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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생·학부모 ‘역사왜곡 교과서’를 거부하다

등록 2014-01-02 20:14수정 2014-01-03 09:06

파주 운정고·경북 성주고 “교학사 교과서 교체”
분당영덕여고·여주제일고 등도 재검토 들어가
교사 “선정과정 외압” 폭로…학생, 대자보 항의
역사 왜곡과 사실 오류로 비판받은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올해 교재로 채택한 고교들이 학생과 학부모, 교사, 동문회 등 학교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특정 교과서 선정에 반대해 학생과 학부모 등이 들고일어나는 초유의 상황이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취소하는 학교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경기도 파주의 운정고는 2일 역사 교사 등으로 이뤄진 역사교과협의회를 열어 교학사 교과서 선정을 취소하고 다른 출판사의 교과서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학교의 이순덕 교감은 “학생과 학부모, 지역사회로부터 ‘1%도 선택받지 못한 교과서를 왜 선정했느냐’며 많은 항의와 우려가 제기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밖에 이미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경북 성주고도 이날 다른 교과서로 바꾸기로 했고, 경기도 분당영덕여고·여주제일고 등도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교학사 교과서 선정 과정에서의 외압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 수원 동우여고 공기택(54) 역사교사는 <한겨레>에 “교장실에 불려가 ‘교학사 교과서를 추천해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이 교과서를 (선정 한도인) 3위에 올렸는데 어찌된 일인지 3위가 (최종) 선정됐다”고 말했다. 동우여고 한 학생은 이에 항의하는 대자보를 이날 붙였다.

이런 현상을 두고 교육계에서는 ‘비상식적’인 학교의 결정에 대한 ‘상식’의 저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일·독재 미화 논란에 오류투성이로 밝혀진 교학사 교과서를 교재로 선택한 학교의 비합리적 의사결정에 대한 반발이라는 것이다. 재단이나 학교장 중심의 권위적인 학교 분위기가 교과서 선정 작업 때도 반영되면서 교육 수요자인 학생·학부모의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선택이 이뤄진 데 따른 결과다.

박범이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불량 교과서’로 수업을 받아야 하는 학생 당사자나, 자기 자녀의 문제인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교의 비합리적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며 “보통 학부모들은 학교 문제에 대해 자녀 걱정 때문에 문제제기하기 쉽지 않은데, 이번에는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이 여느 때와 다르다”고 말했다.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둘러싸고 교육 주체들이 집단적인 저항을 하는 현재의 모습은 2000년대 중반 일본에서 극우파가 만든 후소사판 교과서에 대해 교사, 역사학자, 시민들이 불채택운동에 나섰던 것과 닮은꼴이다.

결국 애초부터 수많은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교학사 교과서 지키기’식 검정과정을 운영해 온 교육부가 자초한 일이라는 비판이 인다. 한국역사연구회 하일식 회장(연세대 교수)은 “이념 논쟁 이전에 교학사 교과서에 오류가 가득 차 있다는 것을 학계에서 분석해 알렸는데도, 이런 교과서를 선택한 교장이나 재단은 도저히 교육자라고 볼 수가 없다. 특히 이런 교과서를 최종 승인한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음성원 기자, 파주/박경만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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