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상담실
Q. 회사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고 있습니다. 밤을 새워 정보를 모아 상사에게 보고했는데 상사는 마음에 안 들어 합니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네요.
A. ‘너무나 변화무쌍한 이 세상에서 1년 내내 하는 일 없이 군대로 성을 포위하게 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군주론>은 전기도 발명되기 전인 15세기 책입니다. 그때도 세상은 변화무쌍했습니다. 그로부터 500년 넘게 지난 지금, 세상은 더 변화무쌍해졌습니다. 테드(TED) 콘퍼런스의 창시자인 리처드 솔 워먼은 “<뉴욕 타임스> 하루치는 17세기 영국인들이 평생 접하는 양보다 많은 정보를 싣고 있다”고 했습니다.
레지던트를 하던 시절, 필요한 외국 논문을 하나 구해 보려면 몇 달이 걸리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젠 정보 검색이 빠르고 쉬워졌지만 그만큼 우리는 더 똑똑해졌을까요? 글쎄,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네덜란드의 임상심리학자인 크리스토프 판님베건은 복잡한 규칙을 가진 게임을 수행할 때 게임의 상세한 규칙을 컴퓨터가 가르쳐주는 경우와 간단한 규칙만을 알려주는 집단의 문제해결력을 비교했습니다. 처음에는 더 많은 정보를 컴퓨터에 의존한 집단이 문제를 잘 해결했지만 수행을 계속할수록 스스로 규칙을 터득하고 숙지한 집단의 문제해결력이 더 우수하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매번 구구단표를 보고 수학문제를 푸는 사람보다 구구단을 외우고 문제에 집중해서 수학문제를 푸는 사람이 더 잘 풀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좋은 음식도 소화하지 못하면 소용없습니다. 정보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곱씹어 사색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출근해서 처음 하는 일은 천장을 보고 멍때리기였다고 합니다. 스티브 잡스 역시 조용히 홀로 숲길을 산책하는 취미가 있었습니다. 사색을 통해 기존의 정보를 통합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시간. 성공한 사람들은 그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있습니다.
새 물건들을 사오면 정리가 필요합니다. 쓸모없이 자리를 차지했던 것들은 버리고 새로 사온 물건들을 가지런히 정리해 두어야 필요할 때 제대로 찾아 쓸 수 있습니다. 정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세 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 검색을 해도 일어나보면 내가 뭘 검색했는지 대답이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사색 없는 검색이 뇌를 쓸모없는 잡동사니 정보로 가득하게 만듭니다. 잠시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고 사색으로 당신만의 고급정보를 만들어 보세요. 상사가 원하는 것은 검색해서 모은 정보들이 아닙니다. 바로 당신이 정보를 수집한 뒤 사색과 통찰을 담아 다시 만들어낸 당신만의 생각입니다.
신동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신동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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