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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위약금 대책 없이…교육부 “1학기 수학여행 전면금지”

등록 2014-04-21 18:03수정 2014-04-21 22:21

초중고교 곤혹
제주외고 “5000만원 물어야”
학부모에 위약금 부담 전가 우려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등학교의 1학기 수학여행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일선 학교에 수학여행 자제를 권고한 기존 방침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결정이다. 그러나 수학여행 취소에 따른 위약금 문제가 걸린 학교들에선, 대책도 없이 금지부터 하는 교육부의 ‘세심하지 못한 행정’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교육부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17개 시·도교육청 교육국장 회의를 열어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을 고려해 1학기 중 수학여행은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위약금 문제는 전국적인 상황을 살펴본 뒤 추후 법리적인 문제 등을 검토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위약금 문제와 관련해 결정된 방침이 아직 없다는 뜻이다. 아울러 교육부는 체험학습 매뉴얼에서 선박과 항공 관련 위기가 발생했을 때 대처 요령 등을 보완하기로 했다.

교육부의 방침이 전해지자 당장 22일 수학여행을 가기로 한 학교들이 난감한 처지가 됐다. 제주외국어고등학교는 22일부터 4박5일간 중국 상하이·항저우·쑤저우 지역으로 수학여행을 떠날 예정이었다.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학부모들의 우려가 컸으나, 19일 기준으로 1인당 최대 34만원에 이르는 ‘위약금’을 해결하지 못해서다. 결국 학교 운영위원과 학부모 대표 등이 모여 울며 겨자 먹기로 수학여행을 가기로 결정했지만, 교육부의 전면 금지 결정으로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제주외고 관계자는 “지금 수학여행을 취소하면 학생 1인당 50만원씩, 100여명이 5000만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항공사와 호텔 모두 중국 업체라 한국 사정을 봐주지도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이 관계자는 “빡빡한 학교 예산으로 위약금을 대신 내줄 수도 없는 형편”이라며 “진퇴양난”이라고 하소연했다.

전남 목포 영화중학교는 교육부 방침이 확정되기 전 이미 2학년 제주도 뱃길 수학여행을 무기한 연기했다. 280여명이 수학여행을 취소하면 500여만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할 판이었다. 영화중 행정실 관계자는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학교가 직접 계약했다. 숙소와 전세버스 업체에서 위약금 15%를 달라고 해 교장 선생님이 업체와 직접 협상하고 있다. 혹시 위약금이 발생하면 그때 학부모한테 안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행사나 항공·교통·숙박 업체 등과 위약금을 협상하는 일은 일선 학교가 오롯이 떠맡고, 위약금은 대부분 학부모 부담으로 전가되는 상황이다.

국내 수학여행을 계획한 학교들 가운데는 항공사나 여행사의 협조로 위약금 없이 일정을 취소한 곳도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이 수학여행 항공권 취소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고, 일부 여행사들도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몸을 낮춘 탓이다. 서울 잠신고는 2학년 420여명이 제주도 수학여행을 취소했다. 원래 학생 1인당 13만2000원 정도 위약금이 예상됐으나, 이를 물지 않게 됐다. 잠신고 행정실장은 “학부모 37%가 위약금이 있더라도 수학여행을 취소해야 한다는 태도였다. 그런데 특약사항에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 위약금 없이 여행을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 이를 근거로 여행사 쪽과 원만하게 합의했다”고 말했다.

박범이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위약금 부담을 학부모한테 지우는 것도, 가뜩이나 부족한 학교 예산으로 해결하라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교육당국이 나서서 해결할 문제”라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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