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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7종 한국사 교과서 저자들 “교육부 권고는 우편향·트집잡기”

등록 2013-10-22 20:29수정 2013-10-23 15:09

‘거창양민학살 서술 삭제하라’
‘남북정상회담 사진 쓰지마라’
‘1/9을 9분의 1로 고쳐라’ 지적도
“교학사 균형 맞추려 건수 늘린듯”
교육부가 8종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모두 싸잡아 수정·보완 권고한 것과 관련해 해당 교과서 저자들이 “검토 기준이 우편향적이며 일부 오류가 있는데다 사소한 트집잡기”라고 비판했다.

22일 <한겨레>와 연락이 닿은 금성·두산동아·미래엔·천재교육 교과서 저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교육부 권고사항 가운데 지나치게 우편향적인 지적이 적지 않다는 반발이 많았다. 교육부는 미래엔 교과서에서 1951년 ‘거창 양민 학살’(318쪽)을 서술한 부분에 대해 “북한군에 의한 양민 학살 사례 제시 없이 국군에 의한 양민 학살 사례를 특집 형태로 기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한 저자는 “우리가 과거 학살을 반성하고 유족에게 배상하는 열린 국가라는 점을 서술함으로써 북한보다 남한이 더 나은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데 교육부는 이런 고려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금성출판사가 현대사 단원을 시작하면서 첫 부분(360쪽)에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손잡고 있는 사진 등을 실은 것도 교육부는 문제 삼았다. 교육부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 중심으로 균형적인 선정 필요”라며 보완을 요구했다.

미래엔 교과서가 “이승만 독재와 4·19 혁명” “1년 전부터 부정 선거를 준비하다” “3·15 부정 선거를 규탄하다”라고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으로 서술한 제목(322~337쪽)을 두고도 교육부는 “대부분의 제목이 부정으로 일관하고 있어 우리 정치의 역사를 부정적으로 인식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가운데) 등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2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의 8개 교과서 수정권고 발표가 일부 교과서의 중요한 역사왜곡 사실을 포함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정진후 정의당 의원(가운데) 등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2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의 8개 교과서 수정권고 발표가 일부 교과서의 중요한 역사왜곡 사실을 포함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교육부가 수정·보완을 권고한 내용 자체가 사실 오류인 것도 추가로 드러났다. 천재교육 교과서가 독립문이 “1898년 무렵에 완성”(234쪽)됐다고 서술한 부분을 놓고 교육부는 “독립문은 1897년 11월20일 완공됐다”고 사실 확인을 요구했다. 해당 교과서 저자인 주진오 상명대 교수(역사콘텐츠학과)는 “독립문은 완공식을 한 기록이 없어 1898년쯤에 완공이 됐다고 추정하는 것이 학계의 상황이다. 교육부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날짜를 제시했는지 근거를 밝혀라”라고 반박했다. 교육부는 수정·보완 권고문에서 “영은문이 1985년에 허물어졌다”며 1895년을 잘못 적기도 했다.

또한 교육부는 금성출판사에 일제의 토지조사사업 시작 연대를 1912년으로 밝혀 적으라고 했으나, 저자들은 “1910년이 맞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교학사를 제외한 7종 교과서에 대한 수정·보완 권고사항을 부풀리기 위해 ‘트집잡기’를 했다는 의혹도 인다. 두산동아 교과서가 “1/9” “1/20”이라고 쓴 것을 교육부는 “9분의 1”, “20분의 1”이라고 고쳐 쓰라고 지적했다. 금성출판사가 수원에 있는 “화성”을 언급한 부분을 “수원 화성”이라고 고쳐쓰라거나 조선시대 홍문관이 임금의 “고문” 구실을 했다고 한 부분에 대해 “자문”이라고 고치라는 수정 권고도 있었다. 금성출판사 교과서의 한 저자는 “권고 사항이 251개에 달하는 교학사 교과서와 어떻게든 균형을 맞추려고 교육부가 애쓴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사소한 것까지 문제 삼았다”고 말했다.

교학사를 제외한 7종 교과서 저자들은 교육부의 수정·보완 권고에 대한 대응 방침을 24일 확정해 밝힐 예정이다. 한국사교과서집필자협의회 공동대표인 주진오 교수는 “이미 7종 저자들이 발표한 대로 불법적인 교육부의 수정·보완 권고는 거부한다. 사실 오류로 지적된 부분은 권고안에 대한 답신 형식이 아닌 우리가 자체 수정해 교육부에 알리는 방식으로 반영할 것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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