동) 관련 워크숍을 하고 있었다.

센터 공간 가운데에 사각 테이블을 놓고 옹기종기 둘러앉은 학생들 사이에는 제주도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학생들은 제주도 안에서도 가보면 좋을 곳에 작은 포스트잇을 붙여뒀다.

“영! 근데 여기서부터 여기까지는 한 시간이면 가나요?”

염철웅(16)군과 이다영(17)양, 이록비(17)양 등은 일주일 만에 만난 사공 팀장을 닉네임 ‘영’으로 불러가며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하기 바빴다.

키움센터 학생들이 여행기획 워크숍을 하는 이유는 올해 아름다운재단(이하 ‘재단’)이 실시한 ‘청소년 자발적 여행활동 지원사업-길 위의 희망찾기’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2001년 소외계층 청소년들에게 여행 기회를 제공하자는 뜻에서 시작됐다. 2011년부터는 참여 청소년의 ‘자발적 활동’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총 15개 팀(약 150명)을 뽑았다. 이들한테는 국내여행의 경우 1인당 35만원, 해외여행의 경우 1인당 80만원이 주어진다. 청소년단체의 경우, 기획·비기획 부문으로 나눠 선발했다. 비기획 부문에서는 2개 팀과 개인 8명이 선정됐다. 재단 신은정 간사는 “비기획 부문은 여행기획력이 부족하고 기관이나 단체에 못 속하는 개인을 위한 부문인데 트래블러스맵의 여행전문가들이 멘토가 되어 여행 관련 워크숍을 진행해주신다”고 설명했다.

키움센터 학생들한테는 이 사업에 신청하는 것 자체가 좋은 공부였다. 센터 쪽에서는 센터 학생 30명 중 12명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왜 여행을 가고 싶은지 이유를 적어 내라고 했고, 학생들끼리 자치회의를 하면서 최종 인원을 선발했다. 5월에는 김 교사와 강대호(16)군이 아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면접심사를 치렀다. 강군은 “우리가 사는 곳에서 가능하면 먼 곳으로 가자는 뜻에서 제주도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총 4회차 가운데 두번째로 열린 이날 워크숍에서는 제주도 안에서도 어느 곳에 갈 것인지 등을 논의하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학생들한테는 수학여행 등의 경험이 있지만 이렇게 직접 여행기획을 해보는 건 처음이다.

“어디 갈 건지 정해봤어?” 사공 팀장이 묻자 이록비양이 접어온 종이를 펼쳐 보였다. “역사와 문화, 자연을 주제로 잡았어요. 4·3항쟁 평화공원, 제주 항일기념관, 삼양동 선사유적지, 한라 생태숲 순서로 갈까 생각중이에요.”

“4·3항쟁은 어떻게 알았니?”

이양은 “영이 알려준 책들을 참고하고, 김빛나 선생님께도 물어보고, 인터넷과 다른 책들도 찾아봤다. 몰랐거나 큰 관심이 없었던 부분인데 자료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공부 기회가 생기더라”고 했다.

여행기획에서 여행지만큼 중요한 것이 숙박과 교통편이다. 수학여행 등에 따라갈 때는 어른들이 정해둔 대로 움직이면 될 일이지만 이 모든 걸 학생들 스스로 결정하는 것도 고민이었다. 결국 잠은 ‘마을회관에서 해결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김빛나 교사는 “아이들이 굉장히 진지하게 참여한다. 어제는 제주 숙박시설 쪽에 전화를 했는데 그쪽에서 뭐가 궁금하냐고 물으니까 당황해서 ‘아닙니다!’ 하고 끊더라. 아이들 스스로 진행하는 데 의미가 있는 활동이다. 일부러 관여는 안 했다”고 했다.

염철웅군은 “이 활동을 하면서 평소 어른들이 쓰는 말들 중에 모르던 말들도 알게 되고, 공부도 하게 됐다”며 “성수기라는 말이 뭔지 몰랐는데 사람들이 많이 가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지는 시기가 성수기더라”고 했다.

이날 사공 팀장은 “다음주에는 짐을 싸는 이야기도 나눌 거다. 아무 생각 없이 짐 싸기 쉬운데 뭘 넣고 뭘 뺄지 의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짐을 싸는 데도 요령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샴푸나 치약 등 다 같이 써도 상관없는 것들은 한 사람 짐에 넣을 수 있죠.”

키움센터 학생들은 7월15일부터 19일까지 제주도로 여행을 갈 예정이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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