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선지원 후추첨 배정 현황
경상남도 마산·창원·진주 3개시
‘선 복수지원, 후 추첨 배정제’의 확대는 학부모와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약간 확대해주기는 하겠지만 평준화의 근본 취지를 흔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99년부터 ‘먼저 지원, 나중 추첨’을 하고 있는 경남 마산과 창원, 진주에서는 일부 사립학교가 소수의 성적 우수 학생을 집중 지도해 서울대에 많이 진학시키고 있다. 이들 학교는 다시 서울대 진학률을 내세우며 우수 학생을 싹쓸이해 입시 명문고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고교 사이의 서열화는 신입생들의 성적에서도 확인된다. 전교조 경남지부가 지난달 세 지역 고교 1학년 학생들이 학기 초에 치른 모의고사 점수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선호도가 가장 높은 학교와 나머지 학교의 평균점수 차가 많게는 29점까지 났다. 상위 30% 학생의 점수 차는 33.6점으로 더 벌어졌다. 마산의 한 중학교 교사는 “일부 학교는 사전에 우수 학생에게 지원 약속을 받아놓고는 이미 정원이 다 찼다는 말을 흘려 다른 학생들의 지원을 막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교조 경남지부 양태인 정책실장은 “이른바 입시 명문고로 부상하기 위해 혈안이 된 일부 학교에서 소수의 우수 학생들만을 기숙사에 따로 모아 놓고 특별지도를 해 다수의 학생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고 꼬집었다. 충북 청주의 한 사립고는 성적순으로 40명을 뽑아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특수반을 운영하며 기숙사 생활을 시키고 있다. 학기마다 성적 경쟁에서 밀리면 특수반에서 탈락하기도 한다. 학부모 김아무개(44·청주 흥덕구)씨는 “이 학교는 학교 설명회 때 자립형 사립고 및 비평준화 지역 입시 명문고와, 자기 학교의 서울대 입학생 수를 비교해 보여주며 그 학교들과 비슷한 명문고라고 자랑한다”며 “공부를 잘하는 아이를 둔 학부모는 거의 이 학교를 1순위로 지원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도, 현재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해당 지역 학생들만으로는 입학 정원을 채울 수 없는 29개 고교에 한해 ‘선 지원 후 추첨’(공동학군)을 시행하고 있다. 주변 교육 여건이 열악한 구에서는 상위권 학생들이 앞다퉈 공동학군으로 빠져나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ㄱ중의 한 교사는 “지난해, 우리 반에서 1등짜리는 다른 지역 외고로 진학하고, 2~3등은 인근 비평준화 지역으로 이사를 가서 그 지역 명문고에 입학하고, 4~7등은 공동학군의 명문고에 지원해 2명이 입학했다”며 “결국 이 지역에서 상위권 학생들은 다 빠져나가고, 나머지 학생들로 학교가 채워지고 있다”고 푸념했다. 그는 “일부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러다가 ‘똥통 학교’만 남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동학군을 확대하면 평준화 정책은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전교조 “반대” 한나라 “반대” 민노당 “반대” 교총만 “찬성” 교육부총리 “강남학군 광역화 검토”…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강남학군 조정 검토 발언에 대해 교육계와 정치권의 반응이 복잡하게 나오고 있다. 전교조 등 진보 성향의 교육단체들은 이것이 고교 평준화 해체 쪽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란 우려를 나타냈다. 이철호 ‘학벌없는 사회’ 사무처장은 24일 “중학생들이 고교를 선택해 지원한 뒤 추첨하는 제도가 확대되면 다수가 선호하는 이른바 명문고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이는 고교 입시제의 부활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의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의 한재갑 대변인은 “학군을 광역화하면 일부 학생들이 집에서 먼 학교에 배정되는 등 부작용이 있지만, 선지원·후추첨으로 고교 평준화의 문제점을 완화하고 강남학군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좋게 평가했다. 하지만 같은 보수권인 한나라당은 반대 뜻을 밝혔다. 이주호 한나라당 제5정조위원장은 “강남과 비강남의 교육 격차는 부모의 경제력 차이와 이에 따른 사교육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바가 더 크다”며 “학군 광역화는 통학거리를 불필요하게 늘리고 하향 평준화를 가속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학군 조정 방안에 대해 반대 논평을 낸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노동당이 학군 조정 문제에서는 강남의 학부모들과 똑같은 주장을 했지만 근본 논리는 정반대”라며 “고교 평준화에 부정적이면서 강남학군 조정에는 반대하는 이들의 논리는 결국 강남 거주자들이 강남권의 이른바 명문고 진학을 통해 누려온 독점적인 권리를 유지하겠다는 것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김 부총리의 발언이 부동산값 안정 대책의 하나로 나온 점을 두고는 학군 조정 자체에 대한 찬반을 떠나 한결같이 “교육을 부동산 정책의 하위개념으로 전락시키는 비교육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박용현 기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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