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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핵심 개념을 정확하게 찾아내야 제대로 적용할 수 있다

등록 2013-07-16 16:21수정 2013-07-16 16:23

지난 2007년 12월 충남 태안군 유조선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했을 때 자원봉사자들이 기름 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007년 12월 충남 태안군 유조선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했을 때 자원봉사자들이 기름 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수시논술 숨은 해법
■ 정석

논술에서 ‘적용’은 분석이나 비판 등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과 비슷한 맥락을 가진다. 즉, 기준이 되는 제시문의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의 요구사항을 해결해가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제시문을 이해한다는 것은 추상적이거나 암묵적인 공감이 아니라 핵심개념을 정확히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은 학생의 답안은 문제와는 상관없이 ‘요약’의 형태를 보인다. 그 평가는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적용’의 문제 해결방법은 ‘같은 원리의 또 다른 적용’이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다. 이 말은 에디슨과 콜럼버스의 달걀이야기에서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에디슨이 어렸을 때, 달걀을 품은 이야기는 엉뚱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것의 시도로, 그의 도전정신과 ‘창의력’의 대표 사례로서 즐겨 얘기되고 있다. 그러나 에디슨의 엉뚱한 행동을 기발함보다는 그의 치밀한 논리적 사고를 중심으로 생각해보자. 에디슨이 생각했던 것은 ‘닭이 알을 품으면 병아리가 부화한다’ 혹은 ‘달걀을 따뜻하게 해주면 병아리가 부화한다’ 정도일 것이다. 그가 생각했던 병아리 부화의 핵심원리를 자신에게 적용한 것이 달걀 품은 에디슨이다. 콜럼버스의 달걀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타원형 물체는 상식적으로 설 수 없는 것에 논리의 초점이 있다. 따라서 타원형물체의 밑면이 평평해야만 세울 수 있으며 그래서 삶은 달걀의 밑 부분을 깨뜨려서 세웠던 것이다. 위 두 사람의 달걀 이야기를 검토해보면, 적용을 위해서는 핵심원리가 튼튼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논술에서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적용’의 문제는 ‘(가)의 원리를 (나)에 적용시켜 보아라’, ‘(가)의 원리를 우리 사회에 적용시켜 보아라’, (가)의 원리를 통해 (나)의 주장을 정당화시켜 보아라‘, (가)의 원리가 반영된 사례를 들어 자신의 견해를 밝히시오’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그러나 문제가 어떤 요구를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핵심원리의 파악이다.


■ 실전 2013수시기출문제(한국외대 상경,글로벌경영,일본어)

‘의무’는 불변인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가?
‘기업의 최고 우선 순위는 이윤 추구’라고 주장한 신자유주의 원조 밀턴 프리드먼이 쓴 책 <자본주의와 자유>. <한겨레> 자료사진
‘기업의 최고 우선 순위는 이윤 추구’라고 주장한 신자유주의 원조 밀턴 프리드먼이 쓴 책 <자본주의와 자유>. <한겨레> 자료사진

Ⅰ. <제시문 A>,<제시문 B>를 활용하여 (자료2)에 나타난 상황을 분석하고, (자료1)을 활용하여 안티고네의 결정을 정당화해 보시오. (1,000자 내외-지면관계상 지문과 문제를 일부 수정하였음)

<제시문 A>
The view has been gaining widespread acceptance that corporate officials and labor leaders have a social responsibility that goes beyond serving the interest of their stockholders(1) or their members. This view shows a fundamental misconception of the character and nature of a free economy. In such an economy, there is one and only one social responsibility of business-to use its resources and engage in activities designed to increase its profits so long as it stays within the rules of the game, which is to say, engages in open and free competition, without deception(2) or fraud(3). No other responsibility of business takes priority.

― Milton Friedman, Capitalism and Freedom

(1)주주들 (2)사기 (3)협잡

<제시문 B>
Organizations may shift their priorities according to the needs of community. About 10,800 tons of oil were spilled in the sea of Taean, South Chungcheong Province, following a collision between an oil tanker and a barge(1) carrying a large crane. A number of organizations have worked together to clean up the mess. Setting aside their typical work, many businesses across the country also joined in the clean-up effort. Although profit was not involved, they voluntarily gathered in the area to help. Despite the cold weather, they cleaned the oil off of the rocks on the beach and removed the oil-soaked sand.

