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오른쪽부터),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당선자, 이청연 인천시교육감 당선자가 ‘수도권 진보 교육감 당선자 초청 좌담’이 열린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티브이 스튜디오에서 학생 시절을 연상시키는 교복 차림으로 이야기하다 웃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2014년 6월4일은 대한민국 유권자들이 일으킨 ‘교육 혁명’의 날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13곳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이 당선됐다. 온 국민한테 슬픔과 분노, 각성을 안긴 ‘세월호 참사’가 기폭제다. 특히 서울·경기·인천 세 곳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돼 ‘수도권 진보 교육 벨트’에 대한 기대감이 남다르다. 인구의 절반이 몰려 있으며 한국의 교육 문화를 주도하는 수도권의 교육감들이 ‘공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의 표현이다. <한겨레>와 <한겨레티브이>가 12일 오후 막중한 책임을 세 어깨에 나눠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당선자, 이청연 인천시교육감 당선자를 함께 만났다. 유권자들한테서 ‘수술 판정’을 받은 공교육을 세 사람이 힘을 모아 혁신할 수 있을지, 4년간 나아갈 방향과 다짐을 들어봤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당선자
이청연 인천시교육감 당선자 사회
탁현민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김의겸 <한겨레> 논설위원 사회 유권자들이 왜 13명의 진보 교육감을 선택했을까요, 사회학자인 조희연 당선자께서 답해주시겠어요? 조희연 교사와 학부모 모두 현재 입시경쟁이라든가 교육이 고통스러워요. 고통스럽지만 좋은 대학, 좋은 학벌의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을 잡아야 하니까, 애를 닥달하며 살아왔어요. 그런데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아 이래선 안 되겠다’ 하는 현재 교육에 대한 분노와 절망 같은 게 생겼고, 다른 교육, 새로운 교육에 대한 열망 같은 것들이 생겼어요. 진보 교육감 시대를 연 굉장히 중요한 열쇳말은 ‘열망 투표’를 했다는 거예요. 이재정 중요한 것은 교육이 뭐냐 하는 거예요. 교육은 아이들한테 희망을 말해주는 거예요. 90~100살을 바라보고 산다면, 학창시절 꿈꾸고 계획하는 것이 적어도 70~80년 인생의 기초를 만드는 거예요. 너무 입시에 몰입해서 얘가 어느 대학에 가야 하느냐에 집중하기보다 오히려 70~80년 인생을 스스로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가지고 교육을 해야 해요. 그 길은 아이 혼자 가도록 두면 안 돼요. 선생님과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모두 함께 아이가 갈 수 있는 좋은 길을 만들어주려고 애써야 해요. 경기도에서 반드시 그 길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조희연 현재의 교육시스템이 한계에 왔다고 생각합니다. 더 버틸 수가 없는 거죠. 그 점이 이번 선거에서 새로운 투표로 나타난 게 아닌가, 진보 교육감에 대한 기대도 거기서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패러다임을 바꿔가는 큰 전환이 우리 사회에 일어나야겠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고요. 아이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잠재력이 다양한 방식으로 발현되고 육성될 수 있는 방식으로 교육 시스템이 바뀌어야 합니다. 이러한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데 진통도 따르고 고통도 약간 따를 듯해요. 하지만 진정 선진국으로 가려면 진통을 동반한 교육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이청연 그동안 우리 교육은 아이들을 힘들게 하고 학부모들의 근심걱정을 덜어드리지 못했습니다. 우리들 모두를 부끄럽게 한 게 과거 교육이었다면, 새로운 희망을 주는 교육이 돼야 할 것 같습니다. 그 길로 매진하겠다는 다짐의 말씀을 드립니다. 끊임없이 진보 교육감 시대에 박수를 보내주시고, 잘못하면 혼내시며 진보 교육감들이 여러분들을 믿고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조희연
학부모 등 세월호 참사 겪으며
이래선 안된다는 분노가 표로
철지난 색깔론의 효력
