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타이 방콕에서 시작한 ‘2013 유네스코 동남아시아 공동역사 발굴을 위한 국제전문가 회의’에 참석한 신주백 연세대 연구교수가 참석자들에게 한·중·일 공동 역사 교과서를 만든 경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중·일 공동 역사교과서 저자’ 신주백 교수, 왜곡 교과서 비판
“친일파에 우호적이고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논리대로라면 우리가 일본 정부에 식민 지배에 대한 사과를 요구할 수 없다.”
17일 타이 방콕에서 <한겨레>와 만난 신주백 연세대 국학연구원 연구교수는 최근 친일·독재 미화와 무더기 오류가 드러난 뉴라이트 성향의 한국사 교과서(교학사)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 저자(천재교육)이자 지난해 5월 나온 한·중·일 공동 역사 교과서의 저자이기도 한 신 교수는 방콕에서 열린 ‘2013 유네스코 동남아시아 공동역사 발굴을 위한 국제 전문가 회의’에서 공동 역사 교과서를 만든 경험을 소개하기 위해 참석했다.
신 교수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한·중·일 등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공동 역사교육의 정신에도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이 나치 시절에 침략한 폴란드·프랑스와 공동 역사 교과서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독일이 나치의 만행을 철저히 반성하고 주변국들에 사과했기 때문이다. 잘못된 과거에 대한 철저한 사과 없이 대화를 하는 공동 역사 연구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친일파를 미화하고 식민지 시기가 한국을 발전시켰다고 보는 교학사 교과서의 논리는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며, 이런 논리로는 제대로 된 공동 역사 연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그동안 나온 한·중·일 공동 역사교과서도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배를 명확히 서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교학사 교과서는 공동 역사교과서보다 못하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가 참여한 ‘한·중·일 3국 공동역사편찬위원회’는 2005년엔 청소년을 위한 <미래를 여는 역사-한중일이 함께 만든 동아시아 3국의 근현대사>를, 지난해 5월엔 일반인을 위한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를 출판했다.
16일부터 시작된 회의에서 발제를 맡은 신 교수는 공동 역사교과서를 만들 때 취해야 할 자세를 동남아 국가들에 조언했다. 신 교수는 “여러 나라들이 서로 공감하는 문제부터 논의를 시작하되, 갈등이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최소한 양쪽의 입장을 충실히 싣는 정도로 해야 제대로 된 공동 역사교과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방콕/글·사진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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