― High School English Reading and Writing

(1)바닥이 평평한 짐배

(자료 1)
로스(W. D. Ross)에 따르면, 의무에는 잠정적 의무와 실제 의무가 있다. 잠정적 의무는 만약 다른 도덕적인 고려사항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실제 의무가 된다. 예를 들어서 내가 여비서에게 휴가를 하루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나에게는 그녀에게 휴가를 줄 잠정적 의무가 있다. 만일 이 잠정적 의무와 상충하는 더 중요한 다른 의무가 생기지 않는다면, 나는 그녀에게 하루의 휴가를 보내 줄 실제 의무를 갖게 되는 것이다. 즉 잠정적 의무는 실제 의무와 다르게 모두에게 예외 없이 적용된다.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은 언제나 잠정적 의무의 규칙으로서 타당하며, 따라서 우리는 언제나 그 의무를 이행하려 노력해야 한다.

― William Frankena, Ethics

(자료 2)
안티고네: 동생 이스메네야, 귀여운 내 동생아, 우리가 살아오는 동안에, 아버님이 유언하신 여러 가지 재앙 중에서 제우스 신께서 우리에게 내리시지 않은 재앙이 없다는 것을 너는 알고 있지? 너와 나는 불행하게 지내면서 온갖 파멸, 수치, 굴욕을 다 겪어 왔다. 그런데 방금 크레온 왕이 테베에 선포하셨다고 하는 새로운 포고는 무엇이냐? 너는 알지 못하니? 듣지 못했니? 또는 우리 친구들이 우리 원수가 될 운명이라는 것을 너에게는 감추더냐? (중략)

글쎄 크레온 숙부님이 한 오빠는 정중하게 장사지내고 또 다른 오빠는 장사지내지 않고 욕을 보이기로 결정하셨다지 않니? 에테오클레스 오빠는 바르고 법도에 맞는 정당한 의식으로 땅에 묻어 저 세상에서 고인들과 함께 영광을 누리게 한다는 거야. 그러나 폴리네이케스 오빠의 불쌍한 시체는 거리에 내놓고 매장도 못 하게 하고 오빠를 위해 마음대로 울지도 못하게 한다는 소문이야. 울어주는 사람도 없이 매장도 하지 않은 채 내버려, 새들의 좋은 먹잇감으로 삼아 잔치를 벌이게 한다는 거야. 크레온 왕이 너와 나를 노리고, 아니, 나를 노리고 이런 포고를 하고, 또 아직 모르고 있는 사람들에게 명확하게 알려 주기 위해서 이곳으로 오신다는 소문이야.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누구든 이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자는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돌로 때려죽인다는 거야. 이젠 알아들었겠지? (중략)

나는 오빠를 묻어 줄 테다. 그 일로 해서 죽는다면 얼마나 좋으냐? 죄 아닌 죄를 짓고 사랑하는 오빠와 함께 잠들겠어. 산 사람보다는 죽은 사람에게 더 착실히 도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야. 나는 저세상에서 영원히 살 테야. 신께서 정해 놓은 숭고한 법을 어기고 싶거든 네 맘대로 해라.

