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르치지 마라’ 펴낸 노중호씨
컴퓨터는 청소년들에게 이제 공기나 물과 같은 존재다. 컴퓨터 없는 세상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러나 정작 컴퓨터가 그들의 삶에 의미 있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중독, 인간 관계 단절, 사회 부적응 등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 처음으로 정보화의 개념을 도입한 컴퓨터 0세대가 컴퓨터의 조기 교육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나노경영연구소 경영전문의인 노중호(67)씨가 그다. 그는 최근 펴낸 책 <컴퓨터, 열일곱살 전에 절대로 가르치지 마라>(좋은책만들기)에서 “인성 교육이 선행되지 않는 컴퓨터 교육은 아이를 망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컴퓨터는 도구이자 기술에 불과하다. 인성, 예술성, 이성 등 인간만의 고차원적인 재능을 펼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지나치게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에 접하는 것은 아이가 인간답게 자랄 수 있는 기회를 막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봄에 씨앗 뿌리고 여름에 가꾸고 가을에 거두고 겨울에 내년 준비를 하듯, 자녀 교육에는 적절한 시기가 있어요. 대체로 8살까지는 옳고 그름, 남에 대한 배려 등의 인성이 길러지는 시기이며, 8살부터 17살까지는 세상 이치를 터득하는 이성을 키우는 시기라고 볼 수 있죠.”
그는 머리와 정신을 채운 뒤에 컴퓨터를 배우면 곁길로 새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부모들은 자식들이 컴퓨터 자격증을 하나 더 따도록 유도하기보다는 철학·문학·논리학 등을 통해 사물의 개념과 원리를 파악하고 사고력과 지식을 넓히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노씨는 ‘정보통신 강국’을 마치 교육의 최종 목표처럼 제시하고 있는 정부 당국에도 날카로운 비판을 빼놓지 않았다. “프랑스나 독일이 정보통신 기술이 부족해서 아이들에게 조기 컴퓨터 교육을 시키지 않는 게 아니라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기에 뒤로 미뤄 놓은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글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