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노동사각지대, 초단시간 돌봄강사

등록 2013-09-23 08:05수정 2013-09-23 08:20

돌봄강사 초단기 시간제 계약 현황
돌봄강사 초단기 시간제 계약 현황
무기계약직 전환 안해주려
주 15시간 미만 계약 강요
퇴직금·4대보험 대상 안돼
4명중 1명꼴 노동사각지대
대학에서 유아교육학을 전공한 우아무개(44)씨는 경북 칠곡군 ㅇ초등학교의 돌봄강사다. 2008년 12월부터 하루 3시간여씩 근무했다. 법대로라면 우씨는 수년 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야 했다. 하지만 여전히 초단시간제 비정규직이다.

우씨는 “(학교가) 계약서상으론 주당 15시간이 안되게 근무계약을 맺도록 강요했다. 하루 3시간 이상 2년 연속 계약할 경우 무기계약직 대상이 되는 걸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올 4월에야 법을 알았다”고 말했다.

우씨는 올 2월 시간당 2만5000원을 받는 계약을 새로 맺었다. 교육청이 아예 일선 학교에 ‘주 15시간 미만 계약’ 지침을 내린 뒤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진 2시10분~5시, 금요일은 2시20분~5시까지다.

전국 돌봄강사 4명 가운데 1명꼴로 우씨처럼 주당 15시간 미만의 근로계약을 맺어 노동권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당 15시간 미만 노동자는 2년 넘게 근무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기간제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근로기준법상 퇴직금, 연월차·휴일 수당 지급이나 4대 보험 가입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이 22일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7월 기준)를 보면, 전국의 돌봄강사 7944명 가운데 2093명(26.3%)이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계약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에 다니는 학부모를 대신해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초등학생의 방과후학교를 담당하는 이들의 주당 근무시간은 대개 25시간남짓이다. 하지만 학교는 갖가지 편법으로 실제 노동시간보다 축소된 근로계약을 이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지방의 한 돌봄강사는 월·수·금 사흘의 방과후수업만 맡도록 계약을 맺었다. 화·목 수업은 다른 강사 몫이다. 저마다 주당 15시간 근무를 넘지 않도록 한 사람이 할 일을 쪼갠 것이다. 한 강사는 평일과 주말 근로계약을 이중으로 작성했다. 모두 학교의 강요 혹은 요청에 따른 것이다.

제주와 세종시의 경우, 이런 초단시간제 돌봄강사가 10명 가운데 9명 이상이었다. 이어 전남(82.3%), 전북(75.6%), 경북(63.2%), 충남(40.5%)에서 초단시간제 돌봄강사 비율이 높았다.

고용이 불안하므로 노동 착취를 온전히 감수하는 꼴이다. 공공운수노조가 지난달 돌봄강사 조합원 2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49명(58.9%)이 근로계약보다 하루에 1시간 이상, 51명(20.2%)이 2시간 이상 더 일한다고 답했다. 학교비정규직본부의 최근성 조직국장(경북지부)은 “5시간 수업 동안 2시간은 특기적성 수업을 한다며 외부강사를 부르기도 한다. 계약상 돌봄강사는 4시에 퇴근인데 막상 학교는 퇴굣길을 지도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전체 돌봄강사 7944명 가운데 1661명(22.1%)은 고용보험에도 가입되지 않았다. 15시간 미만 노동자도 3개월 이상 생업을 위해 일할 경우 가입토록 한 법이 지켜지지 않은 결과다.

은수미 의원은 “돌봄강사처럼 초단시간 근로계약을 통해 기본적 보호조차 박탈하는 나쁜 시간제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지 않는 한, 박근혜 정부의 고용률 70% 정책은 실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는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올해 149만개에서 5년내 242만개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