― Sophocles, Antigone


■ 정석의 적용

잠정적 의무 VS 실제 의무

제시문 이해

한국외국어대학교는 항상 영어 제시문 두 지문을 출제한다. 이 영어 제시문에는 출제교수가 의도하고 있는 논점과 핵심개념이 소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번 영어 제시문에는 기업의 우선순위가 무엇인가에 대한 두 입장이 소개되어 있다. <제시문 A>의 핵심내용은 자유 경제 체제에서 기업의 우선순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이윤 창출에 있다는 주장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이윤추구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견해는, 기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생각이라고 주장한다. <제시문 B>의 핵심내용은 기업의 우선순위가 공동체의 필요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 예로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태 시절, 많은 기업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태안반도의 기름 유출을 원상복귀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례를 들고 있다. 여기서 대립되는 두 핵심개념은 ‘기업은 이윤추구가 가장 중요한 목적이여야 한다.’는 개념과 ‘상황에 따라서는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자료1)은 로스의 견해로 ‘잠정적 의무’와 ‘실제 의무’를 제시하고 있다. 잠정적 의무란 모두에게 예외 없이 적용되는 의무이며, 다른 도덕적인 상황이 개입하지 않으면 실제 의무가 된다. 위 제시문의 경우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것, 휴가를 보내 주겠다는 것이 잠정적 의무이고, 회사에서 휴가를 보낼 수 없는 특별한 도덕적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잠정적 의무는 실제 의무가 되고, 직원의 휴가를 보내줘야 한다는 의미이다. 만일 회사의 존폐가 걸린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경우 직원의 휴가보다는 회사의 존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볼 수 있으므로, 이때는 휴가를 보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이 때 회사를 유지해야 한다는 약속도 해당 기업 관계자들과의 잠정적 의무로 볼 수 있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도 잠정적 의무로 볼 수 있는데, 이 상황에서는 보다 중요한 잠정적 의무인 회사를 유지해야 한다는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래야 여직원도 계속 회사를 다닐 수 있고, 기회가 될 때 휴가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핵심개념은 잠정적 의무와 실제의무로 파악할 수 있다. 수험생 입장에서 다소 어려운 부분은 잠정적 의무 간의 충돌 개념을 제시문을 토대로 추론해야 하는 것이며, 잠정적 의무 간의 충돌에서 우선순위가 있을 수 있다는 발상을 해야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다는 점이다. (자료2)는 국가의 법과 신의 법 또는 가족 윤리 사이에서, 안티고네가 국가의 법이 아니라 신의 법(인륜)을 선택함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문제 해결

위의 해설에서 등장한 개념은 기업의 존재이유, 잠정적 의무, 실제 의무이다. 따라서 (자료2)를 분석할 때 반드시 위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위 개념과 무관하게 (자료2)를 분석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경우 조건을 위배한 답안으로 평가되어 감점이 된다.

우선 기업의 존재이유의 두 개념으로 (자료2)를 분석해보자. <제시문A>의 핵심개념은 기업의 우선순위는 이윤 창출에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제시문 B>의 핵심개념은 태안반도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기업의 우선순위가 공동체의 필요에 따라 바뀔 수 있음을 서술하고 있다. 즉 이윤추구가 기업의 일반적인 우선순위라 하더라도 그 기업이 속해 있는 사회에서 기름유출과 같은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기업의 우선순위는 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우선 기업에 해당하는 주체를 안티고네로 볼 수도 있고, 크레온 왕으로도 볼 수 있고, 국가로도 볼 수 있다. 우선 기업을 크레온 왕으로 볼 경우 분석을 해 보자. 기업의 이윤 창출은 크레온 왕의 이익추구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이익 추구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폴리네이케스를 장례도 치르지 않고, 새의 먹잇감으로 만드는 것이다. 반면 기업의 우선순위가 공동체의 필요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것은 크레온 왕이 안티고네 등을 고려해, 자신의 권력은 다소 약화되더라도 공동체의 필요에 따라 폴리네이케스의 장례를 정중하게 치르는 것이다. 이를 안티고네에 적용시키면, 안티고네는 자신의 이익보다는 공동체의 이익 즉 오빠의 장례를 치러야 한다는 인륜의 가치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자료1)의 잠정적 의무와 실제 의무의 핵심개념을 활용하여 안티고네의 결정을 정당화해보자. 안티고네에게 잠정적 의무란 신이 정한 법으로 볼 수 있다. 신이 정한 법이란 오빠의 장례를 동생으로서 정성을 들여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을 자연법이라 하며 이는 모두에게 예외 없이 적용되는 의무라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의무가 실제적 의무가 될 경우, 안티고네는 크레온 왕에 의해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크레온 왕은 안티고네 오빠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게 하는 의무를 부여했다. 이 의무도 국법 또는 왕의 명령으로, 현대의 관점에서는 잠정적 의무라 볼 수 있다. 민주국가에서 국법을 준수하는 것도 일종의 잠정적 의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안티고네는 죽음을 무릅쓰고 오빠의 장례를 치르겠다는 결정을 한다. 이는 정당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자료1)의 ‘잠정적 의무는 만약 다른 도덕적인 고려사항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실제 의무가 된다’는 내용을 기반으로 한다. 크레온 왕의 명령은 잠정적 의무이지만 도덕적으로 정당성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실제적 의무가 될 수 없다. 인간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가족의 장례를 치르는 의무는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보다는 보다 근원적인 의무이기 때문이다.