조심스럽지만 줄어드는 듯 사회 진보 교육감 중 8명이 전교조, 5명은 민교협 출신입니다. 유권자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재정 지난 세월, 전교조도 많이 바뀌었어요. 경기도에서 혁신학교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오는 데 전교조 교사들이 중요한 영향을 끼쳐왔어요. 혁신학교가 만들어진 것은 돈으로 된 것도 아니고 교육청 정책도 아니예요. 폐교 위기의 학교를 선생님들의 열정으로 다시 살린 거예요. 이런 모습이 많이 알려졌고, 선거에서 성과로 이어졌어요. 경기도지사, 인천 시장 선거에서 야권 후보가 실패를 했어요. 그런데도 교육감 선거에서 일사분란하게 (진보 교육감들이 당선) 된 것은 혁신교육에 대한 열망입니다. 조희연 전교조를 때리면 지지율이 오른다는 공식이 무너지는 것 같아요. 철지난 색깔론의 효력, 영향력이 조심스럽긴 하나 줄어드는 듯해요. 이재정
어느 대학 가느냐 집중하기보다
70~80년 인생 길 만들 교육을
교육감 직선제 폐지 주장은
선거불복·국민결정 모독 행위 사회 선거 다음날부터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보도가 계속 되고 있어요. 어떻게 대처하실 생각인지. 이재정 교육에 진보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어요. 교육에서 정치적 개념의 진보가 통용돼선 안 돼요. 대안, 창의적 노력을 진보라고 한다면 받아들이지만 학교 현장에서 이념적 색깔의 진보는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어요. 언론이 규정하는 13명의 진보 교육감이 아니라, 17명의 모든 교육감이 힘을 모아서 ‘4월16일(세월호 참사) 이후’ 새로운 학교, 새로운 교육을 세우는 공감대를 만들어야 해요. 그렇게 풀어가는 게 우리의 답이예요. 우리끼리 모여서 힘자랑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요. 조희연 보수 쪽과 치열한 공방이 있어요. 우리를 전교조 교육감, 자기들을 비전교조라고요. 그러나 사실은 아이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낡은 교육과 새로운 교육의 각축이예요. 절망의 교육과 희망의 교육의 대립, 후진 교육과 선진 교육의 대립이예요. 프레임 전쟁에서 이 부분을 잘 가져가야 해요. 우리를 전교조라는 협소한 프레임에 가두고 싶어해요. 하지만 우리가 그렇지 않잖아요. 이청연 교육계는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이 꼭 필요한 시기예요. 전교조는 현실입니다. 전국에 수많은 교사들이 활동하고, 그것도 아이들을 가장 중심에 놓고 사고하고 아이 중심 교육을 하고자 하는 것이 전교조의 중요한 가치예요. 전국에 수많은 교사들이 있는데 이들과 함께 어우러질 방안을 모색하지 않고 (전교조를) 싹둑 잘라 내버리는 발상 자체가 잘못이예요. 사회 새누리당이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는데요. 이청연
교육계 화합의 리더십 필요해
전교조 잘라내려는 발상 잘못
가르치는 자를 소중히 여겨
신나게 가르치게 할 풍토를 이청연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교육감 선거가 여러 형태로 바뀌어왔잖습니까? 직능 직선이 가장 바른 선거예요. 힘의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유권자, 국민을 우롱하는 거예요. 주권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생각하며 부족한 점을 보완할 생각을 해야 해요. 이재정 선거 불복이예요. 민주주의 원칙, 국민의 결정을 모독하는 행위입니다. 사회 현실적 고민도 필요한데요. 교육부에서 부교육감, 기획조정실장을 파견하잖아요.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교육감이 스스로 임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요? 이재정 어떤 의미에서 보면 교육부가 교육청을 지배하는 하나의 통로가 부교육감이예요. 이걸 어떻게 개혁해나갈 거냐가 구조조정의 중요한 대목일 수 있어요. 교육자치 측면에서 국민 직선으로 당선된 교육감 손에 유초중등 교육을 맡긴 건데, 여전히 교육부가 제약을 가하는 것은 교육자치와 어긋나는 일이예요. 돈을 교육부가 쥐고 있다는 게 중요한데, 국민이 낸 세금을 가지고 교육청이 교육을 해나가는데, 이 돈을 왜 교육부가 좌지우지하고 배정 원칙도 교육부가 정하는 건지…. 이건 시·도 교육감들이 모여서 함께 논의해야 할 거예요. 사회 여러 혁신적인 정책들에 비해, 일선 교육청 공무원, 교장, 교감들은 큰 변화없이 수십년을 지내왔어요. 이분들을 설득하고 함께 일할 방안이 있는지. 이재정 본질적인 문제예요. 교육감 권한이 대단히 많은 것 같지만, 인수위를 가동해보니 인사에 한계가 있어요. 교감이 선출되고 교장이 되고, 장학사가 되고 장학관이 되는 통로가 관행처럼 몇십년간 유지돼 왔어요. 다른 방법으로 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틀을 바꿔내느냐가 큰 과제예요. “일반고가 공교육 중심 되게…혁신학교선 학생 개성 키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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