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가운데)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낮 인사청문 준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동숭동 국립국제교육원으로 들어가다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김명수, 정교수 승진 심사 때 제자 석사논문을 자기 실적으로 제출
교육부 감사백서 ‘제자 논문 가로채기는 전형적 연구 비리’ 지적
교육부 감사백서 ‘제자 논문 가로채기는 전형적 연구 비리’ 지적
김명수(66)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한국교원대 교수 승진 심사 때 제자의 논문을 자신의 단독 연구 성과로 내세워 승진에 이용한 사실이 새로 확인됐다. 이는 교원대 규정을 위반한 것이자 대학의 업무를 방해한 중대한 부정행위다. 또 김 후보자가 제자 논문을 베껴 학술지에 싣고 연구비를 받아낸 행태는 교육부가 지적한 대표적인 연구 부정임이 확인됐다. 김 후보자의 부적절한 행위가 고구마줄기처럼 드러나자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한겨레>와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의 공동조사 결과, 김 후보자는 교원대 부교수이던 2002년 6월 정교수 승진 심사에 ‘학교경영 계획의 교육목표 설정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단독 연구 실적’으로 제출했다. 이 논문은 김 후보자의 제자인 유아무개씨가 2000년 2월 제출한 석사학위 논문의 요약본 수준인데, 2001년 7월 교원대 학술지 <교육과학연구>에도 김 후보자를 제1저자로 표기해 실렸다.
김 후보자의 승진 심사 이전인 2001년 11월, 교원대는 ‘교원 연구 실적물 인정에 관한 지침’을 제정해 1인 논문은 100%, 2인 공동 연구는 70%를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김 후보자가 승진 심사에서 높은 평가를 얻으려고 제자의 학위논문을 자신의 단독 논문으로 바꿔 연구 실적을 부풀린 셈이다. 그는 4개월 뒤인 2002년 10월 정교수로 승진했다.
연구윤리 문제에 정통한 한 대학교수는 “공동 연구 논문을 자신의 논문으로 표기해 승진 심사 자료로 제출한 행위는 부도덕할 뿐만 아니라 대학의 정상 업무를 방해한 것이어서 형사처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후보자가 8건의 제자 논문을 자신의 연구 성과로 둔갑시키고 이 중 3건의 논문으로 모두 1270만원의 연구비를 받아낸 행위(▷ 김명수, 제자 논문 가로채기 확인된 것만 ‘8편’)는 교육부가 문제로 지적한 연구 비리 유형과 판박이다.
교육부가 발간한 <2009 사립대학 감사백서>(2010년 8월 발간)를 보면, ‘주요 지적 사례’로 “○○대학교 교수 2명이 교내연구비 200만원을 수령하고 본인이 지도한 제자의 석사학위 논문을 요약해 연구 결과물로 제출”한 사실을 들었다. 교육부는 ‘학술 연구비 지원 관리 지침’에서 “대학의 연구비 지원 목적은 교수 연구력의 증진과 대외경쟁력 강화이므로, 연구 내용이 이미 발표된 연구 과제와 유사하다고 인정될 경우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라고 명시했다. 제자 논문을 베낀 독창성 없는 논문에 연구비를 지급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뜻이다. 더구나 김 후보자가 재직한 교원대는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국립종합대학이라 연구비 집행이 사립대보다 훨씬 엄격해야 한다.
교육부 감사관실 관계자는 “교수가 제자의 학위논문을 가지고 논문을 쓰고 연구비를 받은 경우엔 연구비 회수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김 후보자한테도 이를 적용할 수 있는지는 면밀히 검토해봐야 한다”며 직답을 피했다.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교육부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교육부는 김 후보자가 받은 연구비를 회수해야 한다”며, 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한겨레>는 해명을 들으려고 김 후보자한테 여러차례 연락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수범 김지훈 기자 kjls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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