■ 함께 하는 ‘예시답안’

<제시문A>는 기업의 우선순위는 이윤 창출에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크레온 왕이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폴리네이케스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게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기업이나 크레온 왕이나 자신의 이익추구가 우선이다. 반면 <제시문B>는 기업의 우선순위가 공동체의 필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안티고네가 인륜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잃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빠의 장례를 치르겠다는 결심을 들 수 있다. 개인의 이익보다는 인륜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안티고네의 결정은 정당하다. 인간은 대체로 공동체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하지만 동생으로서 오빠의 장례를 치르는 것은 인간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이다. 즉 최상위의 잠정적 의무인 것이다. 크레온 왕 시절의 관점에서 본다면 왕의 명령도 일종의 잠정적 의무에 해당한다. 현대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왕의 명령은 국법에 해당하고, 국법은 국민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잠정적 의무에 해당한다. 그러나 가족의 장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으로서 예외 없이 지켜야 할 도리로 봐야한다. 국가의 법이 이를 금지하는 것은 타당성이 결여된 법이다. 설령 타당성이 있다 하더라도 가족으로서 오빠의 장례를 치르는 것은 국가의 법을 준수하는 것보다 우선순위로 봐야한다. 따라서 오빠의 장례를 치르는 것은 실제 의무로 이어져야 한다. 물론 생명을 보전하는 것이 더 중요한 잠정적 의무라고 반론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과거 불교, 기독교의 전파를 위해 목숨을 내 던진 종교적 순교자들, 일제에 저항하여 목숨을 잃은 독립투사, 한국전쟁에서 소중한 목숨을 숭고하게 내 던진 순국열사를 생각해보자. 생명의 가치를 보전하는 것이 소중한 잠정적 의무이지만, 더 소중한 인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죽음조차 무릅쓰는 안티고네의 결심은 이보다 더 소중한 잠정적 의무이며 자기희생의 용기 있는 결단임을 부정할 수 없다.(970자)


■ 한 가지 더 : 주제의 심층이해

인간의 삶은 다양한 가치를 추구한다. 때로는 추구하는 가치의 대립 속에서 갈등을 겪기도 한다. 다음 제시문은 석저(石渚)라는 선비가 충과 효 사이의 갈등에서 효를 선택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내용이 나와 있다. 석저(石渚)의 행위에 대해 비판적으로 분석해보자.

형(荊)나라 소왕(昭王) 때, 석저(石渚)라는 선비가 있었다. 사람됨이 공정하고 사사로운 정(情)이란 것을 몰랐기 때문에 왕이 치안관으로 일을 보게 했다. 어느 날 길에서 사람이 죽은 사건이 생기자, 석저는 범인의 뒤를 밟게 되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범인이 자기 아버지였다. 석저는 그대로 수레를 돌려 왕궁으로 나아갔다.

“살인범은 저의 아버지였습니다. 아버지를 제 손으로 잡는다는 것은 자식된 도리로 차마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범인에게 사사로운 정을 두는 것은 국법을 어기는 것으로 불가(不可)한 일입니다. 법을 범한 이상 벌을 받는 것이 신하된 자의 도리입니다.”

석저는 이렇게 말하고 형틀에 엎드려 왕에게 죽기를 청하였다. 그러자 왕이 말하였다.

“뒤를 좇았으나 잡지 못한 것뿐이니 어찌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할 것인가. 계속해서 맡은 일에 충실하도록 하라.”

하지만 석저는 사양하며 말하기를,

“아비에게 정을 두지 않으면 효자라고 할 수 없고, 임금을 섬기며 법을 굽힌다면 충신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임금께서 그것을 용서하시는 것은 은혜로운 일이지만, 감히 국법을 어길 수 없는 것이 신하의 도리입니다.”

하고 형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여씨춘추(呂氏春秋)』에서

송남권 논술칼럼니스트
최규윤 강남비상에듀학원 인문논술강사
안덕훈 이원장 학습전략학원 논술강사
어수창 청솔교육 연구정보원 인문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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