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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독재 미화 교과서’ 낳은 국사편찬위 ‘밀실 검증’

등록 2013-09-04 08:23수정 2013-09-10 17:14

역사 서술 편협성에 기본적 사실 오류도 못 걸러내
최종 통과 전까지 비공개…검정위원 성향도 논란
친일 인사를 항일 인사로 둔갑시키고 독재정권을 미화하는 등 편협한 역사서술로 논란을 빚은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오류까지 발견되자, 이를 최종 합격시킨 국사편찬위원회(국편)가 교과서 검정기관으로서 제구실을 못하고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극단적 기밀주의’라고 표현될 만큼 외부와 차단된 밀실 검증, 학계와 교육계 전반을 아우르지 못하는 검정심의위원회 구성 등 국편의 폐쇄성이 이번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교학사 교과서는 독재 통치를 했던 이승만 전 대통령을 “영웅”이라고 표현하는 등 미화에 나서는 한편, 헌정체제를 유린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1972년 유신 개헌도 북한의 도발 위협 때문에 불가피했다며 정당화하는 등의 내용으로 물의를 빚었다. 전체 역사적 진실을 구성하는 사실관계 가운데 저자들이 원하는 내용들만 취사선택해 제시한 해당 교과서의 문제점은 검정심의 과정에서 거의 걸러지지 않았다.

여기에 1930년대 시작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마치 1944년부터 시작된 것처럼 서술된 내용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자 교학사 교과서의 해당 부분을 대표집필한 이명희 공주대 교수(역사교육학)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막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를 수정할 수 있다고 말하는 상황마저 벌어졌다. 일부에서는 교학사 교과서가 검정심의 과정에서 479건의 수정·보완 권고를 받아 전체 8종 교과서 평균(272건)의 갑절에 이르는데도 합격 판정을 받은 것은 특혜라는 주장마저 인다.

전문가들은 검정심의위원회 구성과 검정 과정의 폐쇄성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예전에는 2차 검정을 마친 뒤 최종 검정 통과 직전 일선 교사들의 검증을 거쳤으나, 요즘에는 출판하기 전에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저작권 위반이라는 논리에 밀려 사실상 공개 검증 절차 없이 교과서가 발간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역사교육학)는 “나 같은 교수들도 아직 언론 보도 외에는 교과서를 접하지 못했다. 일반인과 교사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정심의위원회 구성도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역사학자는 “학계에서 검정위원들 가운데 일부가 뉴라이트 성향의 역사인식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언론과 학계에서 철저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한종 교수도 “학문적 업적이 검증된 다양한 검정위원들이 참여해 적절한 검증을 거쳤는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편 쪽은 예산 문제를 거론했다. 국편은 검정심의위와 관련한 별도의 예산지원이 없어 올해 출판사들에서 모두 1억8000만원을 지원받아 심의회를 운영했다. 전미희 국편 편사기획실장은 “틀린 내용이 워낙 많다 보니 적은 수의 심사위원들로 잡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시대별 전공자만이 아니라 정치·경제 등 분야별, 고고학 등 학과별 전문가를 모을 수 있도록 정부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일본이 과거 일제 침략 시절의 역사를 묻으려고 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반공을 위해 친일과 독재를 모두 용서하자는 논리가 횡행하는 데 분노를 느낀다. 국편이 식민지 근대화론 같은 논리를 잡아내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응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이정국 기자 watchdog@hani.co.kr

[관련기사]

▷ 뉴라이트 교과서, 수정·보완 지적 479건…다른 출판사의 ‘2배’
▷ “검정과정 자체 면밀한 조사 뒤 교과서 수정·취소 여부 논의를”

[관련영상] [한겨레 캐스트 #162]‘이승만 영웅전’, 역사왜곡 교과서 심층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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